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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멜리싸 Aug 31. 2024

이혼 후 찾아온 조심스러운 사랑

결혼생활을 경험하기 전에는

사랑을 시작할 때

그 사랑의 끝은 결혼이었고, 결혼이 아니더라도 나의 사랑은 더 견고해지고 단단해질 거라 생각하며

그 사람과의 미래를 희망으로 보았다.


하지만 1년 6개월 전 이혼을 했고

정말 내 사전에는 새로운 사랑이라는 건 절대 없을 거라 각오했다.

 '사랑'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팬데믹 때 찾아온 내 몸의 변화, 자궁적출수술

다행히 난소는 살려두어, 호르몬은 분비가 되어 여자로서 역할은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출산'

그것은 한 번도 해보지도 못하고, 인생에서 여자로서 태어나 대부분은 경험한다는 그것을 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채,

 그 기능은 그대로 그렇게 내 몸에서 종료를 해버렸다.


갑작스러운 만남이고, 뜻밖의 등장이었다.

그 남자, J

우연히 만나, 일 때문에 연락처를 주고받게 된 우리는 일을 도와주고 배워야 하는 선후배 관계이기도 했다.

그래서 J에 대한 나의 연락은 자연스러웠고 J 역시 나를 당연하게 도와주고 알려줘야 했기에 우리의 만남은 상대방의 마음을 간 보는 그런 불필요한 시간 없이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루어졌다.


우리의 대화는

맥주 한 캔 씩을 마시며, 어느덧 서로에 대해 질문하기 바빴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지

확인해 보는 대화에 빠져

그 시간이 멈춰있는 것 느껴질 정도로

늦은 시간이 다 되도록 깊고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낯선 이국땅 그리고 동서양의 문화가 결합되어 더 이색적인 분위기인 이스탄불 도시에서,

아름다운 야외 카페테리아에서 나누던 대화는 그 어느 곳보다

우리 둘

오로지 서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최적화된 장소였다.


그날밤 내가 묵는 숙소로 돌아왔는데

J에 대한 생각으로 밤을 설쳤다.

정말 한순간에 내 마음으로 훅 들어온 남자다.

이게 뭔 감정일지 나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고

잠에 들려고 하던 그때, J에게 연락이 왔다.


"내일 같이 점심 먹을래요?? 저두 어차피 사무실에 들러야 하니 우리같이 회사가요.


몸이 약간 피곤했지만, 거절할 수 없던 그의 차분하고 기분 좋은 목소리에 난 반해버린다.


전날 맥주와 함께 어색함을 놓아버렸던 첫 만남과 다르게 두 번째의 만남에서 식사자리는 차분했다.

식사 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셨다.

J는 일과 관련된 상황과 조언을 나한테 상당히 꼼꼼하게 해 주더니

"**씨, 오늘은 뭐 할 계획이에요?? 제가 어제 찾아봤더니 이 근처에 박물관이 있던데, 같이 가볼래요?

라고 묻는다.


사실 할 일이 태산처럼 밀려있던 상황이었지만

난 이 제안에 흔쾌히 응했고, 그러다 몇 시간 후

우리는 바야흐로 또 서로를 쳐다보며

상대방의 마음을 떠보느라 정신이 없고,

호텔 내 카페에서 가볍게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는 이 순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어제부터 이미 너무 좋았다고 말한다.


전율이 느껴지는.. 짜릿한 흥분과 함께 행복한 기분이 든다.

이국땅

그리고

낯선 남자

지금부터 이 남자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 남자를 알고 싶다.. 가 아닌

내 앞에 앉은 J가 내 남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무리한 상상을 해본다.

  

J는 나보다 4살이 연하이다.

전 남편은 5살이나 연하였고 내 첫사랑도 나보다 3살이나 연하였다.

갑자기 내 마음에 들어온

사랑의 감정이 낯설고 힘들지만 피할 수 없다.


우리는 그날 밤을 함께 보냈고, 끝도 없는 대화를 했다.

서로의 생각, 감정,, 성격

그와 나는 상당히 달랐지만

전남편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다정함과 섬세함 그리고 배려심이 욕심난다.

내가 가져보고 싶다.

이 행복감과 사랑이라는 감정 그리고 이 남자


그 이후

나와 J는

10대들처럼 밤새 통화하고, 톡을 주고받으며

바쁜 업무를 짬 내서 데이트를 할 계획을 세운다.


"제가 **씨 있는 곳으로 갈게요. 우리 이날은 오래는 못 잊겠지만, 그래도 만나요. 보고 싶어요.


이런 남자 J와의 만남

어디까지가 결말일지 알 수 없다. J의 생각이 어디까지 인 줄 알 수 없기 때문에

나 역시 나에 대해 어디까지 J에게 솔직해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고,

지금의 나의 모습은 깊은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사랑에 빠진 상태이고

 J는 나에게 그저 행복이다.


모든 사랑의 결말..

그 결말을 비참하게 경험한 나로서는

A, B로 나뉜 귀로에서 다시 처음으로 와서 시작하는 느낌이다.

지난번엔 A였다면 이번엔 B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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