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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카리 Aug 21. 2024

추운 일본이지만, 야루키만만 寒い日本だけと、やる気満満

일본의 겨울은 안 추우면서도 너~~무 춥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홀로 차디찬 방바닥에 들어설 때면,

 따뜻한 한국집에서  오손도손 모여 앉아 엄마가 쪄 준 고구마 생각이 간절하다.


일본은 겨울 기온은 영하로 내려가지 않지만, 바닥난방이 안되어있는 집들이 많아 집이 꽤 춥다. 

그래서인지 집안에서 사용하는 난방기구나 코타츠 같은 것들을 꼭 구비하고 있다.

넉넉지 않은 유학생의 겨울은 전기장판 한 개면 감개무량이다.


몸은 춥지만, 마음만뜨거운 20대 ヤル気満々(야루끼만만) 나다.

어학연수 1년만 다녀오리라 마음먹었는데 1년은 어림도 없고, 아쉬움이 많아 1년을 또 지내고 있다.

 아르바이트도 모두 일본인 가게에서 할 수 있을 정도로 일본어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다.





우연히 일본유학시험을 보다

한참,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을 때다.

어학원에서는 대학이나 전문학교에 진학하는 사람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

'여기가 끝이 아니라고? 진학을 한다고?'

어느 정도 일본어 자신이 붙자, 좀 더 어려운 시험은 없을까? 무언가 여기서 새로 시작해  만한 건 없을까 생각이 들었다.

어학원 선생님이 11월에 일본어 유학 시험(EJU)이라는 게 있는데 외국인들이 일본에 있는 대학에 가기 위해 보는 시험이라고 귀띔을 해주셨다.

외국인이 보는 수능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우연히 시험지를 보게 되었는데,

" 한 번 봐볼까?

"뭐 하러 여기서 대학을 또 가? 학비는 어쩌려고..."

"그냥, 적당히 있다가 한국 가서 일본 회사에 취직이나 하자~"

"그래도 칼을 뽑았으면 무라고 썰어봐야지~"

"영어권도 가보고 싶은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땐 정말 진지했다...


 시험 삼아 EJU를 신청해 시험을 봤는데 '어라... 점수가 너무 잘 나왔다'

EJU 시험을 본 외국인 중 상위 10%에 해당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데

10%에 들었다는 거다. 대박 대박!!


어학원 선생님도 이 점수면 어디 어디를 갈 수 있다고 대학 리스트를 알려주셨다.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무언가에 홀린 듯

OO 대학의 입학원서를 샀다. 

입학원서를 내면서 같이 입학검정료를 내는데 무려 3만 엔...(3만 엔이면 며칠을 일해야 하고, 규동을 몇 그릇을  사 먹을 수 있나 하고 빠르게 머리가 굴러간다)

거의 30만 원(20년 전)에 가까운 금액이다.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큰돈을 내면서까지 마음 급하게 대학에 가고 싶지는 않았던 터... 지원은 하지 않았지만 (못 먹는 감 찔러나 볼걸... 붙으면 어떻게 어쩌나...) 이런저런 생각에 며칠 밤 잠이 오지 않았다.

당장 내년에 어찌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답이 안 나온다)

힘든 아르바이트 끝내고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도는데, 괜히 서럽고 심술도 난다. 누가 옆에서 내 이름만 불러줘도 눈물이 흐를 것 같다.  추적추적 겨울비 맞으며 "amazing grace/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을 불러본다.

그날은  한참을 청승 떨다 집으로 돌아왔다.


몸도 마음도 너무 추운, 일본 겨울이다.



point 日本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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