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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범 Oct 11. 2020

45 건강한 뇌 만들기. 네 번째 이야기

뇌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감정 상태도 바꿀 수 있다.

< 운동하기 2 >


유전학적으로도 운동은 인간의 숙명이다. 인간의 가장 오래된 행동 패턴은 달리기이다. 인류가 정착 생활을 하기 약 1만 1천 년 전까지 과일을 채집하고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여기저기 걸어 다니거나 뛰어다녀야 했다. 당시 생활에 대한 연구는 매일 약 19킬로미터 되는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생활이 인류 진화 역사의 99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우리 몸이 걷거나 뛰도록 맞춤 설계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뇌는 이러한 신체적 특징과 함께 맞물려 있다. 그래서 뇌는 우리 몸이 걷거나 뛰기를 원한다.  


몇 년 전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사건은 바둑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그 이후로 인공 지능식의 바둑이 바둑계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이제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지 못할 것 같은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앞지르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도 인간의 능력에 한참 못 미치는 분야가 있다. 그건 바로 신체 움직임이다.


로봇의 걷는 동작은 다섯 살 아이의 능숙하게 뛰는 동작에 비하면 서투르기 그지없다. 이는 뇌가 움직임에 얼마나 특화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멍게의 연구를 통해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멍게는 유충일 때는 뇌를 지닌 채 바닷속을 떠다니다가 성충이 되어 바위에 달라붙으면 뇌를 포함한 신경계는 사라진다. 바위에 정착하여 더 이상 움직일 필요가 없어지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뇌는 필요 없는 부속품이 되어서 결국 없느니만 못한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집에 가만히 앉아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스마트폰만으로 해결이 가능한 지금, 만약 우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의 뇌가 2만 년 전에 비해 약간 작아졌다고 한 연구의 보고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로저 스페리는 이렇게 말했다.

뇌로 가는 90퍼센트의 자극은 척추의 움직임에 의해 생깁니다.


뇌 발달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으로 움직임이 복잡해지면서 뇌가 진화했다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도 역시 움직임의 중요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인류의 발달 과정에서 손, 발, 몸통의 움직임은 점점 복잡해졌다. 그러면서 더 정확하고 정교한 동작을 수행하기 위해 앞으로의 동작을 예측해야 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대뇌가 점점 더 발달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소뇌와 대뇌 전두엽과의 긴밀한 연결성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심신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더 잘 처리하도록 하여 항불안, 항우울 효과를 지닌다. 또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고하도록 한다. 운동을 하면 도파민, 아드레날린, 세로토닌, 엔도르핀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데, 이들은 우리의 뇌를 깨우고 각성시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행복감을 느끼도록 해주며, 통증을 완화시켜준다. 우리가 느끼는 부정적 감정은 뇌를 기반으로 하는 생물학적 원인에 있기 때문에 운동이나 다른 방법을 통해 뇌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감정 상태도 바꿀 수 있는 셈이다.  


2000년 듀크대의 제임스 블루멘탈과 연구진들은 운동이 항우울제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16주에 걸쳐 진행된 실험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은 156명을 대상으로 운동만 하는 집단, 약물 복용만 하는 집단, 운동과 약물 복용을 병행하는 집단으로 나눈 후에, 운동 집단은 일주일에 세 번 30분씩, 최대 심박수의 70퍼센트의 강도로 걷기나 달리기를 시켰다. 16주 후의 결과에서 세 집단 모두 우울증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6개월 후에 다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울증 증세가 완전히 사라졌던 사람들 중에서 운동을 한 집단에서는 8퍼센트만 증세가 재발한 반면, 약물을 복용한 집단에서는 38퍼센트나 재발했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운동이 약물보다 훨씬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험을 행한 연구진들이 운동의 놀라운 효과에 자극받아 매일 달리기를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운동은 긍정적 감정을 고취시키는 데 있어 매우 뛰어난 효과가 있다.  


네덜란드에서 시행된 약 20,000명의 쌍둥이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운동이 신경증, 불안감, 우울증을 감소시키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변화시킨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2000년 핀란드에서 3,40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일주일에 적어도 2~3회 운동을 하는 사람은 덜 하거나 전혀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우울증, 분노, 냉소적 불신, 스트레스를 훨씬 적게 느끼며, 사회적 소속감을 더 강하게 느낀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조슈아 풀크스의 시험에서는 전반적 불안장애이면서 운동을 별로 안 하는 54명의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뉘어 2주간 6회 20분 트레드밀 운동을 시켰다. 한 집단은 최대 심박수의 60~90퍼센트를 유지하며 운동했고, 다른 집단은 50퍼센트 정도의 심박수를 유지하면서 트레드밀 위를 천천히 걸었다. 두 집단 모두 불안감과 공포 자극에 대한 불안 민감도가 감소했지만, 강도 높은 운동을 한 집단의 효과가 더 빨리 그리고 크게 나타났다.


특별한 불안 장애가 있지 않는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2005년 칠레에서 운동이 정신과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9개월 동안 조사했다. 15세의 학생 198명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집단은 일주일에 세 번, 90분 동안 강도 높은 체육 수업을 받았고, 다른 집단은 일주일에 한 번, 90분 동안 일반적인 체육 수업을 받았다. 이후에 심리 테스트를 해보니 불안 지수가 일반 수업을 받은 집단에서는 3퍼센트 감소한 반면, 강도 높은 체육 수업을 받은 집단에서는 14퍼센트나 감소했다.  


운동은 ADHD나 ADD 같은 증상도 완화시킨다. 이들은 주의 집중력을 높이는 도파민과 노르에르네프린 수치가 낮은 데, 규칙적인 운동은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수치를 증가시켜 뇌를 각성시키고 집중력과 주의력을 향상한다. 실제로 자폐스펙트럼 장애아를 대상으로 하는 육체적 활동은 뛰어난 효과를 보고 있다.  



커버 사진: Photo by Gervyn Loui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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