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뚝이 두껍다고 자랑했던 너
물론 이것도 헤어지고 나서 더욱 크게 느끼고 있어서 문제지만, 그녀는 감히 판단하자면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그녀는 가끔 자신의 팔뚝에 관련해서 투덜 될 때가 있었다. 얇은 팔뚝보다는 두꺼운 팔뚝에 대해서 걱정을 하며 가끔 팔을 노출하는 옷을 입을 때면 팔을 보라며 흔들어 대고 했었다. 그렇게 자신의 팔뚝에 대해 투덜 되며 민소매 티셔츠를 못 입는 건 이 팔뚝 때문이라고 투덜 되기 일쑤였다. 물론 그것도 시간이 지나 어느새 나에게 자랑을 하는 모습으로 바뀌게 되면서 아직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녀는 자신의 신체에 대해 컴플랙스를 숨김없이 이야기했었다. 그럴 때문 팔과 마찬가지로 투덜 되었고, 난 그런 모습을 보면 T 답게 해결책을 제시해주려고 했었다. 물론 그녀는 그러한 답변을 원한 건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때는 그렇게 하는 게 나에게는 정답 같았고, 그렇게 그녀의 모습을 바꾸어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저 난 좋아해 주고 칭찬해 주고 공감해 주는 방식으로 그녀와의 귀여운 연애를 했어야 했다.
그녀가 투덜 되고 나서 늘 했던 말과 행동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그녀 몸을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들이 많았다. 팔뚝이 두꺼워도 팔힘이 좋다고 자랑을 했고, 엉덩이가 커지고 싶다고 할 때도 벽에 다리를 올려놓고, L자 운동을 한다며 자랑을 했으며, 다리가 이쁘지 않다는 말을 했을 때 더욱더 많이 치마를 입었던 것 같다.
그렇게 불만을 가지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남들도 그렇게 느껴지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굉장히 이성적으로 접근 한 나였기에 미련하게 몰랐는데 또 다른 미련이라는 단어로 지금에서야 사랑스러웠던 그녀를 생각하게 된다.
내가 아직도 이별이라는 거추장스럽고 걸리적거리는 것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건, 아직도 그녀의 그러한 모습이 눈에 선하고 더욱 선명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 헤어지고 나서 그것을 깨달으면 무슨 소용이겠냐 만은, 내가 잘못을 해서 내가 쥔 기회를 날린걸 누굴 탓하겠냐 만은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은 나를 무한정 싫어지게 만드는 그녀의 기억 속 모습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