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는 상인들만 있던데
베네치아에 처음 도착했을 때를 기억한다. 누군가 내게 유럽여행을 하고 싶은데 가장 먼저 가면 좋을 곳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한다면 주저 없이 베네치아를 선택하고 싶다. 베네치아와 같은 도시는 세상에 없으니까.
개인적으로 여름은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온다면 아마도 봄이 좋지 않을까. 근래 이탈리아의 7월 8월은 정말로 40도 수준으로 덥다. 거기다가 물 위의 도시니까 습도가 정말... 정말 장난이 아니다.
나는 겨울에 한번, 여름에 두 번 이렇게 베네치아를 갔다. 그중 가장 좋았던 기억은 두 번째 여름이었다. 늦여름이었고 시원한 바람도 불어주었던 그런 시기였다.
7월 8월 베네치아는 어디든 실내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더위를 피할 곳이 없다. 분무기가 설치된 선풍기가 있는 곳이 아니라 에어컨이 있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곳이 생각보다 적을 것이다.
게다가 베네치아 본섬은 대학교 근처로 가지 않는 이상 물가가 사악하다. 현지인들이 사는 구역이 아니라면 이걸 이 가격에 먹어?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유럽여행이 처음인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 당연하다. 온통 냉동식품인데 우리 모두가 알듯 냉동식품, 그러니까 제품은 꽤 먹을 만하다.
이탈리아에는 일본처럼 '자릿세'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잘 보고 들어가야 한다. 일본은 자릿세를 받는 대신에 뭐라도 나오지만, 이탈리아는 그렇지 않다. 가끔 빵 정도 주는 경우가 있지만 그 빵조차 돈을 받는 경우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 역시 유럽여행은 쉽지 않다.
베니스의 상인. 낭만적인 말처럼 들리지만 실은 바가지 씌우는 전문가에 사기도 잘 치는 좋게 말하면 뛰어난 장사꾼이며 나쁘게 말하면 사기꾼에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베니스가 몰락했을 때 온 유럽이 기뻐하며 조롱했다. 생각해 보면 지금도 베니스의 상인들은 대단한 장사꾼처럼 느껴진다.
돈 안 쓰는 관광객은 나가라. 이런 마인드로 입장료까지 받는다고 소리치던 사람들이 팬데믹을 겪으면서 제발 와주세요. 싹 태도를 바꿨던 시기를 기억한다. 역시, 상인이라면 모름지기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
그렇기에 베네치아는 유럽여행의 시작으로 정말 알맞은 장소가 아닐까. 유럽여행의 끝으로도 좋을 법하다. 아마도 개인적으로는 올해 한 번 더 갈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