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우 Feb 01. 2021

괜찮아, 화해하면 되니까.


"괜찮아, 화해할 수 있으니까."라는 건 참 예쁜 말인 듯하다. 나의 말실수, 나의 잘못, 나의 어리석음, 나도 모르게 저질러놓은 일들, 뜻하지 않게 상처를 준 일, 같은 것들에 대해, 그 누군가가 그렇게 말해준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누군가 화를 내고, 마음이 상하고, 미워하고, 기분 나빠할 때, 괜찮아, 화해하면 되니까, 감정이란 금방 다시 누그러지는 것이니까, 그보다 단단한 신뢰나 관계 같은 것이 사람 사이에는 있는 법이니까, 라고 말해준다면, 참 좋을 듯하다.


관계에 대한 말들이 언제나 세상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것은, 그만큼 관계라는 게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에게도 관계라는 건 마냥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가족 관계가 다소 수월하더라도 친구 관계가 어려운 사람이 있을테고, 사회 생활은 그럭저럭 괜찮지만 연애만 하면 늘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항상 내 마음과는 반대로 가는 것 같고, 모두 내 잘못인 것 같고,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 괜찮을 것 이다. 화해할 수 있으니까, 다시 잘 지낼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한편으로는, 어쩌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그런 한 걸음 물러난 곳에 존재하는 끈 같은 것들이 여러모로 옅어져가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조금이라도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금방 인간관계를 '손절'해버리고, 조금 불편한 데가 있으면 한 순간에 '비호감'으로 규정되고, 그렇게 사람 사이의 문제라는 것도 서로의 사이에 존재하는 신뢰의 끈, 관계의 끈을 붙잡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가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느 삶에나 '화해할 수 있으니까, 괜찮아, 안심해도 돼.'라고 믿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기도 할 것이다. 이미 있기도 할 테고 말이다. 


나는 오랫동안 그런 말을 잘 믿지 못했다. 우정이건 연애건, 한 번 미움 받으면 끝이고, 한 번 미워하면 끝이고, 그렇게 인간관계란 민들레 홀씨 비슷한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근 몇년간 결혼을 하고, 가까이에서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렇게 낮은 담들을 넘어가듯이 서로가 안심해도 되는 지점들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고 느낀다. 내가 조금 잘못하거나 실수하더라도, 조금 나쁘더라도, 이어지는 끈이라는 게 있고, 반대로, 그 누군가 나에게 다소 기분 나쁜 무언가를 던졌다 하더라도, 이해하고 넘길 수 있는 믿음과, 마음과, 관계와, 인간 사이의 힘이라는 것, 인간 사이의 일이라는 걸 조금씩 알게 되어간다고 느낀다. 


그러니까, 역시 괜찮은 것이다. 화해하면 되니까, 이해하면 되니까, 말이다. 삶이란, 그렇게 괜찮아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전 09화 살아갈수록 인연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