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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무하 May 24. 2024

치매 어머니와의 한판 승부

매일 아침 '사랑의 블랙홀'

4년 전 치매 판정을 받은 신 어머니가 1년 전부터 <데이케어센터>에 다니신다.


그전에도 여러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매번 실패했다.


하루종일 집에만 계시는 것 보다

<센터>에 다니시는 것이

치매 진행을 늦추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강력한 충고와 권유가 있었다.

그래서 길고 긴 가족회의를 거쳐 계획이 세워졌다.


때마침 집 근처에 교회에서 운영하는 <데이케어센터>가 새로 문을 열었다.

바로 등록하고 작전이 시작됐다.


평생 집을 비우는 것을 금기시하셨던 어머니.

볼일이 있어 잠깐 나가셨다가도,

밥때가 되면 시부모 밥 차려 드려야 한다고 부지런히 집에 와야 했던 어머니.

시부모가 돌아가 후에아버지 식사를 챙기느라 집을 비우지 않으셨다.

차멀미가 심해 차 타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커서 여행은 거의 못 다니셨다.


그런 어머니를 하루 종일 <센터>에 머물러 있게 하는 것이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아침에 식구들이 모두 모여 약간의 트릭(?)을 사용해 센터에 모셔다 드리면,

하루 종일 집에 가야 한다고 역정을 내신단다.


식구들의 피나는(?) 노력 끝에

이제는 아침에 가시면 집에 간다는 얘기는 안 하신단다.

센터를 다니신 지 6개월 만에 얻은 성과다.

마침내.


어머니 머리에는 리셋버튼이 하나 존재한다.

버튼은 1분에서 5분 사이에 한 번씩 눌러진다.

전의 기억이 모두 사라진다.


지금도 매일 아침 어머니와의 전쟁은 반복된다.


" 이 늙은이를 어디 보내려고 하니?"

" 내가 허리가 아파서 꼼짝도 할 수 없단다."

" 내가 평생 고생했는데 이제는 쉬어야 하지 않겠니."

" 어디를 가라고?"

" 그곳이 어딘데?"

" 가서 뭐 하는데?"

" 누가 날 데리러 온다고? 여자니, 남자니?"

" 어디를 가라고?"

"가서 뭐 하는데?"


끝없이 반복된다. 나의 대답과 설명도 끝없다.


매일 아침 어머니의 방문을 열고 <센터>에 가셔야 한다는 말을 꺼낼 때

나의 각오는 비장하다.


마치 드래곤에게 잡힌 공주를 구하러 가는 심정.


귀가 어두우신 어머니는 항상 보청기를 끼고 계신다.

그래서 너무 크게 얘기하면 소리 지르지 말라고 화를 내신다.

너무 작게 얘기하면 못 알아들으신다.

적당한 목소리로 다정하게 설명해야 한다.


시간도 중요하다.

너무 아침 일찍 얘기를 하면 내가 먼저 지친다.

너무 늦게 얘기하면 <센터> 차를 놓치고 만다.


어렵게 <센터 >에 가기로 합의를 보면

션감각 뛰어났던 어머니는 옷을 여러 번 갈아입으신다.

매일 맘에 드는 옷이 없다신다.


매일 난이도는 별 하나에서 다섯 개까지 달라진다.

아주 가끔 

별 이유 없이 기분 좋은 날은 난이도 별 하나.(★)

잠을 푹 주무시지 못했거나,

허리가 좀 더 아프신 날을 난이도 별 다섯 개.

(★★★★★)

그런 날은 포기다.


그래도 나의 승률이 아직은 더 높다.

나의 승리가 90% 정도.


나는 오늘도 공주를 구하기 위해 무거운 철문을 연다.


오늘은 다행히 별 두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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