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존 앤드 폴』을 읽고 오랜만에 이 앨범을 꺼냈다.
이 앨범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비틀스 노래 두 곡이 다 있다.
두 노래는 한 사람의 곡이다. 조지 해리슨.
폴이 <Come Together>, <Because>와 함께 《Abbey Road》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은 <Something>과 <Here Comes the Sun> 얘기다.
사실상 비틀스 전기 제목을 저렇게 뽑을 정도로 존과 폴이 비틀스의 얼굴인 건 맞지만,
나는 늘 저 두 노래를 만든 조지가 과소평가 됐다고 생각했다.
근사한 고독과 상쾌한 햇살을 음악으로 각각 표현한 두 곡은 존의 <Across the Universe>나 폴의 <Yesterday> 못지않은 비틀스의 베스트다. 그야말로 "그룹의 핵심 멤버가 아닌 자신의 위치에 대한 창의적이고도 당당한 응답"이었다.
그 "당당한 응답"은 조지보다 더 찬밥(?) 신세였던 링고가 주목할 만한 드러밍을 펼친 첫 곡 <Come Together>에서도 들을 수 있다.
밴드 해체가 임박한 걸 멤버들이 느꼈기 때문인지, 1968~69년에 더블 앨범 한 장과 정규 앨범 두 장으로 비틀스가 펼친 창작력은 어느 때보다 왕성했고 또 놀라웠다.
존은 그 시기에 스스로 "저널리즘 노래"라 표현한 <The Ballad of John and Yoko> 같은 곡도 만들었다.
이 노래는 조지와 링고가 없는 사이 폴과 존 둘이서 완성했다.
"우리 둘만 참여했는데도 어쩜 그렇게 비틀스다운 사운드가 나왔는지, 매번 놀란다."
폴의 말엔 존과 자신이 비틀스의 주인이라는 뜻이 은근히 배어있다.
그건 『존 앤드 폴』이 존과 폴의 이야기가 아닌, 비틀스의 이야기인 것과도 통한다.
어쨌거나 비틀스의 끝The End으로 남을 이 앨범의 표지 사진은 역설적으로 비틀스를 상징하게 되고,
앨범 제목은 음악가라면 누구나 들르고 싶어 하는 명 스튜디오의 대명사가 된다.
거기에서 가장 빛난 곡은 물론 <Something> 또는 <Here Comes the Sun>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