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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HYU Oct 04. 2023

아직도  고양이 폰케이스를 하고 있을까?

내가 사주려고 한 것 중 하나

난 갤럭시 사용자다.

그녀는 아이폰 사용자다.


갤럭시 사용자가 된 것은 디자인학교를 들어가면서 오랫동안 사용 중인 것 같다. 꼭 갤럭시를 써야 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 당시에 갤럭시를 사용함으로써 내가 하려고 하는 일에 많은 도움을 받았고, 안드로이드사용자가 그만큼 아이폰 사용자보다 많은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이후에는 삼성페이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사용 중이다. 한국에서의 삼성페이는 지갑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만능이라 아직도 갤럭시를 사용하고 있다. 참고로 갤럭시 중에서도 노트를 사용하는데 그건 평소 메모를 자주 해서 노트 마지막 모델을 3년 넘게 사용하고 있다.

갤럭시의 단점 중 하나를 고르라면 폰케이스가 이쁜 게 없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 디자인상 이쁜 게 없는 게 항상 불만이었다.


아이폰은 폰케이스가 이쁜 게 많다.

내가 아이폰 사용자였다면 한 달에 한 번에 폰케이스를 바꿀 정도로 여러브랜드에서 나오는 케이스를 바꿔가면서 장착하고 다녔을 것 같다. 그만큼 아이폰의 디자인이 갤럭시보다는 세련되었다는 것인데 난 아직도 삼성페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이건 이쁜 것보다 편한 것이 최고라는 반증 같다.


그녀는 아이폰 사용자였다.

기계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지 못하지만, 이쁘고 손에 잘 잡히면 되는 귀여운 걸 좋아하는 여자였다. 나랑 사귀면서도 갑자기 아이폰 새로운 기종으로 바꾸면서도 1년이나 지난 모델을 구입할 정도였으니 기계의 스펙보다는 이쁘면 그냥 사는 그런 여자였고, 그때 당시에 난 이해하기가 조금은 힘든 그런 독특하지만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왜 사랑스럽냐고 말한다면 그 아이폰 미니를 나에게 자랑을 하면서 기계의 스펙이나 이런 거 보다 너무 작아서 이쁘지 않냐며 나의 손에 딱 감긴다며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자랑을 했으니 그걸 지켜보는 난 사랑스럽지 않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고양이도 좋아했다.

집 주변 고양이들의 사진을 찍으면서 자랑을 하기도 했는데 집에서 키우기는 부담스럽고 그저 주변의 동물들을 보면서 귀여워해주는 여자였다.

그래서 새로 산 아이폰의 폰케이스도 고양이얼굴이 떡하니 들어간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날은 내가 그녀를 위해 핑크색 플랫슈즈를 구매해서 선물로 주려고 했던 날이었다.

그녀의 막 신는, 그렇게 구겨신은 플랫슈즈를 보면서 하나를 사줘야지 마음먹었다가 드디어 그녀에게 이쁨 받기 위해 몰래 하나산 그녀를 닮은 신발이었다. 플랫슈즈 매장에 남자혼자 줄을 서서 들어가서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심각한 고민으로 신발을 샀던 그때의 그날을 아직 잊지는 못하지만, 구매를 한 그 순간 상상 속 그녀의 모습에 얼른 땀을 흘려가며 산 이 플랫슈즈를 보여주고 싶었던 기억이 있다.

다시 돌아와 그렇게 그녀에게 신발을 선물하던 그날.

그녀는 나에게 자랑을 했다.

자기도 이번에 바꾼 아이폰미니의 폰케이스를 새로 하나 장만했다며 자랑을 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그녀의 폰케이스에는 카드수납이 무조건 되어야 되는데 생각해 보니 그녀가 지갑을 들고 다니는 걸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카드수납이 되는 이쁜 폰케이스를 찾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라 폰케이스를 사면서도 여러 고민을 나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렇게 폰케이스를 자랑하면서 자랑한 것 중 1번은 귀엽지 않냐였고, 2번째는 아주 값싸게 샀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폰케이스를 조금은 설명하자면, 약간의 감상평, 디자이너로서 직업정신이 가미되어 보자면 고양이 이미지의 픽셀은 깨져서 자세히 보면 흐릿하고, 그 와중에 폰트는 선명해서 작은 이미지를 포토샵으로 가지고 와서 누끼를 따서 배경을 날리고, 그 이후에 일러스트에서 폰트 작업을 한 뒤 흰색케이스 위에 UV프린팅을 한 플라스틱이었다.

그렇게 폰케이스에 대한 평을 그녀에게도 해주었다. 그녀가 어떻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녀의 성향상 난 그냥 이쁘다고, 잘 어울린다고, 어디서 이런 이쁜 걸 샀냐며 그녀를 기분 좋게 했어야 했는데 그놈의 직업정신과 습관으로 그날의 그녀 기분을 약간은 망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날 이후를 말하자면 난 폰케이스를 한창 찾았던 걸로 기억난다. 그녀가 원하는 카드가 수납되는 폰케이스가 없어 찾기가 힘들었지만, 한동안은 그녀를 위한 폰케이스를 찾았던 것 같다. 그러다 그녀에게 늘 사줘야겠다는 마음만 먹은 레인부츠처럼 폰케이스를 사줘야 한다는 것도 잊혀 내 기억 속에 어딘가에 숨어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헤어지고 나서는 불현듯 떠오르는 선명한 기억들은 그런 사소한 것도 그녀를 위해 해준 것 없는 하루하루를 탓하게 된다. 사랑하는 것, 연애를 하는 것은 노력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력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마음에 들기 위해 하는 여러 행동들은 자연스러워지는 것이고, 그게 누군가가 보면 노력일 수 있다.


나의 부서진 폰케이스를 보면서 그리고 길에서 만난 고양이를 보면서 그날의 일들이 떠오른 것은 누군가가 노력이라고 부르는 자연스러운 사랑의 행동들을 내가 하지 못한 후회와 미련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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