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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선희 Jul 03. 2023

결혼적령기에 연애를 포기했던 이유

선택적 비혼주의

  28살, 29살, 30살, 그리고 31살. 

여자의 결혼 적령기라 할 수 있는 이 황금 같은 나이에 나는 연애를 포기했다. 비혼주의도 아니고 비연애 주의도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27살에 해외 취업에 성공하여 31살까지 외국에서 생활을 했다. 물론 외국에서도 연애하고자 했다면 충분히  수가 있었다. 해가 지날수록  주변의 국제 커플 수는 계속 증가했고 국제 부부까지  커플이나 생겨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외국인을 만날 생각이 없다' 일념 하에 모든 기회를 차단했다. 그리고 내가 이런 생각을 가졌던 데에는 나름의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의사소통 문제였다. 한국말로도 소통하기가 어려운 게 남녀사이다. 그런데 부족한 내 외국어 실력으로 결혼까지 할 만큼 깊은 대화가 오갈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둘째로, 나의 고지식한 마인드도 한몫했다. 옛날 사람인 우리 엄마마저도 티브이에 나오는 국제 부부들을 보며 외국인 사위도 괜찮을 것 같다 말하지만 그럴수록 나의 반발심만 키웠다. '결혼은 당.연.히 한국인과 해야지'라고 말하는 나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셋째로, 결혼 목적이 아닌 연애는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다. 어차피 외국인과 결혼할 생각이 없는데 외국인과 연애를 시작해서 뭐 하나 싶었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약 4년 가까이 선택적 솔로로 지냈다.



 연애를 포기했던 진짜 이유

 그런데 최근에서야 내가 외국에서 연애를 포기했던 진짜 이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당시의 나는 외국에 나가  경험도, 동종 업계에서 일해본 경험도, 외국인과  경험도 전혀 없었다. 모든 것이 처음인 낯선 상황에서 '과연 내가  해낼  있을까'하는 걱정과 불안들로 가득했고 말도   통하는 외국에 여자 혼자 살아내야 한다는 현실은 원래도  많던 나에게 안전의 위협을 느낄 만큼 공포스러운 일이었다.

 이런 위협의 상황에서 아마도 나는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편하고 쉬운 방법이 연애를 차단하는 것이었다. 미래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르는 연애라는 변수를 해외에 있는 동안 없애버리는 것이 마음 편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었다면 과연 연애를   있었을까?

 해외에서는 낯선 환경이 나의 안전을 위협했다면 한국에서는 '돈 문제'가 나의 안전을 위협했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돈이 없을 때도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기 어렵다. 그런데 만약 내가 한국에서 계속 직장생활을 했더라면 수중에 얼마만큼의 돈을 모을 수 있었을까.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애는 사치에 불과하다. 적어도 스스로를 부양할 수 있을 만큼, 내가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까지는 우선 돈을 모아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한국에서도 연애를 차단하는 생존전략을 취해야만 하지 않았을까.  



 결혼 적령기에 나는 연애를 포기하고 싶어서 포기했던 것이 아니고 살아남기 위해 연애를 포기했던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결혼 적령기의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안쓰럽다. 그러니까 결혼 적령기에 연애  하냐, 결혼  하냐는 질문은 하지 않기로 하자.



#남의 속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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