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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Jan 12. 2022

종이비누의 마음

임장감

술자리에서 생각이 나지 않을 이야기들 , 바스러질 이야기를 주워 나누고 온 몸이 노곤해져 이제 가야지 할 때 모두 타버린 시간과 남은 마음 한편의 비밀 앙금 질투 등 내지 못할 이야기들을 겹치고 겹쳐 버스에 오른다. 바람보다 더 시린 차창을 괜히 만져보고 주황 불빛을 보며 도시를 만드는 건 가로등일 것이라고 조명이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까 생각해본다. 안주를 먹으며 마음 한편을 털고 생선 가시를 발라낸 듯 뼈 같은 것을 안고 집으로 향하는 기분이 든다. 뼈 마디마다 돋아난 가시들이 코트 사이에 닿고 내가 존재하는 기분이 들 때면 고통이라는 시린 계절에 다른 세계로 발 딛는 임장감을 느끼며 한 걸음씩 돌아갈 곳으로 돌아간다.( 때론 이 가시 같은 마음에 살이 없어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은 가시라고 여긴다.) 문득 말을 꺼내도 그것이 내 것인지 모르겠고 단어마다 종이비누처럼 사라지고 웃어도 아프고 아파도 웃는 그런 굴절이 나를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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