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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냥꾼의섬 Feb 27. 2023

일곱 번째 날

함부르크, 독일


"함부르크 갈래? 8유로에 갈 수 있어."


그녀가 말했다. 당시 나는 사진 작업 중이었는데, 기억에 나지 않지만 "그래"라고 말한 듯하다. 그렇게 우리의 함부르크 여행이 시작되었다. 함부르크에 도착했을 때 비가 내렸는데, 당시에는 운이 없구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외려 쨍하게 맑은 날이 더 희귀하다는 걸 알고 있다. 중부유럽에서 겨울철 비와 우중충한 하늘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제너레이터 호스텔이 근처에 있었고 조식을 먹으러 들어가려고 했지만 숙박객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었다. 정확히는 출입 카드가 필요했다. 그때 누군가 와서 문을 열어주었는데, 나를 보며 출입 카드를 깜박하고 방에 두고 온 사람인 줄 알았나 보다. 그렇게 우리는 제너레이터 호스텔에 들어가서 조식을 먹었다. 시리얼과 빵 그리고 치즈 그리고 오렌지 주스를 마시면서 어디 갈까 그때부터 계획을 짰다.


지금도 이런 식의 여행을 종종 한다.

여행에 있어 계획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관광지야 금방 찾을 수 있고, 맛집도 미슐랭 가이드나 카페나 펍 직원에게 물어보면 금방이다. 중요한 건 며칠을 있을까, 인데 함부르크에서는 하루가 전부였다. 다음 날은 브뤼셀로 향해야 했는데, 지금이었으면 이틀은 있었을 거 같다.



유럽이란 대륙에 산 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까지 한번 더 가지 않은 걸 보면, 앞으로 갈 일이 많이 없을 거 같다. 그래도 어쩌다 한번을 갈 거 같기도 한데, 그게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다. 올해도 아닌 거 같다. 다들 그런 도시가 있을 것이다. 꼭 다시 가야겠다 생각이 들면서도 막상 가려고 하면 주저하게 되는 도시.


그런 도시다. 함부르크는.



여기서 만난 사람들을 기억한다. 친절했고, 외려 우리에게 궁금한 것이 많았다. 터프하면서도 중부유럽 사람 특유의 낯가림이 있었다. 참 독일이나 체코, 오스트리아 여행을 했던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불친절하다.


그건 오해다. 오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사람들 성향이 다를 뿐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오해를 이탈리아나 스페인 사람도 한다는 것이다. 역시 한국은 아시아의 남유럽 국가인가.


우리는 펍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의 초대로 어느 집 야드에서 열린 바자회에 갔다. 사람들이 또 우르르 몰려서 우리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동양인 남자와 서양인 여자 커플이 그렇게 신기했나 보다. 네, 서울에서 왔어요, 네, 프라하에서 왔어요, 하면서 바자회 구경을 했다. 나는 거기서 휴대용 다리미를 샀는데, 금방 고장이 나서 이사를 하면서 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후회는 없다. 잘했다 싶다. 예전에는 뭐든 다 모아두는 성격이었는데 지금은 사진만으로 충분하다.



짧게 체류한 것치고는 추억거리가 많은 도시다.

사람 좋고 술 좋고 음식 좋으면 좋은 도시가 아닐까.


우리는 정말 많은 걸 함께했구나. 혼자 하는 여행도 좋지만 지금은 함께하는 여행이 더 좋다. 그 '시작'이 아마도 함부르크 여행일 것이다. 사진이라는 건 정말 마법 같다. 사진을 두고서 그때를 떠올리면 당시의 [모든 것]이 머릿속으로 떠오른다. 대화가 끊겼다가 이어졌다가 오래된 라디오처럼 여러 사운드가 귓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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