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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HYU Sep 29. 2023

넌 묶은 머리가 이뻤어

그냥도 예뻤지만

나의 짧은 머리를 좋아했던 그녀는 자신이 유독 머리카락이 빨리 자란다고 했었다.

그래서 자주 머리를 자른다고 했었는데 머리의 스타일링을 위해 매직을 한다거나 파마를 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어차피 빨리 자랄 것 돈을 들여 무엇을 하더라도 스타일이 오랫동안 유지 되지 않으리라는 생각 같았다.


그녀는 중단발 정도의 길이를 유지했다.

그녀는 그렇게 미용에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었는데, 난 그게 더 좋았다. 꾸밈없는 그녀 자신의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려 하는 것이 나에게는 편안함과 그녀 자신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부끄러움이 많았다. 늘 당당한 그녀의 외형 모습과는 별개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에는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었다.


난 그녀의 약간은 거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걸 좋아했다. 그렇다고 자주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 준건 아니다. 함부로 여자의 머리를 만지는 행위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은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름의 스타일이나 손대지 않은 그 모습이 그녀 자신은 이뻐 보일 수 있었기에 난 좋아했지만 참았다. 그녀가 가끔 머리스타일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앞머리가 있는 게 좋은지, 없는 게 좋은지 머리를 묶는 게 나은지 푼 게 나은지 물었었다.

난 늘 그것에 대해 두리뭉실한 대답만을 했었다.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그녀가 원하는 대답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둘 다 이쁘다고 한다거나 난 상관없어라는 말로 얼른 회피해 버렸다.


그녀는 앞머리가 있는 게 귀여웠다.

앞머리가 없다면 성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앞머리가 있었을 때가 더 이뻤다. 주관적인 취향이겠지만, 그때 말하지 못한 걸 말하자면 앞머리가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귀여워 과감히 스킨십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녀는 머리를 묶는 게 더 이뻤다.

머리를 묶는 그녀의 손은 대충이라는 손동작을 취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잇자면 하얀 피부가 더욱 드러나면서 무심하게 잘 묶였는지 확인하는 그녀의 뾰로통한 눈을 볼 때면 한번 안아줄 거 두 번 이상 안아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때 당시에는 난 많은 표현을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나의 생각이 그녀에게 맞춰질까 두려웠던 것도 있었고, 그저 아껴뒀던 것 같다. 이렇게 빠르게 끝날 걸 알았더라면 그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표현했을 거라 말할 수 있었지만, 그때 당시는 그게 아니었다.

그렇다. 그녀 자신을 좋아한 건 나였다. 내가 좋아하는 그녀를 만드는 건 아니었다.


그녀의 외적인 모습을 보고 감히 판단하는 난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때는 더욱 섬세하게 표현해줘야 했던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늘 그녀에게 100의 사랑부터 난 시작한다고 말했음에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100보다는 그녀와 같은 사랑의 시작점에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묶은 머리가 이뻤다.

그녀는 화장을 하지 않아도 귀여웠다.

난 그런 처음 볼 때의 그녀의 모습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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