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별로 감정을 다스린다
[ 가을: 제6부 ]
몇 년 전만 해도 기분이 좋지 않거나 속상한 일이 생기면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건 아니고 훨씬 이전에 나는 감정과 얘기를 표출 안 하는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런 행동들 때문에 “왜 너는 나에게 힘든 일이 있으면 얘기를 하지 않는 거야? 나한테 왜 기대지 않아?”라는 말을 들으며 오해를 사기도 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내 얘기를 공유하고 감정을 전달할 필요가 있겠구나 싶어서 얘기를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 선을 넘어서 틈만 나면 내 이야기를 해야 하는 나쁜 버릇이 생기고 말았다. 무엇이든지 적당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미성숙한 방법으로 감정을 풀었나 싶다. 누군가가 대가 없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은 상당한 이해와 배려심을 쓰고 있음을 말이다. 하지만 그때는 나와 가까운 사람이기에 고마움보단 당연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덕분에 가까운 인간관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처럼 당연한 것은 없구나를 뒤늦게 깨닫게 되었고 다양한 심리 관련 책과 강의 영상을 찾아보며 스스로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나름대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서 나만의 감정을 푸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는데 방법은 아래와 같다. (이 방법이 썩 괜찮다고 느껴지면 시도해 봐도 좋지만 그냥 이런 사람은 이런 방법으로 감정을 덜어내는구나라고 봐줘도 좋다.)
첫 째, 속상하거나 좋지 않은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지 않는다. 자칫 이 말을 오해하여 받아들일 수 있는데 화를 버럭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방식으로 표출하라는 게 아니다. 감정을 상하게 만든 상황을 잠깐동안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나의 예민함 때문이었거나 그 상황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넘겨도 좋다. 하지만 상대방이 무례했거나 잘못한 부분 때문에 안 좋은 감정이 지속된다면 난 일단 내 감정에 충실해진다. 즉 상대방에게 나의 감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인지시키고 설명을 한다. 사실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어쩌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이전에 나 역시도 남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 그 이면에는 나의 감정보다 타인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허다했다. 다시 말해 남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되어 나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감정을 억누른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 해소가 되면 좋겠지만 사라지지 않는 경우 불똥은 엉뚱하게 내 주변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그냥 넘길 수 있는 일도 예민하게 반응하여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일이 빈번하게 생겼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안 좋은 감정을 줬던 당사자는 따로 있는데 왜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안 좋은 감정을 쏟아내는 걸까.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회생활 속에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땐 아래 방법을 추천한다.
두 번째, 나쁜 감정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다면 집에 돌아와 일기를 써본다. 나는 이걸 나쁜 감정일기라고 부르는데 기분이 매우 좋지 않은 날에 일기를 쓰는 편이다. 그리고 그 일기를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에 대해 쏟아 내듯이 빠르게 써 내려간다. 즉 맞춤법이나 문맥이 맞는지 고려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에 맡긴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이전에 감정일기를 쓰기 위해 책 한 권을 구매하여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나의 감정을 마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추천되었다.) 그다음 적어 놓은 일기를 천천히 읽어보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과정 속에서 객관적으로 나의 감정이나 상황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굳이 다른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마음이 후련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나만의 감정 쓰레기통이 생긴 셈이다. 여기까지 글을 읽었을 때 일기장에 펜을 잡고 글을 써 내려가는 모습을 상상했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게 고상하지 않다. 나는 생각보다 성격이 급한 편이기도 하고 좋은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펜을 잡고 천천히 써 내려갈 수 없기에 컴퓨터 앞에서 빈 화면 하나를 띄워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키보드로 타다닥 빠르게 치는 소리를 들으며 일기를 쓰면 마음속 얹혀있던 나쁜 감정도 소리와 함께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사실 일기를 쓴다라는 게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자신의 감정과 글을 써 내려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며 또 하나의 숙제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컴퓨터와 키보드로 일기를 쓰면 생각보다 실천하는 게 한결 쉬워진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아래 방법을 시도해 보자.
세 번째, 집 근처 가까운 공원이나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장소에 간다. 장소에 도착하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숨이 찰정도로 달리기를 한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뛰기를 반복하면 가슴 근처에 뜨거운 체기가 내려가는 걸 느낄 수 있다. 특히나 이 방법은 개인적으로 감정 기복이 생기거나 기분이 울적했을 때 효과를 크게 봤다. 옛말에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은 아니다.
네 번째, 그래도 속상하면 그 감정 그대로 온전히 느낀다. 나는 위 과정을 거쳤음에도 감정이 회복이 안 될 때는 감정을 그냥 그대로 받아들인다. 보통은 이런 경우에는 안 좋은 감정 때문에 울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 거다. 그럴 땐 그냥 혼자 집으로 돌아와서 울고 싶을 때까지 펑펑 눈물을 쏟아낸다. 혹여나 눈물을 보이는 게 창피할 수 있으니 창문 밖 풍경을 본다는 핑계도 꽤나 괜찮겠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생각보다 어둠이 깔린 창문 밖 풍경 속 다양한 불빛들이 우리에게 꽤나 위안을 주기도 한다.
위에서 설명한 방법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통하지는 않겠지만 나는 이렇게 감정을 덜어내곤 한다. 덕분에 나의 감정도 다스릴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안 좋은 감정을 굳이 실어서 공유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서로에게 좋은 일인가 싶다. 무엇보다도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가 생겼으니 말이다. 오늘 같은 휴일에 짧게라도 글을 써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몸 건강 뿐만 아니라 마음 건강 더 나아가 우리의 인간관계에도 파란불이 켜져있기를 바라는 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