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의 글을 보며...
하나의 행위는,
그것이 아무리 순수한 것일지라도 정적 속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의 결과로써 또 다른 행위가 일어나 사건들의 연쇄 전체를 흔들어 놓는다.
이처럼 셀 수 없는 끔찍한 변화를 초래하며 계속 이어지는 행위에 대한 인간의 책임은 어디에서 끝이 날까?
'오이디푸스 왕'의 결말 부분에 나오는 긴 연설에서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부모가 없애버리고자 했던 어린 몸뚱이를 살려놓은 사람들을 저주한다.
그리고 형용할 수 조차 없는 악을 촉발했던 맹목적인 선행을 저주한다.
좋은 의도가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하는 행위들의 연쇄도 저주한다. 또 모든 인간 존재를 하나로 묶어서 비극적인 한 인류를 만드는 이 무한한 연쇄를 저주한다.
오래전 노트에 적어놓았던 쿤데라의 '커튼'에 나오는 <비극의 연쇄>라는 글의 일부이다.
쿤데라의 글은
글의 내용을 생각하기도 전에 거역할 수 없는 카르스마를 느끼게 한다.
마치 쿤데라 커튼 교향곡 5번 비극의 연쇄라는 음악을 듣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아니면 중세에 그려진 성화를 보는 듯 성스러운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이다.)
굳이 '나비효과'라는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인간의 행위는 또 다른 행위를 낳게 된다.
선의에 의해 이루어진 일들마저도,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고,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
누군가와 같이 살아가고 있는 한,
나는
나의 행동과 말,
그리고 나의 글을 소심하고 조심스럽게 세상에 올려놓는다.
나의 행동과 말과 글이 아무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고, 정적 속으로 사라져 버리면 좋겠다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