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이 나를 구원했으면 좋겠다
삶예글방 브런치에 첫 번째 글을 올렸다. 3개월 동안 글방 친구들과 써 모았던 열다섯 편의 이야기. 그때 적었던 소중한 글들을 이어나갈까? 새로운 형태의 글을 써나갈까? 고민을 많이 했다.
삶예글방에 참여하면서 처음 세웠던 목표는 책을 쓰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3개월 간 참 큰 부담을 가지고 글을 적어 나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지막이 다가올수록 옥죄던 압박감. 글친구들은 나에게 ‘그저 꾸준히’를 강조하며 내 이야기를 써나가라고 응원을 해줬다. ‘나는 지금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가?’라면 ‘아직’이라는 답변이 따라온다. 함께 글을 나누는 글친구들의 글을 읽으면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새로움’을 택했다. 아직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꾸준함’이라는 단어를 내 글쓰기에 새겨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새로움’은 ‘막 쓰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뒷단의 글 전반도 구성과 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꼭 책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번 뒷단 시리즈를 통해 책을 쓰면 어떤 구색이 어울릴지, 어떤 목소리가 운동하는 훈장님의 목소리인지를 알고 싶다. 어떤 톤을 가지고 글이라는 소리를 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던 와중, 사정상 참여하지 못한 삶예글방 뒷단 첫 번째 모임에서 단서를 얻었다. 나를 살리는 건 나뿐만이 아니다.
타인이 나를 살린다.
운동 이야기만으로 부딪혀보는 것도 응원하겠지만, 트레이너임을 밝혔으면 한다는 나은 님의 말이 귀에 꽂힌다. ‘이거다.’ 공부를 통해 알게 된 전문적인 이야기에, 내가 하는 운동의 경험에, 회원님들로부터 출발하는 목소리까지 얹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이번 1편 [통증]이다.
[통증]을 쓰면서 어떤 느낌을 가졌냐고 하면 편안했다. ‘술술’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만큼 생각보다 쉽게 적어 나갔다. 댓글에 달릴 반응을, 삶예글방 모임을 통해 나눌 합평이 두렵지 않았다.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적었다는 만족감에 꽤나 편한 마음으로 제출을 했다. 왜 나만 쓸 수 있냐고 말한다면 오직 내가 직접 경험하며 생각한 흐름을 토대로 적었기 때문이다. ‘행함’은 GPT도 타인도 대신할 수 없다. 행하는 주체인 나만이 경험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통증]은 나만 쓸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남산에서 달리다가 나타난 허벅지 뒤편에 불편한 통증. 빠져가는 힘. 그리고 과감히 멈추는 마음 모두 내 것이었다. 글의 순서를 맞추기 위해 과거부터 꺼냈지만 사실 떠오른 건 현재의 통증이었다. 지금 내가 마주한 통증의 의미를 생각하다 보니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레 과거까지 떠올리게 된 것이다.
자신 있게 ‘매우 만족’이라는 점수를 내게 줬지만 의문은 조금 남아있다. BPS 모델*과 같은 전문 지식을 아주 가벼운 수준으로 넣어 지금처럼 글을 쓰는 게 괜찮은가 싶다. 자세히 쓰면 너무 어려울 것 같고, 안 쓰면 작가들과의 정면 대결일 것 같고. 어느 정도 선에 맞춰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번에도 타인의 살림을 받고 싶다. 댓글이 나를 구원했으면 좋겠다.
댓글 반응은 다행히 나쁘지 않았다. 글을 통해 누군가에게 통증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1차 성공이지 않나 싶다. 각주로 달아둔 ‘재활이 싫은 이유’도 궁금해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감사했다. 앞으로의 연재 목표가 생겼다. 이번 댓글과 비슷한 반응을 계속 얻어내자고 말이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평소 당연하게 생각해 돌아보지 못했던 것들을 한 번쯤 되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보자고 마음먹는다. 내 생각이 누군가, 특히 운동하는 이들의 환기 창구가 되도록 하는 것을 푯대로 삼고 나아가보기로 한다.
다음 주 글은 [자극]에 대한 글을 준비하고 있다. 회원님들께 많은 질문을 받는 내용이다. ‘여기 자극 오면 맞는 거예요?’ 여기에 대한 구구절절한 답변이 될 것이다. 이번에도 부디 내게 편안한 글이, 그리고 독자분들께는 돌이켜볼 기회를 줄 글이 되길 바라며 다음 주 연재를 열심히 준비해 보자.
*BPS 모델 : BPS는 Biological Psychological Social의 약자로,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 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질병과 건강을 이해하는 데 사용되는 학제 간 모델이다. 통증을 이해하는 데에도 사용이 되며, 통증이 단순히 물리적인 상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트레이너의 운동 쓰기 1. 통증]에 등장하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