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자주 머리를 자른다고 했었는데 머리의 스타일링을 위해 매직을 한다거나 파마를 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어차피 빨리 자랄 것 돈을 들여 무엇을 하더라도 스타일이 오랫동안 유지 되지 않으리라는 생각 같았다.
그녀는 중단발 정도의 길이를 유지했다.
그녀는 그렇게 미용에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었는데, 난 그게 더 좋았다. 꾸밈없는 그녀 자신의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려 하는 것이 나에게는 편안함과 그녀 자신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부끄러움이 많았다. 늘 당당한 그녀의 외형 모습과는 별개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에는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었다.
난 그녀의 약간은 거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걸 좋아했다. 그렇다고 자주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 준건 아니다. 함부로 여자의 머리를 만지는 행위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은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름의 스타일이나 손대지 않은 그 모습이 그녀 자신은 이뻐 보일 수 있었기에 난 좋아했지만 참았다. 그녀가 가끔 머리스타일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앞머리가 있는 게 좋은지, 없는 게 좋은지 머리를 묶는 게 나은지 푼 게 나은지 물었었다.
난 늘 그것에 대해 두리뭉실한 대답만을 했었다.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그녀가 원하는 대답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둘 다 이쁘다고 한다거나 난 상관없어라는 말로 얼른 회피해 버렸다.
그녀는 앞머리가 있는 게 귀여웠다.
앞머리가 없다면 성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앞머리가 있었을 때가 더 이뻤다. 주관적인 취향이겠지만, 그때 말하지 못한 걸 말하자면 앞머리가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귀여워 과감히 스킨십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녀는 머리를 묶는 게 더 이뻤다.
머리를 묶는 그녀의 손은 대충이라는 손동작을 취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잇자면 하얀 피부가 더욱 드러나면서 무심하게 잘 묶였는지 확인하는 그녀의 뾰로통한 눈을 볼 때면 한번 안아줄 거 두 번 이상 안아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때 당시에는 난 많은 표현을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나의 생각이 그녀에게 맞춰질까 두려웠던 것도 있었고, 그저 아껴뒀던 것 같다. 이렇게 빠르게 끝날 걸 알았더라면 그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표현했을 거라 말할 수 있었지만, 그때 당시는 그게 아니었다.
그렇다. 그녀 자신을 좋아한 건 나였다. 내가 좋아하는 그녀를 만드는 건 아니었다.
그녀의 외적인 모습을 보고 감히 판단하는 난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때는 더욱 섬세하게 표현해줘야 했던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늘 그녀에게 100의 사랑부터 난 시작한다고 말했음에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100보다는 그녀와 같은 사랑의 시작점에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