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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무하 Oct 23. 2024

신의 고백(15화)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 교수님 담당?”

도형은 친절한 말투로 간호사에게 친근감 있게 눈인사를 했다.     

“네. 두 분이 같이 계시네요. 얘기 많이 들었어요. 두 분이 엄청 중요한 분이시라는 것을.”     

“누가 그런 얘기를 해요?”

도형이 웃으며 물었다.     

“지금 이 병원이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장소잖아요. 두 분 때문에. 

만나 봬서 영광이에요. 참, 이 환자분은 내일 다른 병실로 옮길 거예요.”     

“아 진짜요? 왜요?”

도형이 놀란 듯 물었다.     

“저는 잘 모르죠. 하여간 내일 다른 병실로 옮긴다는 얘기만 들었어요.”     

“그럴 필요 없는데. 이분도 오랫동안 같이 있어서 정이 많이 들었는데. 

간병인 아주머니하고도 그렇구. 계속 여기 계시면 안 될까요?”     

“저는 권한이 없어서...”     

새 간호사는 들고 있는 챠트지에 뭔가를 기록하고 눈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냥 여기 계셔도 되는데.”

도형은 정말 서운한 마음이 밀려왔다.     

“또, 이별이네.”     

“선생님 좀 더 편하게 계시라고 배려하는 거겠죠.”

재임이 위로하듯 말했다.     

“난 정말 괜찮은데.”     

“간호사가 지금 왔다 갔으니 한 참 있다 들어오겠죠?”

재임이 도형을 보고 물었다.     

“왜?”     

“저분하고 얘기 좀 해볼까 하구요.”

“아. 맞다. 지난번 저 교수님하고 얘기하려다가 신의 음성을 들은 거지?”     

“네 그랬죠.”     

“다시 시도해 보고 싶어?”     

“네. 이제는 점점 익숙해지고 있어요.”     

“뭐가? 텔레파시로 소통하는 거?”     

“네.”     

“그래? 그럼 빨리 한 번 해볼까? 간호사 들어오기 전에?”     

“그래요. 오늘은 금방 끝낼 거에요.”     

재임은 여교수 앞에 앉아 눈을 감았다.     

“손을 안 잡아도 돼?”     

“네. 괜찮아요.”

도형은 긴장했다. 

수 분간 침묵이 흐르고 도형의 재임의 감은 눈에서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도형은 재임이 교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형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유령을 만난 사람처럼 약간의 공포감마저 들었다. 

재임의 이마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15분 정도가 흐른 뒤에 재임은 눈을 떴다. 큰 한숨을 내쉬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아냈다.     

“만났지?”

 도형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수고했어. 잠깐 쉬어. 물 한 잔 줄까?”     

“네.”

“원래 텔레파시로 대화할 때 그렇게 힘이 들어?”     

“아니요. 원래는 말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죠.”     

“그런데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 거야?

에너지가 엄청나게 소모되는 것 같은데.”     

“아직 지구인의 몸을 가지고 텔레파시로 대화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엄청나게 집중해야 하거든요. 점점 나아질 거예요. 지금도 처음 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다행이군. 그나저나 교수님과 이야기해 봤어?”     

“네. 이분 보호자나 가족이 있나요?”     

“아니. 가족은 없고 미국에 있는 조카가 유일한 가족이라고 들었는데. 그 조카가 간병인 아주머니에게 매일 전화를 해서 상황을 물어본다고 했어. 간병인 비용도 그 사람이 부담하는 걸로 알고 있어.”     

“그 사람이 이분 아들이래요.”     

“뭐? 정말? 조카가 아니라?”     

“네. 이분이 젊었을 때 사생아로 그 아들을 낳아 미국으로 입양을 보냈다는군요.”     

“이것은 또 무슨 사연인가?”

도형은 이 세상은 온통 슬픈 사연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아들도 이분이 자신의 엄마라는 것을 알고 있대?”     

“아니요. 그냥 이모라고 알고 있대요. 친모는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왜? 사실을 말할 수 없었나 보네.”     

“그랬나 봐요. 이분 죽기 전에 아들을 꼭 보고 싶다는데요.”     

“죽기 전에? 이분 수명이 얼마 남지도 않았고 아들이 온다 해도 깨어날 수도 없을 텐데?”     

“그래서 자기는 죽을 수 없데요. 꼭 깨어나서 아들에게 사실을 얘기하고 용서받고 싶다고 했어요.”     

“어려운 이야기네. 지금 어떤 상황인지 얘기해 줬어? 지구의 신이 지구인들에게 3년의 세월만 허락했다구? 이제 지구인들에겐 3년의 시간 밖에 남아 있지 않다구?”     

“말씀드렸어요.”     

“그래도 아들을 보고 싶데?”     

“네.”     

“그래서 너에게 어떤 요구나 부탁을 했어?”     

“자신이 죽게 놔두지 말아 달래요. 어떤 방법으로든 깨어날 수 있게 도와 달라고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그냥 알았다고 했어요. 뭐 다른 수가 없어서.”     

“이 분 내일 다른 병실로 옮긴다고 했잖아.”     

“선생님이 부탁을 한 번 해보세요. 계속 여기 계시게 해달라고.”     

“누구한테?”     

“린제이?”     

“그 사람이 그럴 능력이 있나?”     

“현재 이 병원에서 제일 높은 사람 같은데요? 아니더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글쎄 부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분을 계속 살아있도록 할 수는 없잖아.”     

“그렇죠. 이분의 수명은 의사들도 어쩔 수 없을 테니.”     

도형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재임에게 물었다.     

“신에게 부탁드려보면 어떨까?”     

“신에게요? 무엇을요?”     

“이분의 수명을 조금만 연장해달라고.”     

“그게 가능할까요?”     

“가능하지 않을까? 명색이 신인데?”     

“자신은 전능한 신이 아니라고 했잖아요. 아무 능력도 없다고.”     

“난 믿을 수 없어. 뭔가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그냥 에너지 덩어리는 아닐 거야.”

도형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재임을 보았다.

“그 건 저도 모르죠. 아마 신 자신도 모를걸요?”     

“그럼 해보라고 해봐. 이분 아들도 못 보고, 그냥 돌아가시면 한이 될 텐데. 편히 죽지도 못할걸?”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이분이 아니잖아요. 이분과 같은 사연을 가지 사람들이 지구상에 얼마나 많겠어요.”     

“정말 데우스 엑스 마키나네. 갑자기 신이 내려와서 지구의 모든 드라마를 다 끝내 버리는 것.”     

“알았어요. 나중에 이야기해 볼게요.”     

“아직도 힘든가 보네. 이제 나 혼자 있어도 괜찮으니 너의 방에 가서 좀 쉬어.”     

“아니에요. 오늘은 같이 있기로 했잖아요. 여기서 자고 갈게요.”     

“불편할 텐데. 여기 보조 침대가 생각보다 편하지 않아. 나야 적응이 돼서 괜찮지만.”     

“고시원 침대보다 여기 보조 침대가 더 편해 보이는걸요.”     

“설마.”     

“그냥 얘기나 좀 해주세요. 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     

“지금 잘살고 있는데 뭘.”     

“그냥 생존만 하는 거죠. 사회생활은 못 하고 있잖아요.”     

“우선 너의 상태부터 정리를 좀 해보자.”     

“제 상태요?”     

“지금 기억은 모두 돌아온 거야?”     

“모두 기억나는 것은 아니구요. 한 50프로 쯤이요.”     

“그럼 자기 행성에서 살았던 기억이 50퍼센트 쯤 생각이 났다구?”     

“그럼, 지금 기억나지 않는 건 뭐야?”

“우리 행성에서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올 때는 지구에 도착하면 우주선에서 가져온 장치를 이용하여 지구인의 몸을 복제하여 우리의 뇌를 지구인의 뇌와 교체할 계획이었어요. 만약 지금 내가 가지고 이 몸이 지구인의 몸을 복제한 것이라면 지금 나의 뇌는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뇌일 거에요. 우리 행성 사람들의 뇌가 지구인의 뇌보다 조금 작았거든요.”

“뇌를 이식하고, 몸을 복제하고 하는 일은 누가 해주었는데?”     

“우리 우주선에 과학자들이 많이 타고 있었어요. 수천 명의 이주민이 지구에서 살기 위해 왔거든요. 그런데 지구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에 우주선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아요. 갑자기 큰 폭발의 충격에 의해 정신을 잃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깨어난 것이 지구인의 몸으로 산속에서 깨어난 거였어요.”     

“너가 살던 그 행성에서는 지구에 대하여 알고 있었어?”     

“당연히 알고 있었으니 지구로 왔죠. 지구인들의 삶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조사를 해왔어요.”     

“외계인 납치설. 그 게 사실이었다는 거야?”     

도형은 말이 안 된다는 듯이 쓴웃음을 지었다.     

“어찌 되었든 지금 네가 타고 온 우주선이 어디 있는지, 같이 온 수많은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는 거잖아. 그렇지?”     

“네. 우주선이 폭발하면서 모두 죽었을 가능성이 크죠.”     

“너만 유일하게 살아남았구?”     

“네.”     

“그런데 어떻게 너가 지구인의 몸을 가지고 있는 건데?”     

“그건 모르겠어요.”     

“그럼, 그 이야기로만 보자면 네가 외계인이 아니라 지구인일 가능성도 가지고 있는 거네.”     

“저의 기억들은요?”     

“그건 모르겠지만 너의 뇌에 문제가 생겨 외계인이라는 생각과 기억이 생겼을 수도 있잖아.”     

“신께서도 내가 가진 생명 에너지가 자신에게 떨어져 나간 생명 에너지가 아니면 자신에게 올 수 없다고 하셨어요.”     

“신이 너에게 외계인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다고?”     

“그건 아니구요. 신에게 제가 이야기 한 거죠. 나는 외계에서 온 존재라고.”     

“그러니까 네가 지구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거잖아.”     

“그럴 가능성 0%는 아니죠. 하지만 내가 지구인이라면 난 완전한 정신병자인 거죠. 처음에 내가 깨어났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죠. 지금은 내가 외계에서 온 존재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하여간 내가 볼 때는 지구인일 가능성이 커.”     

“저의 텔레파시 능력은요?”     

“텔레파시를 할 수 있는 지구인일 수도 있잖아.”     

“솔직히 말하면 저도 지금은 선생님 말씀처럼 제가 지구인이기를 바라고 있어요. 만일 지구인들이 모두 사라졌을 때 나만 혼자 살아있어야 하고, 또 내가 죽더라고 내 영혼은 신에게 가지 못하고 우주를 혼자 떠돌아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 건 너무 무서운 일이에요.”     

“그러니까. 우리 서재임이 지구인이라는 증거를 찾아보자.”     

“아니에요. 저는 분명 외계에서 온 존재에요. 기억이 너무 생생해요. 내가 그곳에서 살았던 수십 년 동안의 세세한 기억들. 그 수 많은 기억이 갑자기 내 머릿속에 들어올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너가 지구인이든 외계인이든 지금은 지구인의 몸을 가지고 있으니 난 그냥 특별한 능력을 지닌 지구인으로 생각하고 싶어.”     

“저의 기억이 모두 돌아오면 아마 알 수 있겠죠.”     

“머지않아 기억이 돌아오겠지?”     

“ 그랬으면 좋겠어요. 좀 무섭기도 해요. 제가 아직 기억 못 하는 것 중에서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지.”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다. 그것도 공상과학 소설 같은. 너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도 재미있겠다.”     

“나중에 저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하나 써 주세요.”     

“이제 우리에게 3년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거 기억해?”

“그렇군요. 이 아까운 시간을 소설 쓰느라 허비할 수 없겠죠.”     

“하긴 뭐 특별히 할 것도 없는데, 그냥 소설 쓰면서 남은 생을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소설을 쓰고 죽더라도 읽어 줄 사람이 없잖아요.”     

“자기만족이지 뭐.”     

“그런가요?”     

“우리가 무슨 얘기 하다가 여기까지 왔지? 첨에 나에게 무슨 얘기를 해달라고 했었지?”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이요.”     

“그것은 신에게 여쭤봐야지. 나도 알고 싶은 거야.”     

“그래도 선생님 생각이 있잖아요.

어떻게 살아야 좋은 삶인지.”     

“아니. 난 잘 몰라.”     

“그래도 선생님 생각을 얘기해 주세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 해주실 거 아니에요.”     

"아니, 난 학생들에게 그런 얘기는 거의 안 한 것 같아.“     

“아주 오래전에, 내가 20대 초반에 교회에서 주일학교 선생님을 한 적이 있었어.”     

“아. 선생님도 크리스천이에요?”     

“지금은 아내 때문에 교회에 못 나가고 있지만, 아내 사고 나기 전에는 일요일마다 교회에 나가긴 했었지. 믿음이 좋은 성도는 아니었지만.”     

“그런데요?”     

“20대 초반에는 삶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순진하기만 했던 것 같아. 마치 인생은 어린왕자에 나오는 대사처럼 생각하고 살았었던 것 같아. 그래서 교회 학교 선생님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살아야 하고 저렇게 살아야 한다고 참 많은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아. 그러다 많은 시간이 흘러 난 중학교 선생님이 되었지. 생각하는 것도 많이 바뀌고 인생에 대해서도 더 많이 깨닫게 되었지. 그즈음에 옛날 교회에서 내가 가르쳤던 여학생을 오래간만에 만나게 되었는데 내가 교회 학교에서 그 학생에게 했던 이야기를 다 기억하고 있는 거야. 그때 내가 해주었던 말들이 좋아서 그 말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 거야. 

난 이미 생각이 바뀌어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너무 미안해서 그때 내가 했던 말은 모두 다 잊고 살라고 얘기했지. 

그래도 나 스스로는 충격을 좀 받았었지. 그래서 그때 결심했지. 

남의 삶에 영향을 주는 행동이나 말은 함부로 하지 말자고.      

그래서 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어. 

그냥 학생들과도 인간과 인간으로 만나 대화를 할 뿐이지 선생님이니까 뭐든지 다 가르쳐줘야 한다는 생각은 이미 사라져 버렸어.

교사는 학생들을 보호하는 사람이지 인생을 가르쳐야 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그래서 난 너에게도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아.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의 삶이 바뀌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아.”     

“좋은 영향은 괜찮은 거 아닌가요?.”     

“좋은 영향인지 나쁜 영향인지 알 수 없잖아. 신은 아시려나?”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신은 선생님이 생각하시던 신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지. 너의 전지전능하지 못한 신이 원망스럽다.”     

“아직도 모르죠. 저와 대화하고 있는 신을 또 창조한 신이 또 존재하는 지도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그러니까 내 생각을 알려고 하지 말고 네가 살았던 곳의 사람들에 대하여 말 좀 해줘. 내 소설도 지금과 다른 인간을 삶을 이야기 하고 싶어서 쓰고 있는 거니까.”     

“글쎄요.”     

“뭐가 큰 차이라고 생각해? 지구인과 외계인의 차이. 삶의 차이점.”     

“차이는 엄청나게 크죠. 기본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다르니까요. 우리는 모두 공장 같은 곳에서 태어나요.”     

“아 진짜?     

도형은 또다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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