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루이뷔통
난 패션디자인을 배웠고, 그만큼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는 것들에 대하여 그 가치를 알고 있다. 그 가치를 아는 만큼 브랜드가 주는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는 바도 알고 있고, 브랜드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부러움 또한 느끼고 있다.
그녀는 나를 만날 때 루이뷔통 가방을 메고 온 적이 있었다.
내가 그녀의 가방 하나를 기억하는 건 그녀가 가방을 그저 가방으로만 다뤄서였기 때문이다. 루이비통이라는 건 소위 명품이라고 부르는 누구나 한 개씩은 가지고 싶어 하는 그런 가방이었고, 그만큼 특별한 날 소중히 다루는 물건 중에 하나라고 난 알고 있다. 물론 나도 명품을 시간이 지나면 그저 물건으로서 소비하지만, 여자에게 가방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명품 가방은 그저 가방이었다.
그녀가 나와의 데이트에, 혹은 외출에 필요한 여러 용품을 담는 그 용품등을 담을 때 적당히 잘 들어가는 가방인지, 그리고 그날 옷에 어울리는 가방인지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녀의 취향이 담겨 그 가방을 구매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비싼 가방인데 정말 가방으로서의 역할이 명확하게 그녀는 사용했다.
카페를 갈 때면 의자에 던져 놓는다거나, 벤치에 앉을 때면 차가운 돌바닥에 놔둔다거나 모양이 구겨지면 굳이 그 모양을 살리려고 애쓰지 않는 그런 느낌으로 그 가방을 다뤘고, 나의 마음을 애태웠다. 한 번은 내가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거 루이뷔통 가방 아니야?"
"응 괜찮아."
그녀가 가지고 있는 소비관념을 명확히 난 잘 몰랐지만, 그 한마디에서 그녀의 삶의 철학 같은 걸 일부 알 수 있었다.
그때는 그것이 그저 알기만 하고, 그렇게 넘어갔던 것 같다. 철저한 소비 관념보다는 실용적인 그녀의 모습을 난 아무렇지 않아 했던 것이다. 막상 글을 적으면서 생각하니 이러한 부분은 아무렇지 않은 부분일 수도 있지만, 굳이 기억에 남아 글을 적는 이유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러한 모습들이 무의식에 박혀 그때를 회상하고, 그러한 여자였지. 독특하고 평범하지 않았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한 모습들을 난 좋아했던 것이었구나를 깨달으며, 이렇게 그녀를 아직 잊지 못하고 좋아했던 이유를 찾게 되었다.
칼 같은 여자.
당당한 여자.
철저하려 하지만 어딘가 허술한 여자.
실용적인 여자.
이러한 모습을 지금에서야 다시 보게 되고, 추억이라는 거창한 말로 다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