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얻은 4가지 비유, 그 첫 번째
표적을 향해 총을 겨누는 사수
방아쇠를 당기기 바로 직전
그 찰나의 순간,
명사수의 시야는 과연 어떻게 보일까?
사격 경험이 없는 이라면 다음과 같은 장면을 상상하기가 쉽다.
FPS 게임 화면처럼, 모든 것이 선명하다.
그러나 실제 사격에서 위와 같은 장면은 불가능하다.
사격술의 원리에 따라 사수의 초점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사수의 눈에 실제로 보이는 장면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차이가 보이는가?
표적이 흐려 보인다. 표적이 초점에서 벗어나 있다.
사격 직전 표적이 뿌옇게 보이다니, 이게 웬걸?
이를 이해하려면 정조준의 원리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혹시라도 감이 안 잡히는 이들을 위해 사격술 원리를 간단히 설명해보겠다.
(총은 K2C1/K2 기준)
사수의 시선이 표적을 바라볼 때 두 개의 구멍을 관통한다.
첫 번째 구멍은 눈 앞에 위치한 ①가늠자 구멍, 두 번째 구멍은 ②가늠쇠울이다.
위에서 언급된 네 가지 요소인 시선, 표적, ①가늠자 구멍, ②가늠쇠울은
명중을 위해 반드시 일련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그 원칙이란 사격술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인 ‘정조준’ 개념이다.
정조준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두 가지 절차, 조준선 정렬과 표적 정렬로 구성된다.
조준선 정렬이란,
사수의 눈 앞에 보이는 두 개의 원(①가늠자 구멍, ②가늠쇠울)의 동심원을 일치시키는 작업을 말한다.
위 그림에서 빨간색의 십자 점선을 중심으로
안 쪽과 바깥 쪽에 위치한 두 개의 동그라미의 가운데가
가로 세로 정확히 정렬된 것처럼 말이다.
표적 정렬이란,
소총의 가늠쇠 선단 위에 표적을 위치시키는 작업을 말한다.
가늠쇠 선단의 끝을 조준점이라고도 한다.
일반인이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조준이 바로 이 표적 정렬이다.
(참고로 어디를 조준해야 하는지는 탄도 곡선의 원리에 따라
거리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다)
위 두 개의 정렬 작업이 완벽하게 이루어져야만
사수는 그의 총알을 원하는 곳에 정확히 도달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정렬 작업이 더 중요할까?
답은 조준선 정렬이다.
왜 그럴까?
직관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각도기를 비유로 들어 설명을 해보겠다.
학창 시절 누구나 각도기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각도기를 사용할 때 가장 유의해야 했던 점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는가?
물론 준비물로 빠뜨리지 않고 가져오는 것 외에도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
각도기의 중심을 재고자 하는 각의 꼭짓점(ㄴ)에 잘 맞추는 것이었다.
만일 중심을 정확히 맞추지 않고 각도를 잰다면 오차가 생겨버린다.
특히 각을 이루는 선의 길이(ㄴ~ㄷ 사이의 거리)가 길어질수록 오차는 더욱 커지게 된다.
소총의 정렬 작업도 마찬가지다.
1. 표적 정렬은 각도기의 ㄱ 부분을 유심히 보는 작업이고,
2. 조준선 정렬은 ㄴ 부분을 유심히 보는 작업이다.
차이라고 한다면, 각도기의 경우 선이 통상 손바닥보다 작다는 것이고,
사격의 경우 선은 그 거리가 적게는 수십 미터에서 많게는 수백 미터라는 것이다.
이 스케일의 차이에서 소총의 조준선 정렬의 영향도는 현격하게 커진다.
실제로 1mm의 동일한 오차가 각각 표적 정렬과 조준선 정렬에서 난다고 가정해보자.
표적 정렬에서 1mm 오차는 표적 내에서 총알이 살짝 비껴 맞은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조준선 정렬에서 1mm 오차는 사거리 100m에서는 20cm, 200m에서는 40cm의 오차를 초래한다.
위와 같은 이해를 바탕으로, 총을 쏘기 직전 명사수로 빙의해보자.
그의 머릿속과 그가 느끼는 감각들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맨 처음 표적을 확인하고, 표적 방향으로 총구를 겨눈다.
개머리판 접용점에 뺨을 얹고 시력을 집중한다.
구멍 사이로 대충 표적이 보인다.
먼저 조준선 정렬을 한다. 됐다.
다음 표적 정렬. 됐다.
표적 정렬은 이미 끝마쳤고 스스로 흔들림이 없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눈 앞의 두 원을 바라본다. 동심원이다(조준선 정렬 확인).
심신의 평온함을 유지하며 방아쇠를 천천히 당긴다.
비록 표적은 흐리게 보이지만 사수는 개의치 않는다.
방아쇠를 당기는 불과 몇 초도 안되는 사이에 그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동심원임을 확인한다.
‘탕!’
소리와 함께 소염기에서 불이 뿜어져 나온다.
총알은 마하 3에 가까운 속도로 회전 비행을 시작하여 곡선의 궤적을 따라간다.
찰나의 시간 사이 표적이 쓰러진다.
격발을 한 후에도 지긋이 표적을 바라보던 사수는,
표적이 쓰러지는 것을 보며 자신의 예감이 들어맞았음을 확인한다.
사수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차후 사격을 준비한다.
다시 반복이다.
명사수가 끝까지 확인하고자 한 것은
수십 수백 미터 떨어진 표적의 또렷함이 아닌,
소총을 움켜쥔 사수 스스로의 자세다.
수 천 번 이상 방아쇠를 당겨본 경험이 있는 군필 남성이라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신병교육대에 있었던 시절,
이 정조준의 원리에 대해 매번 가르치면서
이것이 비단 사격에만 적용되는 원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총을 쏘는 일이든 무엇이든 간에,
일을 추진함에 있어 업무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이다.
과업이 중요할수록.
목표가 멀리 있을수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살펴야 하는 것은
본인의 실력과 태도, 문제를 바라보는 프레임, 관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