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욱 Sep 03. 2024

10. 아바시리 시내 이모저모

아바시리는 감옥이 유명하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개조된 감옥에도 가 볼 수 있는데 굳이 갈 필요 있나 싶어서 포기했다. 겨울에는 오호츠크해의 유빙을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렇지만 여름철에는 볼 수 없고, 겨울에 오면 추울 것 같아서 포기했다.


사실 관광지로서의 아바시리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시레토코(知床)로 가기 위한 전초기지가 가장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시레토코에는 꼭 가 보고 싶은데 이번에도 못 갔다. 홋카이도는 자동차가 없으면 대중교통만으로 돌아다니기엔 불편하다. 게다가 시레토코는 숙박비도 비싸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홋카이도에 올 때까지 운전을 배워서 렌터카를 이용하든가 해야지 안 되겠다.

그러다 보니 아바시리역에서는 노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JR 홋카이도를 응원해 달라는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국철이 1987년 민영화하면서 JR 홋카이도, JR 동일본, JR 서일본, JR 도카이, JR 규슈, JR 시코쿠, JR 화물의 7개로 분할되었다. 이후 혼슈의 동일본, 서일본, 도카이 및 규슈는 주식상장에 성공한 반면, 인구가 적은 JR 홋카이도와 시코쿠는 위기에 빠졌다.


특히 JR 홋카이도의 상황은 심각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규슈와 비교했을 때, 홋카이도의 면적은 2.5배인 반면, 인구는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대부분의 인구는 도앙(道央=삿포로, 오타루 일대)과 도남(道南=하코다테 일대)에 집중되어 있고, 도북(道北=아사히카와, 왓카나이 일대)과 도동(道東=아바시리, 쿠시로 일대)의 인구밀도로는 철도 노선을 유지하기 어렵다. 게다가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인구가 적은 시골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민영화 이후, JR 홋카이도의 상당수 노선은 폐선되었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아사다 지로(浅田次郎)의 나오키상 수상작 <철도원>이 떠올랐다. 이 소설은 폐선으로 역이 문 닫기 직전의 철도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음에 아바시리에 올 때도 아직 기차역이 있을까? 그런 걱정이 들었다. JR 홋카이도의 교통비가 상대적으로 비싸서 불만스러웠는데, 포스터를 보고 나니 JR 홋카이도의 존속에 공헌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바시리 역 주변에서 서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상점가가 나온다. 여기도 셔터가 내려진 가게들이 많지만, 영업을 하고 있는 가게들 중에 후지야(フジヤ) 서점이 있다. 보통 서점은 10시에 문을 여는 곳이 많은데 후지야는 9시부터 문을 열어서 마음에 들었다.

후지야 서점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책들의 종류도 많다. 홋카이도에 특화된 책들도 픽업해 놨다. 최근에 홋카이도와 관련해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분야는 홋카이도의 소수민족인 아이누 관련인 것 같다. 메이지시대의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아이누와 일본인들의 모험을 다룬 만화 <골든 카무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덕분이다. 2020년 아이누 문화를 다룬 국립박물관 '우포포이(ウポポイ)'가 홋카이도의 시라오이(白老)에서 문을 열었다.  


빈손으로 나오기는 찝찝해서 <오호츠크 핵요새(オホーツク核要塞)>와 <아바시리발 최종열차(網走発遥かなり)> 두 권을 샀다.

서점에서 산 책

서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카페에 갔다. 아바시리에도 스타벅스는 없는데 분위기가 좋다. 동네 주민들이 커피를 마시러 와서 카페 주인과 잡담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방도시답게 주민들도 주인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카페 내부

카페에서 방금 전에 산 군사평론가 고이즈미 유의 <오호츠크 핵요새>를 읽었다. 러시아에서 해군은 육군에 비해 천대받았는데, 해군에서도 발틱함대에 비해서 태평양함대는 찬밥신세였다. 소련이 붕괴한 직후에는 자금난 때문에 존립 자체가 위기에 빠졌다. 그렇지만 러우전쟁 이후,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오호츠크해의 핵잠수함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졌다고 한다.

조개 카레

점심으로는 조개 카레를 먹었다. 아바시리에서는 조개 카레는 꼭 먹으려고 했는데, 그럭저럭 맛있었다.


이제는 안 가면 섭섭한 도서관 탐방. 아바시리강을 건너서 아바시리시립 도서관으로 향했다. 홋카이도에는 ~나이, ~베쓰, ~시리라는 지명이 많은데, 모두 아이누어로 강을 뜻한다.

아바시리강을 건너서

아바시리 도서관은 규모는 크지 않아도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다.

아바시리시립 도서관

아바시리에는 미스터도넛이라는 일본 도넛 체인점이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배가 고파서 먹으러 갔다.

미스터도넛

오전에 갔던 카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이는 장소였는데, 미스터도넛은 중고등학생들이 모이는 장소 같았다.

아바시리는 사람들도 친절하고,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이전 09화 9. 왓카나이에서 아바시리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