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지혜를 묻다

by 복쓰

[그림책: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

1T 4칸 단어 꺼내기

2T 나의 왜만어

3T 모둠 왜만어

4T 그림카드 배움 정리


"가장 지혜로운 말과 행동은 무엇일까요?"


지구에 사는 사람들에게 지혜는 무엇일까요? 지혜를 가졌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지혜는 잴 수 있는 걸까요? 잴 수 있는 것이라면, 눈으로 보았을 때 많이 가진 것을 말하는 걸까요? 지구에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혜는 무엇일까요? 질문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지구에 사는 것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동물도 있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아주 작은 들꽃도 해당되니까요. 이 질문은 어떤가요? 지구에 사는 모든 것들에게 가장 지혜로운 것은 무엇일까요? 땅의 주인은 사람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사람 이름이 적힌 종이로 알 수 있지만, 누가 오래 그곳에 살고 있는지 기준으로 보면 그곳에 아주 오랫동안 뿌리내리고 살고 있는 작은 풀꽃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우리는 지구에 함께 살면서 지혜로운 말과 행동을 하고 있나요?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학교 주변 하천을 따라 걸었습니다. 날이 좋을 때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우리 동네 한 바퀴"활동으로 교육과정에 반영해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교실 문을 나서기 전에, 아이들과 사전 울타리를 세웁니다. 울타리는 활동 전에 다 함께 다짐하는 약속을 말합니다.


"우리 동네 한 바퀴 활동을 할 때, 꼭 살펴봐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갑자기 차나 오토바이가 나올 수 있으니까, 주위를 살펴야 해요."

"또 우리가 자세히 살펴보면 좋은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번에 길에 돌아다니던 고양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요."

"우리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과 식물도 있겠지요. 오늘은 우리 동네에 살고 있는 동물과 식물들이 저번 활동과 비교해서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살펴봅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부터 사람과 함께 살고 있는 동물과 식물을 살펴보는 것을 이야기했어요. 살펴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어떻게 하는 것이 살펴보는 것일까요? 먼저 동물과 식물의 입장에서 지금 어떤 마음일지 상상해봅니다. 경전철 아래, 공터에 비둘기가 많이 몰려들었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은 비둘기를 쳐다보다가 가지고 있던 과자 몇 개를 던져줍니다. 아이들은 비둘기가 과자를 먹는 모습을 귀엽게 쳐다보았고요. 주변을 둘러보니, 비둘기가 있는 공터 주변에 현수막이 몇 개나 붙어 있어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말 것이라고 적혀있는 현수막이에요. 아이들은 궁금해해요. 비둘기 현수막이 한 개도 아니고, 3개나 있는지 말이에요. 비둘기가 우리 마을에 함께 살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요? 무엇을 바랄까요? 아이들과 나누는 우리 마을 동물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습니다.


<지혜로운 멧돼지를 위한 지침서> 그림책을 펼쳤어요. 어제까지만 해도 잠자고, 먹고, 편히 쉬고 있는 우리 가족의 집이 갑자기 없어졌다면 어떨까요? 물론 우리 가족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고요. 사람들이 소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커다란 포클레인으로 멧돼지 가족이 사는 집을 하루아침에 없애버립니다. 멧돼지 가족은 당황했지만, 집을 찾아 나섰어요. 사람들이 멧돼지의 집으로 찾아온 것처럼, 멧돼지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집을 찾아왔어요. 물론 멧돼지는 그곳이 자신들을 위험하게 만들 곳으로 알지 못한 채로 말이죠. 도시를 누비며 집을 찾아 나서는 멧돼지 가족에서 놀랍고도, 어쩐지 슬픈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림책을 넘기면서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사람들에게 얄미운 마음마저 듭니다. 당황하지 않고, 살 곳을 찾아 나서는 멧돼지 엄마가 안쓰럽기도 하고요. 지혜로운 멧돼지를 위한 지침서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있을까요? 사람들 때문에 집을 잃은 멧돼지에게 우리는 어떤 지침서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엄마 멧돼지와 아이 멧돼지의 마음을 따라가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지켜야 할 지혜에 대해 찬찬히 살펴봅니다. 4T 생각 수업 디자인으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1T 4칸 단어 꺼내기 활동을 시작해요. <지혜로운 멧돼지를 위한 지침서>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장면마다 멧돼지의 마음을 짐작해봅니다. 멧돼지를 쫓는 사람들을 살펴보면서 황당한 마음까지도 들어요. 멧돼지가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을 덮쳐서 위험한 사건이라고 뉴스에 나왔던 내용을, 멧돼지의 시선을 살펴보니 전혀 다른 마음이 생겼어요. 책을 덮고 나면, 마음에 남은 단어를 4개 골라 배움 공책에 기록해요.

아이들 각자 사람들의 입장이 아닌, 멧돼지 가족의 입장에서 이야기 기록하고, 이야기를 연결해서 말하게 됩니다. 억울함, 무서움, 떨림 등 사람들이라면 저 상황에서 과연 견딜 수 있었을까 입장을 바꿔서 질문도 해봅니다.


포클레인, 뷔페, 동물병원 고양이, 편지


"사람들은 왜 멧돼지가 살고 있는 곳을 가만두지 않을까요? 포클레인이 멧돼지에게는 무시무시한 무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뷔페에서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음식을 마구 남기는 동안, 멧돼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동물병원에 있는 고양이와 바깥에 있는 멧돼지 가족이 서로 쳐다보았을 때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요?

"아파트에서 쉬고 있는 멧돼지 엄마는 친구들에게 어떤 편지를 썼을까요?"


지금까지 사람들의 입장에서 멧돼지를 위험한 동물이고,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동물이라고 알고 있었어요. "멧돼지 출몰 사건"이라고 하면, 빠른 시간에 멧돼지를 쫓아내야 하고,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빨리 쫓아내기 위해 빨리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멧돼지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겪은 일을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 동안, 아이들은 먹먹해집니다. 유쾌하고, 재밌게 말하는 멧돼지 엄마의 이야기에 왜 그렇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걸까요? 멧돼지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다른 동물들도 말을 할 수 있다면, 사람들에게 어떤 하소연을 할까요? 아마 사람들은 미안하다는 말을 끝없이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은 그림책 장면 속 이야기만으로도 지구에 함께 살고 있는 가족으로서 미안한 마음을 가집니다. 그리고 우리가 알게 되었으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궁리하기 시작했고요.


2T 나의 왜만어 활동은 우리 모둠에서 인상 깊은 장면을 정하고, 그 장면에서 질문을 떠올려 보는 활동입니다. 아이들이 질문 만드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물론 많이 해보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어요. 처음 질문을 만드는 아이들에게 "왜만어 질문 만들기"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왜: 왜~가 들어가는 질문을 만들어 볼까요?

만: 만약이 들어가는 질문을 만들어 볼까요?

어: 어떻게 하면이 들어가는 질문을 만들어 볼까요?


1모둠 친구들은 멧돼지 가족이 자신들이 원래 살던 숲 속에서 쫓겨나는 장면을 골랐어요. 그 장면에서 1모둠 친구들은 각자 다른 색깔 포스트잇에 나의 왜만어 질문을 기록합니다. 각자 기록하는 것은 모두 참여하는 배움 활동 방법이 됩니다. 3가지 색깔의 포스트잇을 사용하면, 왜만어 질문을 모둠 친구들과 분류할 때 도움이 됩니다.


왜: 왜 사람들은 끝도 없이 동물들이 살고 있는 숲을 파괴할까요?

만: 만약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을 하루아침에 갑자기 부순다면 어떨까요?

어: 어떻게 하면, 동물들의 자리를 지켜줄 수 있을까요?


왜만어를 각자 포스트잇에 쓰고 나면, 친구들과 돌려 봅니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다른 질문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함께 읽을 때 이야기가 더 풍성해지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느낄 수 있습니다.


3T 모둠 왜만어 활동에서는 2T에서 적은 나의 왜만어 질문 포스트잇을 모둠 친구들이 모두 펼쳐놓고, 왜, 만, 어 질문을 각각 모둠의 대표 질문으로 뽑아서 생각을 나눕니다. 모둠의 대표 질문을 뽑는 과정에도 사전 울타리 약속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질문이 뽑히지 않을 때, 많이 속상해할 수 있거든요. 대표 질문을 뽑는 기준은, 여러 가지 대답을 할 수 있는 생각 질문을 뽑고, 많은 친구들이 동의하는 질문이라고 알려줍니다. 그리고 이 질문 공부는 누구의 질문이냐보다는 이 질문으로 우리 모두 멧돼지의 마음을 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라서 의미 있다는 이야기도 꼭 전해줍니다.


(5모둠 친구들이 뽑은 모둠 왜만어, 5모둠의 장면: 동물 병원 속 고양이와 멧돼지 가족이 서로 바라보는 장면)

왜: 왜 멧돼지 가족은 동물 병원 앞에서 멈췄을까요?

만: 만약 동물 병원의 고양이와 멧돼지 가족이 있는 곳이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 어떻게 하면, 멧돼지 가족이 다쳤을 때 도와줄 수 있을까요?


모둠 대표 질문으로 뽑힌, 왜만어 질문은 모둠 친구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모둠의 대답을 적어봅니다. 서로의 대답을 함께 모아 보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적극적인 의사소통과 결정, 협의의 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5모둠 친구들이 뽑은 모둠 왜만어 질문에 대한 대답)

왜 질문에 대답: 부러웠을 것 같아요. 자신들은 춥고 배고픈데, 따뜻한 곳에서 편히 쉬고 있는 고양이를 보았으니까요.

만 질문에 대답: 멧돼지 가족은 너무 크고 많이 먹을 것 같아서, 금방 쫓겨났을 것 같아요. 덩치가 커서 의사 선생님들도 힘들 것 같아요.

어 질문에 대답: 119 소방대원이 있는 것처럼, 야생동물 대원이 있어서 위험에 빠진 동물들을 도와주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고, 결정한 내용을 기록하는 활동을 통해서 대화를 나눌 때 지혜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말과 글을 사용해서 어려운 점이나 해결할 일을 결정할 수 있는데, 동물들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조금 더 깊어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함께 지구에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 관심이 필요한 것임을 알게 되는데요.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가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 아는 것이 먼저라고 이야기합니다. 오늘 활동으로 멧돼지가 정말 힘들겠다는 말이 수업 내내 나왔기 때문입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지혜에 어울리는 말과 행동은 무엇이 있을까요? 적어도 그 입장에서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살펴봐주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말과 행동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4T 그림카드 배움 정리를 해요. 오늘 배움으로 자신이 생각하게 되었거나 느낀 점에 어울리는 그림 카드를 고르고, 그 이유를 함께 나누면서 배움을 정리합니다. 그림 카드는 생각에 디딤돌이 되어 줍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뭔가요?"라는 질문 대신

"여러분의 생각과 가장 비슷한 그림 카드를 골라 볼까요?"라고 묻는다면,


오늘 함께 나눌 배움 정리에, 아이들마다 배움의 깊이가 느껴지는 대답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고른 그림 카드에 대해 설명하고, 그 이유를 함께 말하면서 오늘 배움을 편안하게, 깊이 있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저는 돋보기 그림 카드를 골랐습니다. 지금 동물들에게 어떤 일이 있는지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돈이 그려져 있는 그림 카드를 골랐습니다. 사람들이 욕심을 부려서, 동물들이 살고 있는 곳까지 빼앗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이 담긴 그림 카드를 펼쳤습니다. 저마다의 생각이 담긴 그림 카드는 동물들을 위한, 혹은 지구에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지혜로운 지침서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가 아니라, 적어도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아이들은 이야기합니다. 그 시작이 지켜보는 것,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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