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아줌마의 불안증 투병기 3
몇 년 전 허리디스크가 심했을 적에도 나는 정말 친한 사람 아니면, 아프다는 걸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누군가가 만나자고 하면 급한 일 아니면 그냥 약속을 취소했다. 30분 이상 앉아있으면 통증이 오는데, 그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게 잘못된 거라 생각했다.
몇 달 전부터 병원에서 상담을 다니면서, 나에 대해 알게 된 한 가지가 바로 이거였다. 나는 내 상태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것 혹은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진다는 거다. 내가 아픈 것은 잘못이 아닌데, 그리고 상대가 이해를 해줄 지도 나의 책임이 아닌데 지레 죄책감을 가지고 말하지 않는 거다. 그러니 지금 병원에 다니는 것, 내가 불안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쉽사리 말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약을 매일 먹어야 하기에 남편과 아이에게는 이야기를 하고 이해를 구했다. 특히 아이가 걱정을 많이 할까 봐 조심스럽게 말했고 다행히 큰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안심하는 듯했다. 그리고 나를 아끼고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말해야 할 거 같아서, 얼마 전 딱 네 명의 지인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중 두 명은 10년도 넘게 나를 알고 있던 이들이고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떠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아는 친구들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오히려 예전에 내가 보였던 행동에 대해 다시 한번 기억해보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혼자 놀랐던 것은, 모두 내 이야기를 너무나 진심으로 잘 들어주었다는 거다. 누구나 하는 걱정을 크게 부풀리는 징징거림으로 받아들이지도, 쓸데없는 걱정으로 치부하지도, 근거 없는 충고를 하지도 않았다. 모두 내 마음에 대해 함께 생각해봐 주고 더 알아보고 이해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내 이야기만 하게 되어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나의 상태를 계속 말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나 혼자 지레 걱정해서, 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하지 않았던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시간을 거의 내 이야기만 하면서 토해내듯 떠들어도 이렇게 경청해주고 나만큼 아파하고 걱정해주기도 하는 데 말이다. 40이 넘어서 그리고 아파보니, 사람들에 대한 나의 생각이 일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거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족에게도 나의 상태를 이야기하지 못하고, 이렇게 그저 글로 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제는 이게 배려라기보다는 감정 표현을 편하게 하지 못하는 내 문제라는 것을 안다. 이 문제가 당장 편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오늘은 글로 나의 마음을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