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연재 중
기 센 아바타와 결혼과 이혼하기
04화
실행
신고
라이킷
59
댓글
2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미스멜리싸
Jun 17. 2024
저는 중성화 수술을 했습니다.
영원한 불임이 되어버렸다.
"고모!!
우리 집은
루루랑 나나(고양이 2마리) 그리고 츄츄(몰티즈 1마리)까지 이젠 다 중성화했어.
나
"그래?? 고모도 중성화했는데
이 말 한마디에 가족들이 빵 터져라 웃었다.
중성화..라는 말이 꼭 동물에게만 쓰여야 하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오직 나에게만 '중성화 완료'라는 표현을 쓰니, 비하발언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재작년 자궁적출수술을 받고
현재는 자궁이 없다.
그와 살고 있을 때였고,
사이도 늘 좋았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헤어지자는 말이 나올 정도는 아니었던 때였다.
30대 중후반부터 살이 급격히 찌고 그로 인해서 허리 통증이 시작되었는데, 진짜 허리뼈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을 매일 아침
기상
때마다 느꼈지만 이내 곧 조금 움직이면 괜찮아져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
나 스스로에게 징벌을 내리게 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자궁적출..이라는 큰 벌칙
인터넷카페에 후기가 많은
**여성병원이라는 곳을 가보았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최신식 아이패드를 들고 아주 정교하고 세심하게 내 자궁 안에 들어있는 근종(혹)들이 몇 개 그리고 어느 위치에 몇 센티짜리가 있는지 알려주셨다.
남의 병명을 그리고 여성으로서 처음 떨리는 마음을 안고 찾아간 그곳에서
그는 너무 아무렇지 않게 내 상황을 설명해 주었고
나는 순간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너무 부끄럽고 창피해 서였다.
어떻게 여자가 자기 몸 하나 간수를 못하고
자기 관리도
못하는 여자처럼 취급받게 되었을까...
이건 내 자격지심인 거다.
의사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저 결론은 자궁을 없어야 된다는 말뿐
며칠 후, 대학병원을 찾아갔다.
뭔가 검사를 더 한다.
난 알고 있다.
결과의 차이는 없을 거라는 걸
대학병원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동안 어떻게 견디셨어요??
이 정도면 일상생활이 엄청 불편하셨을 텐데요..
결국,
같은 결과 다른 믿음이 생겨버린다.
두 군데의 병원투어를 마치고
남편이었던 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법적 보호자와 꼭 함께 수술하러 와야 된다고 했다.
엄마아빠와 오면 안 되냐는 내 물음에
간호사선생님이 당황하시면서 물으신다.
"기혼이시잖아요?? 그럼 법적보호자가 남편이에요.
'나를 보호하지도 않는데, 무슨 남편...
그는
노발대발했다
갑자기 날뛰면서
나를 행복한 신혼부부의 가임 여성으로 변신시키더니,
"그래도 앞으로 애 없이 산다는 게 말이 돼??
라더니
추가로
'애도 못 갖는...이라는 표현을 썼다.
결혼생활
6년 동안, 우리는 내내 싸우기 바빴고 서로 정 떼기 바빴지
한 번도 자녀 계획을 세운적이 없다.
게다가
그는 알코올중독이다.
매일매일 술 마시는 것도 싫고 과음 한 날에는 호텔식 침구였던 일명 바스락 이불에
열이 나는
몸을 얼마나
비벼대는지
그
소리가
거슬려서 잠에서 깰 정도였다
나는 처음에는 그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각방을 쓰자고 했는데,
그는 술이
너무나
좋고
그런
술을
끊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
그냥 독방생활을 선택했다.
근데 이제 와서 갑자기 웬
자식
타령인가??
보통의 경우 또는 아내를 정말 사랑한다면
"검사 결과 때문에
마음이 많이
힘들지? 그동안
몸이 많이
힘들었겠구나
.
.
라고 할 수 있는 남성분들은 많지 않겠지만,
그동안
몸이 아파왔고, 앞으로 더 아플 수도 있기에 수술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검사 결과를 말하는 아내에게
'
아이를 못 갖는 몸'으로 취급해 버리는 남편이 있을까??
만약
있다면,
결과는 뻔하게 될 것이다.
아내에게 마음의 비수를 꽂고서 존중을 받으며 살긴 힘들 것이다.
40년 평생을 자궁을 몸에 지니고 살아왔고 또 앞으로는 평생 자궁 없이 살게 될 여성에게
'아이 못 갖는...이라는 표현을 쓰다니
그는 그 코멘트 외에는 다른 말이 없었고,
거기에 더 실망한 나는
또 한 번 나의 이혼 기록장에 그에 대한
X표시를 더 만들어 버렸다.
자궁근종이 생긴 이유는
간단했다.
과음, 기름진 음식, 운동부족, 라면, 밀가루 같은 정크푸드 과섭취 그리고 아이스커피
후진국은 국가가 국민의 식생활을 관여하지 않지만,
우리나라처럼 의료보험 제도가 잘 되어 있는 경우에는 모든 먹는 제품에 재료성분과 영양소 함량들이 다 표기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전반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서 장수를 하며, 다른 의료 후진국 국가의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살면
원국가의 사람보다 최소 10년 이상 장수를 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내 병의 원인이 그와 아주 관련성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늘 저녁은 술 그리고 제대로 된 식사가 아닌 술안주류, 요리를 하더라도 술안주처럼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이었다.
쉬는 날 제발 5분 거리의 중앙공원에 가서 산책 좀 하자고 해도 귀찮다고 하던 그였다.
글을 쓰고 보니 참 핑계가 좋다.
그러나 속된 말로 빈궁마마가 된것에 후회는 없다.
그와 함께
붙어
있어야
했다
.
내가 잠깐이라도 눈앞에 사라지기만 해도,
그는 그 사이, 누군가에게 연락이 오면
바로 술 약속을 만들어 버렸다.
물에 젖은 스펀지처럼 묵직하던 몸이 용수철처럼 탁 튕겨져서 발딱 일어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보호자 동반 없이 혼자 병원 입원수속과 수술 동의서를 썼다.
요즘은
통합간호시스템 덕분에 사실 보호자의 케어는 필요하지 않다.
그냥 내 곁에 대화할 사람이 없을 뿐 그리고 아프다고 찡찡거릴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
그것뿐
난 그와 함께 산 이후로는 원래도 뭐든지 혼자서 했고, 혼자서 해결했기 때문에 별로 그의 부재를 아쉬워하지도 않았다.
수술 당일날, 수술실 앞에서 잠깐 보호자로 반 강제로 와 있는 그와 조우한 후에
눈을 깼고 수술 후 극심한 고통으로 울부짖으며 병실로 옮겨질 때 잠깐 그의 실루엣을 본듯하다.
당일 저녁
무통주사 덕분에 살았다.
소변줄을 제거하고
,
그
후부터는 유착을 방지하기 위해 열심히 걸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난 입원 내내 병실 복도를 이 악물고 걷고 또 걸었다.
거의
하루종일
.
.
.
그렇게 퇴원 후 집에 왔는데
집에 냥이들 털이 많은가 보다,, 자꾸 재채기가 나온다.
청소기를 돌리고 있는데,
갑자기 그가 들어온다.
시끄러운 청소기 소리에 보안키 누르는 소리도 못 들었다.
그렇다고
누워서 계속 환자놀이를 하고 있을 수 없지 않냐..
그런 나를 보더니
그는 말한다.
"어?? 멀쩡하네??
라고
수술 후, 무려 10킬로 이상이 빠졌고
몸이 날아갈 듯이 가볍다.
피곤한 적이 없다.
나의 몸이 이렇게 좋아지는 걸 안타까워하던 사람이 바로 그였다.
그는 내 자궁의 역할을 '아이 잉태' 로만 봤지,
내 건강과 생활리듬을 아주 엉망으로 망치고 있는 상태로 변한 것에는 공감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이제 더 이상 완전한 여자가 아니게 되었다.
그래서 이혼할 때
그는
내가 훗날 다른 남자를 다시 만나 재혼하게 되는 상황은
자신의 시나리오 안에 넣지 않더라.
오히려
그는 훗날 완전히 내 명의로 된 아파트의 가격이 오르거나 재건축을 해서 명품 아파트가 되는걸 더 걱정하고 배 아파했다.
귀여운 내 자식들
중성화 한 엄마
,
그리고
중성화한 2마리 냥이 녀석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중성화 안된 사람은 우리 집 사람이 될 수 없었다.
keyword
수술
이혼
불임
Brunch Book
일요일
연재
연재
기 센 아바타와 결혼과 이혼하기
02
웃고 떠들며 이혼하던 날
03
한국인 여자와 중국인 남자(1)
04
저는 중성화 수술을 했습니다.
05
이혼하고 더 잘 살고 있습니다
06
중국인 남편의 가출 그리고 실종신고
전체 목차 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