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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HYU Oct 03. 2023

내가 좋아했던 건
그 웃음이었던 것 같아

나를 웃게 해 줬던 그 미소

나는 표현을 잘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때는 내가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제와서는 좋아하고 애정하는 것에는 표현이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난 겉으로 굉장히 쿨한 사람인척, 대범한 사람인척 한 적이 많은 것 같다. 나를 얕게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날 그저 무덤덤한 사람. 그러면서도 배려 한 스푼이 담긴 사람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남에도 적이 없고, 그렇게 평판이 나쁘지 않았다. 이건 내가 싫다는 표현도 그렇다고 좋다는 표현도 그렇게 과하게 하지 않은 증거이고, 꾸준히 나에 대한 평판 혹은 모습들을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유지하는 방법 중에 하나였다. 


그녀를 만나고 그녀의 웃음을 많이 봤다. 그녀의 미소. 그녀의 웃음소리에 무엇이든 웃고 즐기던 그녀를 아직 기억한다. 물론 화가 난 것도 기억하지만, 그 화남 모습은 누가 봐도 화가 났구나 알 수 있을 정도이니 그렇게 자신의 표현이 명확한 여자였다. 

그녀의 웃음에 난 처음에는 그저 웃기지 않지만, 웃는 거라 생각했다. 물론 그런 것도 있을 거라 감히 예상한다. 하지만, 이후에는 내가 웃기기보다는 나를 위한 그녀의 배려 섞인 표현이 아닐까라는 의심도 된다. 늘 웃으며 

"웃기다"

이 3글자를 말하고는 나의 눈을 바라봐줬던 그녀.


그녀는 웃으면서도 줄곧 옆에 있던 사람을 때리곤 했는데, 술을 먹으면 그게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어 주변사람들에게 오해받을까 봐 나를 만나면서 줄인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지금은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와 같이 있던 그 시간 동안은 내가 옆자리에 앉아 그녀의 웃음과 줄기차게 날아오는 손바닥을 남자친구로서 부지런히 받았다.


사진을 찍을 때면 그녀의 웃음을 잡아내기 위해 부지런히 카메라를 꺼내 찍곤 했다. 그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웃고 있었던 그 장면들을 따로 즐겨찾기 해놓을 정도로 그녀의 웃음은 그때 당시에 몰래 꺼내보는 야한 잡지 같이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꺼낼 때 한 번씩 보게 되는 그럼으로써 약간의 힘을 얻는 각성제 같은 것이었다.


난 그녀의 웃음이 좋아 웃긴 이야기가 있는지 혹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수많은 농담과 과거의 에피소드들을 찾아본 적이 있다. 난 그렇게 재미있게 살지 않은 걸 알기에 거기에 약간의 첨가를 해서 가끔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는데 그녀는 그때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나를 치켜세워주며 나의 이야기가 끊기지 않게 해 주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에게 해줄 이야기가 딱히 없을 때는 나도 모르게 의기 소침해질 때가 종종 있었다. 물론 그녀의 문제가 아니고 나의 문제임에도 그녀를 웃길 수 없다는 그것에 난 무뚝뚝해질 때가 있었다. 그건 이제 와서 생각하지만, 정말 멍청한 행동이었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그립다.

맥주 마실 때 맥주를 바라보는 반달 같은 눈과 입은 이미 즐거워 보이는 표정으로 날 보며 웃던 그녀.

나를 기다리며 영상을 보다 날 발견했을 때 언제 왔냐며 주섬주섬 이어폰을 넣던 그녀.

그러면서 나에게 팔짱을 끼며 해맑게 웃던 그녀.


그 모든 게 그때는 사랑스러웠지만, 난 그때 그걸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난 그런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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