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호선 버터플라이 '환희보라바깥'

by 김성대
3호선.jpg


변화와 변절은 다르다.

계속해오던 스타일에서 살짝 방향을 틀면 변화,

기존 스타일을 엎으면 변절이다.

그러니까 라디오헤드가 《The Bends》에서 《OK Computer》로 가면 변화인 것이고,

메탈리카가 《Ride the Lightning》에서 《Load》로 가면 변절인 거다.

음악에서 변절에 대한 판단은 보통 듣는 사람들이 한다.

거기엔 흔히 비판과 비난, 실망과 야유가 따른다.

변화는 만드는 사람 쪽 설명인 경우가 많은데,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납득하면 그것은 발전과 진화로서 기려진다.


오늘 아침, 미뤄두었던 3호선 버터플라이의 새 EP를 들었다.

물론 이들은 '변화' 쪽이다.

록이라는 희미한 근본 아래 자신들이 하고 싶은 걸 숨 쉬듯 전시한다.

재즈와 드럼 앤 베이스를 뭉뚱그린 <표선 무지개>를 중심으로

3호선의 음악은 여전히 또는 예상대로 모든 경계를 뭉개며 스산하게 표류한다.

《환희보라바깥》이라는 앨범 제목도, <수생식물의 자유>가 대표하는 곡 제목도

하나같이 해석을 부르는 듯 해석을 무력화시킨다.

밴드는 팬이 자신들에게서 무얼 원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는 음악을 이번에도 들려주고 있다.

늘 그랬듯 장엄한 대하소설보단 강렬한 단편소설에 가깝다.


3호선 버터플라이에게 변화란 그래서 배짱의 다른 말일 수도 있겠다.

세상 유행이 어느 쪽으로 흐르든 자신들은 자기들 길을 가겠다는 의지가 트랙마다에서 은밀히 용솟음친다.

특히 <표선 무지개>는 들을수록 놀랍다. 진국이다.

이들 음악이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



keyword
월, 목, 일 연재
이전 10화엘튼 존 'Sleeping with the P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