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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무하 May 23. 2024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불편한 것들이 계속 생겨나지만,

그중 제일은 단어바로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어 실시간으로 지연 없이 나와줘야 대화가 매끄럽게 이어질 텐데 

한 템포, 아니 여러 템포 늦어진다.


그래서 대화가 점점 짧아진다.


비트겐 슈타인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상의 한계다."라고 했다.


나의 세상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사용하는 단어가 줄어들면 생각이 좁아지고, 삶은 단순해진다.

물론 단순한 삶이 불행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방송 PD이며  인 박해선은


<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 마라>에서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쉬운 말만 하고 살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다 잊고

100 단어만 쓰고 살자. 100 단어만.

손가락 수만큼만 숫자를 헤아리는

아프리카 어느 부족보다 당신이 더 행복하다 말할 자신이 있나요.

형용사 부사 조사가 없는 세상

당신은 형용사에 불편하고 나는 조사에 여있는 세상

그것들 다 버리면 못 살 것 같나요.


나를 진정 위로해 주는 글이다.




사는 건 단순하고, 소박하게

100 단어만 쓰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글이다.


글은 말보다 더 깊어야 한다.

글은 말보다 더 아름다워야 한다.

글은 말보다 더 품위 있어야 한다.

글은 말보다 더 정확해야 한다.

그래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글은 말보다


나보다 


오랫동안 살아남는다.


그래서 나만의 단어 사전을 만들고 있다.

글을 계속 쓰기 위하여.


가상(嘉尙)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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