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우 Feb 24. 2024

관계의 핵심은 리스펙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서,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리스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흔히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관계를 맺으라는 조언이 많은데, 나는 관계에서 어떤 이익을 얻는다는 건 꽤나 이상하고 모호한 목표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평생 딱히 '돈'이 되지 않는 관계랄 것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모든 좋은 관계는 '돈'을 대체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내게 줄 직집적인 이익은 전혀 없을 수도 있다. 밥을 먹든 차를 마시든 반반으로 내고, 딱히 투자나 대여, 어떤 인맥의 밀고 당김을 받는 게 아니라면, 그 관계에서 얻을 이익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정말 좋은 친구여서 그로 인해 감정적인 이익을 얻어, 내가 우울증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으로 살 수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면 나는 그로 인해 정신과 진료 비용 만큼 얻은 셈이 된다.


그러니 '이익'을 기준으로 관계를 생각하는 건 매우 모호한 데가 있다. 심지어 우리는 어떤 존재가 없었다면,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 삶에서는 누군가가 그토록 결정적으로 중요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이익의 문제 보다는, '리스펙'의 문제로 관계를 보기 시작했다. 내가 그 누군가에게 '리스펙'할 점이 있다면, 그리고 그도 나에게 '리스펙'하는 점이 있다면, 그 관계는 좋은 관계다.


우리는 거의 모든 순간에 배운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매일 배우게 된다. 드라마 속 주인공으로부터, 직장 상사로부터, 주변 친구가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친 노인으로부터, 닮고 싶은 점을 배우거나 반면교사 삼아 닮기 싫은 점을 배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관계란, 그에게 존경할 만한 점이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관계다. 그의 마음의 힘, 태도, 용기, 세상을 생각하는 방식, 인생관, 에티켓 등 무엇이든 '존경'할 만한 게 있다면, 그 관계는 '모호한 이익'보다 더 분명한 걸 준다.


이익보다 더 확실한 것은 삶이다. 우리는 삶이라는 도로 위를 나아가는데, 그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가 있다면, 우리 마음이고 태도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자기 세계를 애쓰며 성실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을 존경한다. 이를테면, 최근 만난 몇몇 사람들은 15년, 20년 이런 말들을 너무 당연하듯 말했다. "이 일을 몇 년이나 하신 거예요?" "글쎄요, 한 20년?" 사람들은 그들이 갑자기, 우연히, 운 좋게 성공하고 자리를 잡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존경할 만한 힘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20년쯤 되는 힘이 있다.


그밖에도 내가 존경하는 태도들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이 세상에 기민하게 열려 있는 것이다. 최신 트렌드에 열려 있고,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사람들이 어떤 미래로 가고 있는지 예민하게 포착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기 안에 '고여' 있지 않고, 세상에 열려 있다. 그래서 매우 스마트하고, 늘 배울 점이 있다. 그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시야가 널리고 나 자신이 성층권쯤 되는 곳에 있게 되는 느낌이 든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리스펙'한다.


그리고 나는 타인의 마음을 깊이 있게 볼 줄 아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피상적으로 타인들을 판별하지 않고, 피상적인 기준으로 서로를 비교하지 않으며, 타인의 마음 깊은 곳을 보고 인정하며 그로부터 관계를 시작할 줄 아는 사람들을 '리스펙'한다. 세상에는 돈을 1000만원 버는지, 500만원 버는지를 놓고 사람의 급을 나눠버리는 인간들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는지, 그 마음의 모양과 색깔 자체를 보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리스펙한다.


리스펙할 게 있는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물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리스펙할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유독 내가 느낄 때, 지금 나에게, 딱 지금 나의 시절에 유난히 더 리스펙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과 나의 시절이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이 시절에 리스펙할 수 있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나는 내가 만나는 이들을 리스펙하고 있고, 그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