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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녀녕 Apr 04. 2024

밤에 매미가 울면

매미가 울듯이 나도 운 적이 있다

[여름: 제1부]


한 여름밤에 창문 밖으로 매미 우는 소리가 들렸다. 무더운 여름을 선풍기로 보내다 보니 선잠을 잔 탓도 있겠지만 고요한 밤이라 매미 울음소리가 매우 크게 들렸다.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하며 “한 밤중에 어떻게 매미가 울지?”라는 생각을 했다. 일반적으로 매미는 한낮에 울기 때문에 밤에 들려오는 울음소리가 내게 매우 생소하게 다가왔다. 인터넷 검색 창에 “밤에 매미가 울면”이라고 검색해 보니 공통적으로 하는 신빙성이 있는 말이 있었다. 가로등과 밝은 간판 때문에 매미들이 밤을 낮으로 혼동하여 운다는 것이다.

하기야 매미는 본디 10년 넘게 어두운 땅 속에서 인고에 시간을 보내고 밝은 세상 밖으로 나온다.  그런 매미에게 햇빛과 밝은 간판을 구별하기에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또한 세상의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시간은 고작 2주이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매우 짧디 짧은 시간이다. 그런 매미의 울음은 생물학적으로 짝짓기를 위해 운다는 생각을 벗어나 어두운 힘든 상황과 외로움을 이겨내고 나온 매미의 슬프기도 하지만 기쁜 울음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매미가 밤과 낮을 혼동하여 운다 라는 문장에 꽂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그 말이 굉장히 문학적인 느낌을 주면서 어떤 생각이 날듯 말 듯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아서 다음에 생각해야지 하고 말았던 것 같다. 하지만 밤에 매미가 울던 모습이 나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는지 며칠 동안 간간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어느 일요일 오후에 생각이 정리가 되었다.  밤과 낮을 혼동하여 매미가 울듯이 나도 그렇게 운 적이 있던가 라는 생각 말이다.

그러다 불현듯 20대의 내가 생각이 났다. 주변의 눈치를 많이 봤고 나의 생각 보단 남의 의견을 더 따르던 때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만고만한 또래들이 할 수 있는 굉장히 주관적인 생각이나 조언들을 마치 나의 생각인 것처럼 받아들였다. 그 덕분에 소중한 인연들을 보내게 되었지만 이런 눈물 콧물 쏙 뺀 경험 덕분에 나를 더 알아가고 채울 수 있었던 고마운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어둠에는 작은 불빛도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둡고 힘든 경험에서 발견한 작은 긍정과 깨달음 또한 스스로를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제 한여름에 쉬지 않고 목청껏 울어대는 매미를 보며 시끄럽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며칠 살지 못하는 매미의 목 건강도 조금 염려해 주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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