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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욱 Sep 04. 2024

11. 일본 최대의 습지 쿠시로

앞으로 여행을 함께하게 될 청춘 18 티켓

아바시리를 출발해 쿠시로(釧路)로 향하는 날이다. 이제부터는 청춘 18 티켓을 사용해서 철도로 이동한다. 도쿄의 중고 티켓 가게에서 산 청춘 18 티켓인데 첫째 칸에는 후쿠오카(福岡)의 하카타(博多) 역 도장이 찍혀 있다. 후쿠오카에서 도쿄까지 간 다음 중고 티켓 가게에 판 모양이다. 그 옆에 둘째 칸에 아바시리역 도장이 찍혔다. 후쿠오카에서 이 먼 홋카이도까지 오게 되다니 기구한 운명의 티켓이다.

쿠시로행 전철

아바시리에서 쿠시로행 전철을 타고 2시간 반 정도 달려서 도로(塘路) 역에 도착했다.

도로역

도로역 주변에는 도로 호수라는 호수가 있다.

도로호수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쿠시로습원은 일본에서 가장 큰 습지대다. 홋카이도는 여름에는 최고 30도까지 올랐다가 겨울에는 최저 영하 2~30도까지 내려간다. 연교차가 크기 때문에 얼음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습지대가 형성된다고 한다. 온다 리쿠(恩田陸)의 소설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麦の海に沈む果実)>의 무대가 쿠시로다. 쿠시로 습지대의 사립 학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구시로 노롯코호

도로역에서 쿠시로역까지는 쿠시로 노롯코호(ノロッコ号)라는 관광열차가 운행한다. 창 밖으로 쿠시로 습원의 풍경을 보면서 갈 수 있고, 가이드가 간단한 설명도 해 준다.

노롯코호 창문 밖으로 본 쿠시로 습원

습지대를 지나 쿠시로역이 가까워지면 쿠시로강이 보인다.

쿠시로강

그리고 마침내 쿠시로역에 도착했다.

쿠시로역

쿠시로는 홋카이도에서 삿포로, 아사히카와, 하코다테, 도마코마이, 오비히로에 이어 여섯 번째로 큰 도시다. 인구는 16만 명. 아사히카와시의 절반 정도지만, 왓카나이시와 아바시리시의 인구가 3만 명대임을 생각하면 홋카이도에서는 나름 대도시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쿠시로 역 앞의 쿠시로 로열 인 호텔

쿠시로 로열 인 호텔에서 머물렀는데 역과 가깝고 좋다.


쿠시로역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고서 가와시마(古書かわしま)라는 헌책방이 있다. 도쿄에서 쿠시로까지 오는 동안 읽은 책들 중 일부를 팔았다. 책을 팔고 싶다고 했더니 난감한 기색을 보이던 주인은 7권에 500엔이라고 값을 매겼다. 사실 책 몇 권 판다고 해서 짐이 가벼워지기야 하겠냐만, 그래도 마음은 한결 가볍다.

고서 가와시마

그런데 문제는 헌책방에서 빈손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헌책방 안에 책이 상당히 많았지만, 딱 3권만 골라서 나오기로 했다.

헌책방에서 새로 산 책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를 다룬 <선진국 한국의 우울>, 2008년에 있었던 아키하바라 무차별 테러 사건을 다룬 논픽션 <아키하바라사건>, 벤야민이 쓴 <파리론/ 보들레르론>을 샀다. 새 책들을 500엔이란 헐값에 후려친 게 미안했는지 살 때는 좀 깎아줬다.

누사마이 다리에서 본 쿠시로 강

누사마이幣舞 다리는 홋카이도 3대 다리 중 하나라고 한다.

쿠시로 명물 스파카츠

저녁은 쿠시로가 원조라는 스파카츠(スパカツ)를 먹었다. 미트소스 스파게티에 돈가스를 더한 음식이다. 맛이야 없을 수가 없다. 문제는 칼로리+혈당+콜레스테롤+염분이 심히 우려된다는 것. 이건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가속노화 음식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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