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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냥꾼의섬 Jan 25. 2023

네 번째 날

리스본


지금 리스본을 떠올리면 아름다운 외모보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지금은 사라진, 영광스러운 과거를 가진 한 사람처럼 보인다. 동시에 뭔가를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그런 도시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스페인의 어느 도시보다도 포르투갈의 도시들이 좋았다. 사실 리스본은 그렇게 좋지 않았는데, 스페인의 도시들과 비교하면 괜찮았던 거 같다. 스페인보다 더 질서가 있었고 더 정리가 된 그런 나라. 사람들은 좋은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알프스 근처의 이탈리아 북부 사람처럼 비슷했다.



많은 이민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마트에서 우리에게 어디서 왔냐고 묻더니, "나는 브라질에서 왔어. 안전을 찾아서 여기 왔지. 혹시나 브라질에 갈 생각이 있다면 절대 가지 마"라고 대뜸 말했다. 그게 기억에 남는다. 리스본도 그렇게 안전해 보이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그들을 통해 우리는 더 많은 브라질 출신 이민자들과 포르투갈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맥주 하나씩 손에 들고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 생각하면 꽤 이상한 일이다. 그들과 우리는 왜 갑자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같이 맥주까지 마시게 되었을까. 뭔가에 홀린 듯 우리들은 노을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여행지에 오면 늘 그렇듯 예쁜 풍경은 두 번째가 된다. 나는 '평범한 삶'을 보고 싶다. 짧은 시간 머물러 있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보고 싶다. 리스본은 리스본을 이루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곳이니까. 그들이 곧 도시니까.


문득 한 사람이 떠오른다. 우연히 밥을 함께 먹게 된 어느 한국인 여행자가 내게 말했다.


"저는 현지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관심이 없어요. 예쁜 거 보러 유럽에 왔어요. 한국사람들에게만 유명한 맛집이라도 좋아요, 저는 상관없어요. 그걸 먹으로 온 거니까요. 한식당도 필수죠. 그게 누군가에게는 여행이에요."


"그렇군요, 맞아요, 맞아요. 여행의 의미는 다 개인적인 것이죠." 하고 나는 대답했다.


그녀의 말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녀는 그것을 위해 새로운 대륙에 온 것이니까. 여행은 상품처럼 소비될 수 있다. 형태가 뭐가 중요할까. 그것이 그 사람에게 여행이라면 여행이다. 여행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다를 뿐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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