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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무하 May 16. 2024

그리움과 함께 사는 법

I'll See You in My Dreams

재직시절 신학기가 되어 학생들을 처음 만나는 날이면

나는 매년 칠판에 크게 


盲龜遇木(맹귀우목)

이라는 한자를 쓰고 수업을 시작했다.


불교 경전 잡아함경(雜阿含經)에 나오는 말이다.


망망대해 널빤지 하나가 떠 있다. 

눈이 먼 거북이 한 마리가 물속을 헤엄치다 물 위로 떠올랐을 때 

이 널빤지 구멍에 우연히 거북이의 머리가 들어갔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말의 깊은 뜻은 헤아릴 수 없지만 

(해탈의 어려움을 표현한 말이라고 한다)

인간으로 태어나 서로 만난다는 것은 

맹귀우목과 같은 확률을 가진다고 한다.


"우리는 맹귀우목의 확률로 오늘 만난 거야"

라고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애들은 관심 없다.



교사는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이별을 하고 산다.

매년 수백 명의 학생들을 만나고 또 헤어진다.

요즘에는 기간제 선생님들이 많아서,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던 선생님들과도 매년 이별을 해야 한다.

내가 정이 많아서(?) 그런지, 아님 인생을 잘 몰라서 그런 건지

이별이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별은 항상 서럽다. 

서러움은 항상 그리움으로 남는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그리움과 함께 사는 법'이라는 영화를 봤다.

원제는 

I'll See You in My Dreams인데

한국어 제목을 기막히게 지은 것 같다.


평생 키우던 반려견을 안락사시키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끝까지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되뇌게 한다.



정말 인간은 그리움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운명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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