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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냥꾼의섬 Jul 31. 2023

열세 번째 날

부러워할 필요 없는 유럽여행, 프라하


어렸을 때에는 유럽여행을 떠난 학우들을 부러워했다. 공부를 하려면 빚을 져야 했고, 서울의 비싼 월세를 내려면 고시원에 가야 했고 그곳에서 6년을 살면서 생활비를 포함한 모든 것들을 직접 벌어서 내야 했다.


후에 유럽여행을 하며 만난 이들은, 나와 같은 계층의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듯했다. 그제야 나는 한국이란 사회가 얼마나 모자이크처럼 되어 있는지 알게 되었다.


다시 돌아오면, 유럽에 살면서, 유럽여행을 자주 하면서 한국인 여행자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부러워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여행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나의 기준에서는 ‘쇼핑’과 비슷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많은 이들이 여행지, 그러니까 외국을 느끼기 위해 나간 것이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가 미리 산 무엇을 따라서 구매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현지와 아무 상관없는’ 한국인들끼리 정한 현지 맛집을 자주 간다. 프라하 오면 알마니아 사람이 만들고 알마니아 레시피라고 뻔히 적혀 있는 꿀케이크를 먹으며, 체코에 오면 이 꿀케익 필수라고 주장한다. 프라하 꿀케익이라고 말하면서 필수로 먹는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한국에서 파는 한국에 사는 일본인이 만든 일본식 사케를 꼭 먹어야 한다!! 하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그런데 이 사실을 알면서도, 뭐 어쩌라고 현지 것이 아니어도 남들 다 이렇게 말하는데 뭐 어쩌라고, 재수 없네 뭐니 하며 체코 꿀케익이라고 하면서 여행지와 무관히 한국인들 사이에서만 유명한 음식과 트렌드를 소비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여행지와 여행지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무관히

한국인들 사이에서만 유명한 것들이 따로 있으며 대부분 한국인 여행자들이 그것만 즐기다 떠나는 것이다.


그곳 사람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는 20대 30대 사람들이 정말로 많았다. 그들의 목적은 먼저 그곳을 다녀간 ‘한국인’이 했던 무언가를 따라서 해보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그들의 여행방식이 잘못되었다

생각하지 않는다

여행의 정의는 사적인 영역일 수 있다

이점에서 그들은 충분히 여행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여행이 대부분이어도 상관없다.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그저 나는 그들을 보며 이처럼 느꼈을 뿐이고 개인적으로는 모종의 안도감마저 가졌을 뿐이다.


부러워했지만 막상 열어보니

부러워할 것이 없었구나.


하고 느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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