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대학의 심리학자들은 한 연구에서 수십 명의 부부를 인터뷰하여, 그들이 3년 내에 이혼할지 아닐지를 94%나 정확하게 알아맞혔다고 한다. 그들의 재산을 조사하거나 학력을 조사한 것도 아니고, 단지 그들이 '자신의 과거를 설명하는 방식'만 듣고서 말이다. 즉, 커플이 그들의 과거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그들의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에 대해 어떤 태도를 지닌 커플들이 헤어지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까? 한 마디로 말하면, 과거를 '긍정적'으로 보는 커플들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실제로 긍정적인 과거를 산 게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리 고난과 고통어린 세월을 보냈어도, 그 시절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커플들은 이혼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어떤 커플들은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지 못한 채, 거기에 끊임없이 사로잡혀 있을 수 있다. 당시 나는 당신 혹은 우리 때문에 괴로웠고, 상처받았고, 그것은 인생에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었다, 라는 태도를 가진 커플은 좋은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우리의 고난, 고통, 서로에게 준 상처조차 우리가 더 좋은 관계가 되기 위한 필연적인 통과의례였다고 믿으며 그 시절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커플들은 관계의 지속성이 높은 것이다. 관건은 해석, 즉 정신의 힘이다.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이고, 큰 그림에 머물 수 있는 힘이다. 삶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서사' 즉 이야기로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이 연구에서는 하나의 힌트가 더 발견된다. 그것은 장기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커플들이 '우리'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는 점이다. 그들은 "나는 그때의 상처가 나에게 의미 있었다고 생각해요."라기 보다는, "우리는 그때의 상처가 우리에게 가치 있었다고 생각해요."라는 식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삶을 헤치고 나아가는 단위는 '혼자'가 아니라 우리라는 '팀'인 것이다.
이를 요즘 식으로 설명하면, 우리끼리 정신승리하는 커플이 보통 '잘산다'고 말할 수 있다. 남들이 볼 때 뭐라고 하든, 세상 사람들이 무어라 규정하든, 우리는 우리의 상처와 고난을 딛고 여기까지 왔고, 그 모든 일들이 우리에겐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었다고 믿는 것이다. 우리는 남들과는 다른 우리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고, 우리의 어려움은 우리에게 가치있는 것이었다고 그냥 믿어버리고 승화시켜 버리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타인들의 기준에 끊임없이 신경쓰면서 '우리의 정신승리'를 유지하지 못하는 커플들은 함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남들과 비교하고, 남들의 소비수준에 우울해하고, 남들과 같지 못함에 좌절하며 나와 당신을 분리하며 과거의 선택을 저주하는 이들은 누구를 만나든 잘살 가능성이 별로 없다. 태도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어떤 태도는 삶에 결정적이다.
그렇다면, 오늘 당장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앉혀놓고 찬찬히 이야기를 풀어가보자. 그때, 우리 참 힘들었지, 그런데 그 때 그렇게 힘들었던 게 참 다행이야, 액땜한 거지, 그 덕분에 우리는 잘살거야, 그래서 우리는 강해졌고 더 서로를 믿을 수 있게 됐어, 그때 실수한 덕분에 이제는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게 됐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겪은 어려움은 모두 더 좋은 삶을 위한 거름이 된 거야,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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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연구는 조나 레러의 <사랑을 지키는 법>에서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