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는 늘 꿋꿋했다. 게임을 하다 소극적인 플레이에 우리가 뭐라고 할 때에도, 연애를 좀처럼 하지 못해 우리가 뭐라고 할 때에도, 봉주는 뭐라고 하는 법이 없었다. 가끔 소주 한 잔에 시뻘건 얼굴로 '내가 마 알아서 할게'라고 얘기하던 게 전부였다.
봉주의 연애사는 우리에게는 전설로 전해진다. 소개팅을 하고 하루를 참지 못해 그날 밤 전화를 걸어 고백하던 일이며, 마음에 둔 회사 직원의 이름을 알아내 피자를 배달시킨 일이며, 봉주는 늘 알아서 실패의 불구덩이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태어나서 연애를 한 번 못해 본 봉주였지만 봉주가 사랑을 쉬는 법은 없었다. 학교 친구건 직장 동료건 페북 추천 친구건 봉주는 모두 사랑했다. 카페 알바를 하면서는 맞은편 카페의 알바생을 사랑했었다. 봉주는 정말 이름처럼 사랑에 있어서는 마라토너였다.
굴곡진 연애사와 달리 봉주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우리 중 가장 먼저 일을 시작한 것도, 가장 많은 직장과 알바를 경험한 것도 봉주였다. 매번 사랑을 했다지만 그곳은 봉주가 혼자 사는 법을 배운 곳이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형이 유일한 가족이던 봉주는 어린 나이부터 제 돈으로 학교를 다니고 제 돈으로 피시방도 왔다. 가끔은 그 사실을 잊고 봉주 돈으로 게임을 한 적도 많았다. 그 때문일까. 봉주는 아직도 아픈 손가락 같다.
그랬던 봉주가 오늘 결혼을 한다. 첫 연애가 결혼까지 이어졌단다! 처음에는 가짜뉴스가 난무했지만, 곧 우리는 그렇게 무수한 실패 뒤에 찾아온 단 한 번의 성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간 오욕의 연애사를 안주 삼던 총각들의 술자리가 다소 민망해졌을 뿐.
신부는 봉주처럼 착한 사람이라고 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 친구를 만나기 위해 봉주는 그토록 기다렸나 보다. 봉주는 아마도 잘 살 것이다. 언제나 사랑에 올인하던 친구였으니까. 아픈 손가락 같던 봉주가 오늘은 처음으로 주인공 같았다. 너무나 멋진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