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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무하 Oct 23. 2024

신의 고백(14화)

미국을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나라의 정부에서는 크고, 작은 회의들이 개최되었다.

재임이 말한 전 인류의 시한부 경고에 대한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회의 결과는 대부분 재임이 이야기한 신의 경고가 사실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었으나, 공식 입장을 발표한 나라는 한 나라도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 확실하지 않으니, 평상시와 같은 일상생활을 해 달라는 부탁만 계속 이어졌다.     

린제이는 자신의 사무실로 도형과 재임을 불렀다.     

“한 달 후로 결정 났습니다.”

아무런 설명 없이 린제이는 불쑥 말을 꺼냈다.     

“무엇이요?”

도형이 물었다.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     

“어떤 방법으로요?"

도형은 재촉하듯 연이어 물었다.

 "어디에서요?”     

“어떤 방법으로 증명할 것인지는 미리 밝히지 않았어요. 그 자리에서 바로 신과 대토론회를 벌이겠다고 하네요. 장소는 우리나라. 구체적인 장소는 미정이고요. 미국 방송사가 주관한다고 하고요.     

“미국 방송국이요? 그럼, TV나 인터넷으로 그 상황을 전 세계에 중계한다는 건가요?”

도형이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것도 미정. 곧 결정해서 알려주겠죠. 라이브 방송을 하든 안 하든, 모든 내용은 영상으로 남겨야겠죠. 처음에는 미국 측에서 두 분을 미국으로 보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지만, 우리가 어렵다고 거절했어요. 도형 씨 부인 문제도 있고 해서.”

린제이는 도형을 보며 미안하다는 듯이 말끝을 흐렸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형은 고개를 약간 숙이며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당연한 일이죠.”

린제이의 얼굴에 다정한 미소가 지어졌다.     

“어떤 방법으로 신의 존재를 증명할까요?

 궁금하네요. 재임이 너도 궁금하지?”

도형은 재임에게 물었다.     

“글쎄요.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확실한 방법이었으면 좋겠네요. 아무리 그래도 제 생각은 좀 부정적이에요.”

재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 생각도 서재임 씨처럼 부정적이긴 해요”

린제이도 고개를 저으며 재임의 말에 동의했다.     

“지금도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은 신의 존재를 믿고 있잖아요. 그 사람들이 자신들이 믿는 신은 거짓이고, 또 다른 신이 정말 존재한다는 것을 믿으려 하겠어요? 그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렇긴 하지만 미국에서 어떤 방법으로 증명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뭐 좀 아시는 것 없으세요?”

도형이 린제이에게 물었다.     

“미국의 수많은 대학의 석학들과 각 분야 전문가가 지금까지도 비밀 장소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고 해요. 언론이나 기자들, 일반 사람들까지도 회의하는 장소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하도록 특수 경찰들이 철통 경비를 서고 있다고 해요. 그게 제가 아는 전부에요. 차차 구체적인 정보들이 들어오겠죠. 두 분은 그냥 사실대로만 이야기하면 돼요. 맘 편하게 계셔요.”               

“모든 것이 신의 의도대로 이루어질까요?”     

재임이 또다시 의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제 생각도 역시 부정적이에요.”

린제이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예요.” 도형도 고개를 저었다.     

“신께서는 도대체 무슨 의도가 있으실까요?”

재임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참, 미국에서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어요.”

린제이는 불편한 표정으로 재임에게 이야기했다.     

“조건?”

재임이 어깨를 으쓱하며 되물었다.     

“검증 위원들의 목숨은 절대 보장해 달라는 거예요. 지금까지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은 신이 이야기하는 생명 에너지를 회수해 가는 일뿐이었잖아요. 사람이든 동물이든 간에.”

“그랬죠.” 재임이 대답했다.     

“그런데 그게 가장 확실한 방법 아닌가요?”

도형이 거들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검증 위원들은 그것을 걱정하고 있어요. 신을 검증하는 일에 참여했다가 자신들의 목숨을 잃게 될까 봐.”

린제이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 건 우리가 답할 내용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재임 씨가 신에게 확답을 얻은 후 답해주셔야지요.”     

“알겠어요. 제가 신과 접속한 후 바로 알려드릴게요.”

재임은 잠깐 생각한 후 대답하였다.     

“이른 시일 안에 부탁드릴게요.”

린제이는 공손한 말투로 부탁한 후, 화제를 돌리며 재임에게 물었다.     

“어느 날 갑자기 신의 소리가 들리신 거예요?”

재임은 린제이의 질문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재임은 도형의 얼굴을 쳐다보며 대신 대답해 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네. 어느 날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TV에서 나오는 소린 줄 알았대요.”

도형이 대신 설명해 주는 동안 재임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표현을 하고 있었다.     

“참 신기한 일이네요. 서재임 씨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선택된 분이군요. 마치 옛날 선지자들처럼.”

“그런 셈이죠.” 도형이 급하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며칠 후 재임은 신과 접속하여 검증단의 생명 에너지는 절대 가져가지 않겠다는 신의 약속을 받아냈고, 린제이는 이 사실은 미국에 바로 전달했다. 약속을 전달받은 미국에서는 검증단을 확정 지어갔다.     

늦은 저녁 무렵 도형이 아내 곁에서 얕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여교수의 간병인은 자신의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어디 가세요?”

도형이 놀란 듯이 물었다.     

“오늘은 집에 다녀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어.”     

“허락이요? 누구에게요?”     

“모르겠어. 어떤 젊은 여자가 이 병원에서 젤 높은 사람이래. 린다인지 린저인지 하여간 미국 이름이던데.”     

“아, 린제이요?”     

“맞아 린제이.”     

“직접 만나 보셨어요?”     

“아니 어떤 남자에게 물어보니, 자기가 허락을 받아보겠다고 하더니 갔다 오라고 하더라구. 그 대신 딱 48시간 아니면 다른 사람을 구한다고. 부드러운 말투로 협박을 하더군. 그래서 그런다고 했어.”     

“그동안에는요?”     

“담당 간호사가 좀 더 신경 써 준다고 하더군. 이 선생도 좀 신경 좀 써 주시고.”     

“저야 뭐 할 일도 없는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할 일이 없긴 왜 없어? 내가 보기엔 엄청 중요한 사람이던데. 대통령 같은 사람이나 만나구. 교수님 전담 간호사가 두 명이나 더 배정되었다고 했으니, 이 선생은 크게 신경 쓸 일은 별로 없을 거야. 그냥 오며 가며 한 번씩만 봐줘.”     

“걱정하지 마세요. 얼마 만에 집에 가시는 거죠?”     

“글쎄 한 일주일 정도?”     

“그래요. 잘 다녀오세요. 며칠 쉬시다가 오시면 좋은데.”     

“그러고 싶은데 이 교수님 나 없을 때 갑자기 떠날까 봐 걱정이야. 왠지 그렇게 보내면 몹시 내 맘이 속상할 것 같아서.”     

“정말로 정이 많이 드셨나 보네요.”     

“그런 것 같아. 남 같지 않네.”

“아주머니가 좋은 분이라 그런 거예요.” 

도형은 간병인의 어깨를 살짝 건드리며 웃었다.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구. 하여간 갔다 올 테니 이 선생도 잘 챙겨 드시구.”     

“고작 이틀 갔다 오시면서 인사를 너무 오래 하는 거 아닌가요?”

도형은 웃으며 말했다.     

“그런가?”

“어서 다녀오세요.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그래요. 이틀 후에 봅시다.”     

“네.” 도형은 병실 밖까지 간병인을 배웅했다.     

도형은 병실 밖에서 잠시 멈추어 섰다.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두 여자가 생기 없이 누워있는 병실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웠다. 3개월 이상이나 혼자 있던 그 병실에 오늘은 혼자 들어가는 것이 꺼려졌다. 병실 문 앞에 한참을 서 있다, 도형은 재임이 묵고 있는 병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갑자기 무서워 졌다구요?”

재임이 놀란 듯이 물었다.     

“어, 갑자기 무서워졌어.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마치 한밤중에 집에서 떨어진 화장실에 가야 하는 아이의 느낌이야.”     

“왜 그러실까? 갑자기 마음이 약해지셨나?”     

“오늘만 나랑 같이 있자.”

도형은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좀 이상하시네요.”     

“미안해. 오늘 딱 하루만. 우리 밤새 얘기나 좀 하자.”     

“그런데 혹시 배고프지 않으세요?”     

“배고파? 저녁 안 먹었어?”     

“네, 밥 생각이 없어서 건너뛰었더니 약간 출출하네요. 밥 먹기는 너무 늦었고, 뭐 간단하게 먹을 거 없을까요?”

“그래? 사발면 먹자. 같이 먹어줄게. 휴게실 가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가져갈게.”     

도형은 사발면 두 개와 작은 김치통을 들고 재임을 처음 보았던 휴게실로 갔다.     

“이곳에서 너를 처음 봤었지.”

도형은 감회가 새롭다는 듯이 사방을 둘러보았다.     

“아, 여기였군요. 저에게 소리 지르신 곳이.”     

“그래. 저 창문이야. 저렇게 작은 창문을 통해 너를 보았고, 또 만나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지. 내가 여기서 너를 보았기 때문에, 우리 인류의 종말도 3년 후로 미루어진 거잖아. 안 그랬으면 우리 인류는 지금쯤 모두 사라지지 않았을까?.”     

“지금 선생님이 인류를 구원하셨다고 이야기하시는 거예요?”

재임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사실이니까”

도형도 웃으며 말했다.     

“어쩌면 이 지구상에 저 혼자 살아 있었을 수도 있어요.”

재임은 다시 정색하며 말했다.     

“그럴 수도 있었겠네. 신이 외계에서 온 너의 영혼을 데려가지 않는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에요.” 도형은 고개를 저었다.     

“가끔 영화 같은 데서 지구에 혼자 살아남은 사람들이 나올 때가 있잖아. 나도 생각해 본 적이 있지. 나 혼자 지구에 혼자 살아남았다면 난 어떻게 살아갈까? 하고 말이야.”     

“어떻게 살아가실 것 같으세요?”     

“글쎄. 늙어 죽을 때까지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혼자서는 한 일 이년 정도밖에 살 수 없지 않을까? 모르지 혼자 사는 것이 적응되면 더 오래 살지도.”     

“난 바로 죽었을 거예요.”     

“살아보지도 않구?”     

“저도 지구인의 몸을 가지고 있어서 지구인들처럼 변했나 봐요. 지구인들은 의미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요. ”     

“그렇지. 사람들은 무슨 일에도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

“또 한 가지 지구인들만의 특징은요 자신이 느낀 의미를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야 비로써 정말 의미가 생긴다는 거예요. 혼자만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의미하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순간 정말 의미를 가지게 되는 거 같아요.”     

“그렇지. 인간들은 다른 사람 없이는 살기 힘든 존재지.”     

“선생님을 만난 것은 정말 운명적이에요. 이 작은 휴게실과 저 좁은 창문도 제겐 의미가 넘치는 것들이고요.”     

“그렇지. 이곳이 우리들의 성지인 셈이군.”     

두 사람은 서로의 중요성을 생각하며 미소를 나누었다.     

그때 낯익은 얼굴의 한 여자가 휴게실로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도 작은 컵라면 하나가 들려있었다.     

“두 분 다 여기 계시네요. 여기서 보니 좀 반가운데요.”     

여자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옆 테이블에 놓인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 린제이 여?”     

“왜요? 저를 못 알아 보셨어요? 제가 쌩얼이라? 그렇게 화장을 심하게 하고 다녔나?”     

“그런 건 아닌데 처음에는 몰라봤어요. 낮에 보이는 모습하고 많이 달라 보여서요.”     

도형은 지금의 모습이 더 예쁘게 보인다고 말했다. 

재임도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표현을 했다.     

“퇴근 안 하세요?” 도형이 물었다.     

“저 퇴근 안 한 지 벌써 일주일도 넘었어요.”     

“그럼 앞으로도 계속 여기 계실 거예요?”

 도형이 계속 물었다.     

“이제는 거의 적응 됐어요. 집에 가봐야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요. 지금 내가 퇴근하는 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지금 인류의 종말이 오느냐 마느냐 하는 중요한 시기에 다른 뭐가 더 중요하겠어요?”     

“설마 우리를 감시하기 위해서 여기서 계시는 것은 아니죠?"

도형이 농담처럼 웃으며 말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죠. 어찌 되었든 두 사람 곁에 있으라는 명령을 받았으니.”     

“누구의 명령이요? 대통령?”     

“나라의 명령.”

여자는 작은 소리를 내며 웃었다.     

“혹시 비상사태가 터지면 우리 둘을 죽여버리라는 명령을 받은 것은 아니죠? 하긴 그렇다 하더라도 얘기하지 않으시겠지만.”     

“선생님은 영화를 많이 보셨나 봐요. 아니 소설가라 상상력이 뛰어나신가?”     

“내가 만인 미국 대통령이라면 지구의 혼란을 막기 위해 한두 사람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닐 것 같은데. 혹시 린제이 여 씨는 미국에서 보낸 분 아닌가요?”     

“오, 예리하시네요. 미국에서 오긴 왔지만, 두 분을 죽이러 온 것은 아니에요.”     

“원래 대통령과 일하고 계셨던 것이 아니라 이번 일 때문에 오신 거죠? 우리 때문에?”     

“맞아요. 그런 셈이에요. 한국 정부에서 요청해서 오긴 했지만, 미국 정부에서도 부탁을 받긴 했죠.”     

“미국은 어떤 부탁을 했어요?”

도형은 진짜 궁금한 표정을 했다.     

“두 사람의 정신 상태? 심리상태 등을 정확하게 분석해 보라고.”     

“아 린제이 여 씨는 의사예요? 정신과 의사?”     

“네. 비슷한 거예요.”     

“어려 보이시는데.”     

“그렇게 어리지는 않아요. 이 선생님이랑 비슷할걸요?”

“아 정말이요? 저는 서른아홉인데.”     

“알고 있어요. 두 분의 개인정보는 어느 정도 가지고 있거든요. 지금 그런 얘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린제이는 말을 흐렸다.     

“그래요. 새로운 정보 좀 이야기해 주세요. 방송에서는 매일 똑같은 얘기만 계속 나오고 있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요. 최신 고급 정보가 필요해요.”     

“이번 미국에서 준비하고 있는 신의 존재 증명 프로젝트요.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거의 결정이 된 것 같아요. 총 기획자는 라비 제이콥 박사. 펜실베니아 영문학 교수에요. 유대인이데, 물론 국적은 미국이죠.”     

“어떤 식으로 진행한대요?”     

“정확하게는 저도 모르죠. 극비로 진행하고 있으니. 하지만 꽤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것 같아요. 최소 백 명은 넘을 것 같아요.”     

“뭔 사람이 그렇게 많이 필요할까요?”     

“이번이 마지막이니까요. 이번에는 확실하게 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어요. 서재임 씨 말에 조금이라도 허점이 보이면 사기꾼으로 몰리게 될 거예요. 그러니 두 분도 준비를 철저하게 하시는 게 좋아요.”     

“제가 뭘 준비해야 할까요? 저는 그냥 신의 이야기만 전달하면 되지 않나요?”

재임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맞아. 너는 준비할 거 없어. 그냥 마음만 편하게 가지면 돼. 건강도 좀 챙기고.”

도형이 재임에게 말하는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원래 미국에서 태어나셨어요?”

도형은 린제이에게 화제를 바꾸듯이 갑자기 물었다.     

“네. 한국에 자주 오긴 했지만.”     

“그런데 한국말을 완벽하게 하네요.”     

“당연하죠. 집에서는 한국말만 써야 했으니까요.”

“부모님이 교육을 잘하셨네요.”     

“어쩔 수 없이 미국에 살고 계시지만, 항상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셨어요. 이번 일이 터지면서 벌써 한국으로 오실 준비를 하고 계세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을 수도 있으니. 미국 검증단이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면 바로 오시겠죠.”

“절대 거짓이 아닙니다. 정말 신은 존재하고 우리는 3년 후에 모두 신과 하나가 되어야 해요. 분명한 사실이에요.”

재임은 약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알아요. 지난번 대통령 앞에서 서재임 씨가 신과 소통할 때 저는 이미 알았어요. 재임 씨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요. 그러니 그렇게 흥분하지 마세요.”

여자는 재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웃었다.     

“아니 흥분한 게 아니구요. 확실한 증거를 보고도 사람들이 믿지 못하니 답답해서 그러는 거죠.”

재임은 다시 미소를 찾았다.     

“한국 이름이 희주라고 하셨나요 여희주?” 도형이 또다시 화제를 바꿔야겠다는 듯이 물었다.

“네. 여희주.”     

“희주 씨? 혹시 앞으로 희주 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편하실 대로 하세요. 희주도 좋고 린제이도 좋고.”     

“알겠어요. 얘기하느라 컵라면도 못 드셨네요. 얼른 드세요. 저는 아내에게 가봐야 해서.”     

“네. 얼른 가보세요.”     

도형과 재임은 먹다 만 사발면 국물을 비우고 두 여인이 의식 없이 누워있는 병실로 돌아왔다.

“졸리지 않아?”     

도형이 재임에게 물었다.     

“아니요. 아직 열 시밖에 안 됐는데요?”     

“그런가? 아까는 이 방에 들어오는 것이 무서웠는데 이제는 또 괜찮네. 졸리면 방에 가서 자.”     

“아 진짜요? 오늘은 선생님이랑 밤새워서 얘기하려고 했는데 아쉽네요.”     

“아 그래? 너만 피곤하지 않으면 나 좋지. 그런데 우리가 밤새워 할 이야기가 있나?”     

“많지요. 저는 며칠 동안 계속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동안 너무 말 못 하고 살아서.”     

“뭐 시간은 많으니까 하고 싶은 얘기 다 해. 다 들어줄 테니.”     

“감사해요.”     

“저분은 오늘 혼자 계시네요.” 재임은 옆 침대에 누워있는 늙은 교수를 눈으로 가르켰다.     

“간병인 아주머니가 계속 집에도 못 가고 여기서 지내시다가 아까 집에 가셨어. 이틀 동안 휴가받으셨데.”     

“그동안은 누가 돌봐드려요?”     

“담당 간호사가 새로 배정됐나 봐.”     

그 순간 처음 보는 간호사가 가벼운 노크와 함께 병실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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