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무 이야기. (6)

엄마가 속상해 한다.

by 유우

사실 우리 가족들은 강아지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아빠는 늘 이모네 강아지들에게 간식을 주지 말래도 몰래 뒤로 주는 등, 아낌 없이 예뻐한 전과가 있다. 근데 또 취향이 확고해서 핏불 테리어, 불독을 좋아한다.

엄마는 지나가는 모든 강아지들 보면 항상 예뻐하고, 말로는 싫다 하면서 예뻐하는 츤데레 스타일이다.


처음 율무를 데려가던 날, 엄마랑 아빠는 밖에서 외식 겸 반주를 드시고 계셨다.

전화로 '나... 사고 쳤어.' 라고 말했을 때, 아빠는 내가 임신한 줄 알았다고 했다.

(ㅋㅋ) 근데 그럴만한 나이지 않냐면서..

엄마는 직감했다고 한다. 드디어 올 게 왔구나. 밥도 드시다 말고 집으로 달려오셨다.


아빠는 한사코 내 방에서만 키우라고 말하셨고, 엄마도 나더러 다 알아서 하라고 하셨다.

그럼에도 자주 내 방에 와서 들여다보고, 낮 시간에는 또 율무 밥을 챙겨주어야 하다보니 어떻게 교육을 하고 있냐 등 물어보시며 공동 육아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초반에 엄마는 율무를 방안에만 두고 점심 챙겨줄 때 빼고는 놀아주지 않으셨다.


그런데 하도 낑낑거리고, 밤에도 내가 잠을 잘 못자고 힘들어하니 엄마가 속상했나보다.

아무리 생명체여도 엄마한테는 가장 소중한 새끼가 나일텐데, 내 속을 썩이는 율무가 미웠는지 에너지를 해소하라고 낮에는 거실에서 놀 수 있게 해주기도 하시고, 저녁 식사 시간이나 이후 시간에도 "언니 좀 쉬게, 여기서 놀아." 하며 율무를 데려가신다.



잠깐의 육퇴가 이렇게 꿀같은 줄 몰랐다. 종일 일하고 와서 유일한 낙이 유튜브 보고 OTT 보는 일이었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잘 못하고 있었던 거 같다. 율무 때문에 새벽에 두세번 씩 깨거나, 구토한 날은 거의 잠도 못 자고, 밥도 허겁지겁 대충 먹는 나를 보며 엄마가 속상했던 것 같다. 또 어제는 율무가 사료 알러지 때문에 외이염이 심해지고 있는 것 같아 아빠랑 둘이 병원에 갔었다. 다녀오고 나서 율무 발바닥을 물티슈로 닦아주고 있는데, 차가운 물을 먹여주시기 시작했다.


엄마도, 아빠도 강아지를 예뻐하고 좋아하시지만서도 결국 자기 새끼가 우선일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

이런 곳에서 또 사랑을 느낀다.




내가 율무를 품에 앉혀놓고 '아구 이뻐', '누구 새끼야, 엄마 새끼지~', '아구 내새끼' 하며 부비작 거리기도 하는데 어쩐지 엄마가 내게 자주 했던 행동들이었던 거 같다. 율무를 키우면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다.



율무 인스타: @parkyool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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