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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무하 May 26. 2024

이 세상에 없는 말

감정사전 <슬픔에 이름 붙이기>를 읽고

요즘에는 말하는 것만 들어보면 대충 연령을 추측할 수 있다고 한다.

MZ들이 하는 말과 아재들이 하는 말,

여자들이 하는 말, 노인들이 하는 말.


특히 MZ들의 특징은 신조어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나는 신조어를 좋아하지도, 잘 알지도 못하지만,

신조어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알 것 같다.


세상이 변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새로운 개념들이 생겨나고,

살아가는 방법들이 예전과 달라지니,

당연히 기존의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생기기 마련일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말이 필요하고,

또 바쁜 세상에 길게 말하기 어려우니,

간단하게 줄여서 말하려고 하는 것일 게다.

(다른 이야기지만 나의 인생 목표는 알. 잘. 딱. 깔. 센 하게 사는 것이다.)




하루키는 '메타포'를 잘 사용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예수님도 은유로 많은 말을 했다.

우리가 은유를 사용하는 이유는 사실과 좀 더 가깝게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이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이 있다.

<슬픔에 이름 붙이기>라는 감정사전을 저술한 작가 존 케닉이다.

그가 만든 단어 몇 가지 인용해 보면.


키르(keir) 명사 : 한때 집처럼 느껴지던 장소로 돌아가 수년 전의 사랑스러운 기억을 재현해보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밀랍 인형 박물관을 걷기라도 하듯 기묘한 기분만을 안겨줄 뿐인 불운한 시도.
이니티(innity) 명사 : 자신의 것이면서도 결코 자신의 것이 아닌, 삭막하면서도 집처럼 편안한, 영원하면서도 일시적인, 사람이 없는 방과 사람이 있는 방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장소인 호텔 방에서 늦은 밤에 느끼는 복잡한 고독감.
크리설리즘(chrysalism) 명사 : 뇌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실내에서 느끼는 양막과도 같은 평온함.
아멘뉴로시스(amenneurosis) 명사 : 밤중에 멀리서 들려오는 기차 기적 소리의 반쯤은 쓸쓸하고 반쯤은 도피적인 고통스러운 울부짖음.
히들드(hidddled) 형용사 : 비밀을 혼자서만 간직해야 한다는 사실에 외로움을 느끼는.
라이덴프로이데(leidenfreude) 명사 : 무언가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일시적으로 낮아지면서 느껴지는 역설적인 안도감. 정체불명의 주인공을 그만큼 응원하기 쉬운 어떤 약자로 뒤바꿔버린다.


그가 만들어 낸 수백 가지의 감정에 대한 신조어들을 읽는 내내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낀다.


내가 느낀 미묘한 감정들을 어떻게 알아채고 이런 단어들을 만들어 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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