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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카리 Oct 09. 2024

일본대학 가볼까~ よし、行くぞ

일본에 와서,

온전히 혼자서 고민하고 결정하는 일이 이제 익숙하다.  이렇게 아주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가 보다.


고민 끝에, 1년  어학공부와 대학 입시를 아르바이트하면서 준비하기로 했다.

오히려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다.

혼자 끙끙대며 고민한 시간이 아깝다며 아르바이트부터 찾아보았다.


새로 등록한 입시전문학원에서는 90프로가 조선족, 나와 같은 어학원출신 동갑내기인 남자동기만 한국사람이었다. 수업내용은 어학원과는 다르게, 일본 eju를 보기 위한 수업 내용이 추가되었다.

나는 문과계열로 정했기 때문에 일본의 사회, 지리, 역사 등등을 따로 공부해야 했다.


나름 보충수업도 있었지만, 난 생활비랑 학비도 벌어야 한다... 정규수업만 끝내고 간단히 점심 먹고 아르바이트로 향하는 일상이 기계처럼 반복되었다.


일본미세(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지만, town work(일본 구직잡지)를 뒤져가며 시간이 허락되는 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했다.


아르바이트 이력서

* 한류 열풍으로 한국어 개인레슨 (2명) 1시간당/3000엔

* 특급 호텔 식음료 시간당/1200엔

* 브랜드 화장품 샘플 테스터(아시아인 대상) 완료시점 2만 엔

* 슈퍼마켓 캐셔 시간당 980엔

* 야키니쿠 서빙   시간당/ 1100엔

* 프랜차이즈 이자카야 시간당/ 1100엔

* 맥도널드(새벽) 시간당/1080엔

* NEW days 편의점(새벽) 시간당/ 1200엔

* 앙케이트 조사원 건당/ 기억 안 남 적정선이었음

* 일본 시장조사 온 한국분들 통역 / 1일 동행(5~6시간) 1만 엔



출처 : town work 구인지



입시준비는?

학교수업에서는 일본어보다는 처음 접하는 일본 문화, 사회, 역사에 나름 재미를 느꼈다. 역사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다수 있었지만,

'뭐 여기선 이렇게 가르치는구나~' 

하며 이해하는 정도로 지나갔다.


일본인 같지 않은 우리 담임샘도 외국인들을 자주 접해서 그런지, 중국과 한국, 홍콩에서 온 학생들이 어떤 대목에서 욱~ 하는지 잘 알고 적당하게 넘어갔다. 센스쟁이 이토센세이!


무난하게 1학기를 보내고 6월에 있는 일본어유학시험(eju)은 보았다.

일본어는 이 정도로만 하면 되겠다고 하시는데 선택과목에선 영~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

아르바이트를 줄여야 하나...  보충수업을 해준다고 까지 하시는데, 일단 일주일에 2번 정도만 나머지공부를 하기로 했다.


덥고 끈적끈적한 여름이 지나고, 벌써 하늘 구름 예쁜 가을이다.

학교에서는 본격적으로 개인별로 진학 상담스케줄이 나와있다. 쉬는 시간엔 다들 어디 넣을 건지 물어보느라 소란하다. 나와 동갑내기인 남자동기는 아르바이트도 안 하고 공부만 한다.

우리 반 1등이다~ 한국인이 1등 하는 게 자랑스럽기도 하고, 내가 부족한 부분들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주는 친절하지만 거리가 있는 친구였다

문득, 난 돈 벌러 온 거야, 공부하러 온 거야~ 생각이 든다.

학교는 성실하게 나가고 있었지만, 무언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은 아니겠지~

정신줄 꽉 붙잡고 달리고 있었는데, 슬슬 풀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담임샘에게 대학에 안 가고, 생뚱맞게 신발디자이너 전문학교를 가겠다고 전문학교 원서를 이토샘에게 들이밀었다.

황당하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본인의 아내가 디자이너과를 나와서 아는데... 디자이너 분야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하신다.


"わかりました"(와카리마시타)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했지만, 생각해보고 싶지도 고, 반 포기상태로 그냥저냥 아르바이트하며 지냈다.


어느새, 두 번째 일본유학시험 날이 다가왔다. 몇 달 전 접수를 해놓은 터라 안 보기엔 접수비가 아깝고,  대학도 안 갈 건데~ 이 나이에 또 무슨 대학을 다닌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놓으며 시험장으로 터벅터벅 들어갔다.


에너지 따 빼끼고 기진맥진 시험을 보고 나왔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밤낮으로 잠도 줄이고 일하며 학교 다니며 고생했던 내 모습이 짠하다~~


시험 결과가 나오는 날,

이토샘은 반아이들의 성적표를 모아 다시 일대일 상담을 진행했다.

포기하고 시험을 봤는데 6월에 시험 본 것보다 성적이 더 잘 나왔다...


伊藤先生~(이토센세)

私、進学しないから点数はどうでもいいです。(와타시, 신가쿠 시나이카라 텐스와 도우데모이이데스)

(선생님~

대학 안 갈 거라 점수는 상관없어요~)


라고 철벽방어를 하고 있는 나에게


"OOさんにぴったりの大学を見つかったよ"

(핏타리노 다이가쿠오 미츠캇다요)

(너한테 딱 맞는 대학을 찾았어)


라며, 어느 대학교의 팸플릿을 가지고 오셨다.

열심히 찾아봐주신 선생님의 성의를 생각해서 슬쩍 학교 팸플릿을 손에 쥐고 교실을 나왔다.


야간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이토선생님이 주신 팸플릿을 들여다보았다.


OO女子大学

여자대학에다 채플도 있고, 캠퍼스도 아기자기한 분위기에 나는 갑자기 마음이 설레어졌다. 나 이렇게 갈대 같은 여자였나..


"하나님, 저 다시 생각해 볼게요..."


그 후로 한두 달 만에

무언가 계획돼 있었던 것 마냥

원서접수를 하고 1차 서류 전형 합격, 2차 면접을 보고 후다닥 합격발표날이 되었다.


아날로그 합격 발표일

일본의 아날로그 합격통보날이다.

당연히 컴퓨터로 확인을 하는 줄 알고, 학교 홈페이지에 몇 번을 들어가도 도통 찾을 수가 없다. 결국 학교에 전화하니, 개인적으로 전화를 준다는 게 아닌가....


오 마이갓, 이런 아날로그 통보식에,

오전 내내 기다리다 아르바이트에 가려고 집을 나서는 순간 모르는 번호에 전화가 걸려왔다.


"OOOさんですか" 

(OO상데스카/OO십니까?)

はい、そうです。

(하이, 소우데스/ 네 맞습니다)


OOOの大学のOO学部に合格しました。

(OOO노 다이가쿠노 OOO가쿠부니 고카쿠시마시타/ OOO대학 OOO과에 합격했습니다)


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오메데토고자이마스/축하드립니다



이렇게, , 일본에서 대학을 들어가게 되었다.



Point 日本語!

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오메데토 고자이마스)→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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