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무하 Apr 09. 2024

우리는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가?

반가운 사람들

오래전 나는 '지미 핸드릭스'에 빠져있었다.

손가락 끝이 까지도록 그의 리프들을 연습했다.

왼손으로 악수를 하며

"왼손이 심장에 더 가까우니까"라는

허세 쩌는 말도 따라 하며 살았다.


의 음악이 나의 세상이었다.


'레이먼드 카버'에 빠져 그의 대사를 외우고 다녔고,

홍콩영화에, 비트겐슈타인에, 고레에다 히로카즈에,

최근에는'골 때리는 그녀들'의 경서기에 빠져 지냈다.


무언가에 빠져 있으면 새로운 세계가 나타난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세상이 열린다.


다른 세상은 절대 보이지 않는다.




포토샵 같은 그래픽 프로그램은

여러 장의 '레이어'를 겹쳐 하나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평면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 다른 '레이어'에 산다.

여러 대의 영사기가 같은 배경위에 돌아가는 것과 같다.


나의 노모는 5분 전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과거와 미래는 없고, 현재만 존재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말이 통하지 않는다.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

모두 자신들 세상의 언어로만 얘기하고 있어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같은 '레이어', 아니 가까운 '레이어'의 사람을 어쩌다 만나면

반갑기 그지없다.


나와 말이 통하는 사람이 몹시도 그리운 세상이다.

이전 14화 여행 대신... 톡파원 25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