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자극

웨이트 트레이닝에 자극은 필수?

by 삶예글방



자극에 대한 생각


한창 상체 운동이 진행되던 5월 14일 화요일의 수업. 1분 간 주어진 쉬는 시간에 한 회원님께서 내게 질문했다.



"선생님 이 운동 어디에 자극이 와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짧은 시간에 빠르게 답변을 드렸다.


"자극 너무 신경 쓰시지 말고 제가 말씀드린 자세랑 기준 정도만 잘 지켜보세요. 그러면서 느껴지는 자극을 그대로 바라보세요. 보통은 이 운동하면 등에 힘이 들어와요. 당기는 운동이니까요."


수업을 마치고 운동 피드백을 보내며 ‘자극’이라는 단어 하나가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글을 쓰게 된 탓인지 요즘 운동 관련한 단어 하나하나를 꽤 깊게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이번엔 ‘자극’이 글감이자 생각의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자극의 방향


처음 떠올린 것은 ‘자극이 뭘까?’라는 단순해 보이지만 심오한 질문이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영단어가 먼저 생각났다. 영어와 큰 연관이 없는 사람인데 왜 그랬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여튼 내 영어사전 속 자극은 Stimulus였다.



Stimulus
‘시작’ ‘요인’ ‘촉발요소’




라는 의미와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엔 영어사전 속 '자극'을 회원님의 질문에 있던 '자극'에 넣어보았다. 무언가 어색하다.


사전 상 '자극'은 ‘주는 것’에 가까운데 회원님의 질문 속 자극은 ‘오는 것’에 가깝게 느껴졌다. 처음 해본 생각이었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던 자극이라는 단어.


처음으로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다.


회원님 입에서 나온 '자극'은 '느낌' 혹은 '힘이 들어간 느낌' 정도로 표현하는 게 더 알맞아 보였다. (그렇다고 이 글에 '느낌'이라고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혼란을 가중할 테니.)






자극은 종종 부정적이다.



생각의 흐름은 내가 자극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흘러들어 가 잠시 멈췄다. 운동하는 이들,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사람들은 '목표 부위에 자극 안 오면 운동이 아니라 노동*한 거야.'라는 문장을 바이블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혹은 실제 헬스장에서 '여기 자극 잘 와요?'라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럼
에도 '자극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회원님께 답변한다. 나는 운동 지도 시 자극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A 운동을 하면 A 근육에 자극 옵니다.'라는 확정적인 말을 싫어한다. 자극 부위에 대한 이야기를 아예 안 하고 설명하려고 노력한 시기도 있었다. '자극 부위가 어딘지 알려줬으면 합니다.'라는 피드백을 받고 나서야 조금은 타협점을 찾았지만 말이다. 자극에 대해 이렇게 반골 기질을 보이는 것은 내 가치관 때문이다.


나는 '자극'에 너무 집중하는 것이 부정적인 태도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앞에 언급한 구절을 꺼내 온다. '목표 부위에 자극 안 오면 운동이 아니라 노동한 거야.' 이 말에 따르면 자극을 느끼지 못하면 운동을 헛 한 꼴이 된다. A 운동을 하고 A 근육에 자극이 오지 않으면 '나는 틀렸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는 것이다.








자극은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자극이 들어오지 않아도 괜찮아요.”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자극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는 것’으로서의 자극은 여러 요인들의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생겨난다.


어려운 말들이 이어질 것 같으니 예를 들어 살펴보자.


우리가 흔히 “가슴에 자극이 와야 해!”라고 부르는 가슴 운동의 대표주자 벤치프레스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가슴에 자극이 올 수도 있지만 통 자극이 뭔지 조차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근육과 신경 사이의 소통 능력이 아직 발달되지 않아서 가슴 근육들에 실리는 부하가 느껴지지 않는 경우, 무게를 받치고 있는 손목 관절이 안 좋아서 아래팔만 힘든 경우, 가슴 근육과 함께 일하는 뒤쪽 팔 근육들이 먼저 지친 경우. 기분이 좋지 않아 집중력이 떨어진 경우, 자극보다는 무게에 집중해 벤치프레스를 하는 경우 등을 포함해 수십 가지 이유로 목표 부위에 자극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리고 잘 생각해 보자.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활용되는 많은 동작들은 여러 관절을 함께 움직이는 형태를 띤다. 벤치프레스에선 어깨가 뒤로 조여지고, 팔꿈치가 구부러지고 펴진다. 스쿼트를 할 때는 발목, 무릎, 고관절이 구부러지고 펴진다. 이처럼 웨이트 트레이닝 동작들은 여러 뼈와 관절의 움직임 앙상블로 이루어진다. 동시에 근육끼리도 적절한 합주를 하고 있을 터이다. 절대 하나의 근육만 일하지 않는다. 하나의 근육만 일하는 느낌을 받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유들로 나는 '웨이트 트레이닝=자극'이라는 단순한 공식을 부정한다.


이 공식을 통해 '여기 자극 안 오는데 저 운동 잘못하는 건가요?'라는 회원님들의 질문이 나오는 것을 싫어한다.


우리가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추구할 수 있는 목표는 자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극만이 정답이며, 자극만이 잘 한 운동을 정의 내리는 푯대이자 기준인 것은 아니다.








자극의 의미



'자극을 별로 안 좋아하네 나.' 속에서 웅얼거리는 나. 그러면서 일어나는 상상의 장면 전환. 내가 운동하는 순간으로 옮겨간다. 참 역설적인 풍경이 그려진다. 나는 생각보다 자극을 많이 신경 쓰면서 운동하고 있다. '여기에 힘이 들어가는구나.' '지금 여기 자극이 오는구나.' 나는 자극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면서 자극을 열심히 바라보는 모순 그 자체의 행동을 하고 있다. '모순 덩어리인 나에게 지금 자극의 의미는 뭐지?'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없는 듯 한참을 생각해 본다.


생각의 결과물.


나는 자극을
의도에 맞는 운동을 할 때
그 이후 따라오는 느낌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운동을 할 때 내가 하고 있는 운동 동작의 '의도'를 먼저 생각한다. 무게를 많이 들고 하는 스쿼트를 예로 생각해 본다. 높은 중량을 안정적으로 들고 무게 중심을 아래-위로 옮겨보는 운동 의도를 가진다. 무게를 안정적으로 위아래로 움직이기 위해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호흡의 압력을 가득 채우는 것, 그것을 통해 몸 전체를 연결하는 것 그리고 발의 중심을 잘 눌러주는 것에 집중해 볼 수 있다.


지금 내가 할 것은 무게를 안정적으로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근육의 느낌은 안중에 없다.


무게를 들 때만 이런 것은 아니다. 중심을 잡는 운동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것에 집중하고, 높게 뛰는 동작에서는 어떻게든 높이 뛰는 것에 몰두한다. 자극은 배제되어 있다.


그렇다고 이게 틀린 운동인가라고 물으면 아니라는 대답이 나온다. 자극 이전에 운동엔 의도가 있으니 말이다.


근육에 오는 느낌은 사이사이 들어오거나, 동작을 마치고 찾아온다. 허벅지 안쪽, 엉덩이 등 다양한 하체 근육에 자극이 뻗친다.


그럼 여기서 자극이 내게 가져다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자극이 한 가지 정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자극은 운동의 의도에 맞게 운동했을 때 느껴볼 수 있는 다양한 느낌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운동의 의도를 먼저 떠올려보세요.



'자극'이라는 단어로부터 시작한 생각의 소용돌이, 이젠 여기서 빠져나오기로 한다.

하지만 이내 다시 고민이 시작된다.

이젠 현실에 대한 고민.


앞으로 자극에 대해 묻는 회원님들께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운동의 의도를 먼저 떠올려보세요.'




생각의 흐름을 거쳐 나온 답변이다.


이 동작이 통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의도, 오늘 내가 회원님들께 전해드린 의도, 회원님께서 각자 창의적으로 정한 이 동작의 의도를 이뤄내려고 노력한다면 굳이 자극이 운동의 기준이 되지 않아도 된다고 답변드리기로 한다.


"오늘 TRX 로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볼 건 두 가지예요. 몸통을 길게 잘 유지하기, 그리고 팔을 그대로 뒤로 보내기. 이 두 가지를 잘 지키면서 몸에 들어오는 여러 느낌들을 폭넓게 느껴보세요. 느껴지는 것 다 틀린 건 없습니다. 자 10초 뒤에 시작하겠습니다."


5월 22일 목요일. 5월 14일 화요일 운동을 하던 회원님께 그날의 운동 의도를, 그리고 들어오는 감각들을 모두 느껴보라는 말을 남긴다. 이젠 수업 준비를 하러 떠나볼 시간. 괜스레 시원한 마음으로 수업에 임할 수 있을 듯 한 오늘이다.




*노동

여기서의 노동은 자극을 느끼지 않으면 운동한 것이 아니라 그냥 무거운 무게를 지고 드는 행위를 했다는 뜻으로 쓰인 것이다. 실제로 트레이너 생활을 하고 배우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노동이란 단어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사실 노동은 숭고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는 언니들' 합창단 공연에서 들었던 노동의 정의가 떠오른다. 노동은 주체성과 창의성을 내포하는 단어다. 두 가지 의견을 각주로서 남기고 싶다.

표현을 바꾸는 방법이 1번. 2번은 목표 부위에 자극을 느끼지 못해도 우리는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거라는 새로운 시선을 던지고 싶다.



**TRX 로우

TRX라고 하는 장비를 잡고 대각선으로 누워 팔을 당기고 펴주는 운동을 의미한다.






keyword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