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아야 한다.
나는 애연가이며, 한때 애주가이기도 했다. 그래서 담배 맛, 술맛을 알다마다, 오히려 미각에 일가견을 자랑한다. 어릴 적부터 음식 맛도 까다롭더니 술과 담배도 까다롭게 다룬다. 가끔 술이나 담배 맛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하는 사람들 보면 이해가 안 된다. 술·담배 종류도 다양하고 그에 따라 맛도 얼마나 다양한지 전혀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항상 고집하는 담배가 있고, 술도 맛에 따라 마신다. 술의 맛은 스카치위스키에서 가장 미르가즘을 느낀다. 다른 담배는 맛이 없고, 다 다른 맛이 난다. 술도 다 다른 맛이 난다. 그래서 술·담배 중에서 기호가 따로 있다.
대개 술과 담배는 해악으로 알려져 있는데, 술보다는 담배에 더 부정적이다. 적당하고 좋은 술은 약주라고도 불리지만 담배는 약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술과 담배의 나쁜 점은 열거하지 않아도 다들 알 것이다. 그런데 술과 담배의 좋은 점도 있다.
우선, 술의 대표적 성분인 알코올은 진정제다. 술은 잠을 부른다(수면제 효과가 있지만 절대 수면에 좋지 않다!). 그리고 적당한 술을 섭취하면 혈액순환에 좋다. 가끔 기분도 좋게 해준다. 상통하는 의미로 신진대사가 높아지면서 피로가 풀리고, 욕구불만을 부드럽게 만든다.
술의 단점은 과하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것과 몸에서 해독이 힘들면 간이 상하거나, 체질에 따라 소화기관에 병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담배의 장점은 무엇일까. 담배는 니코틴으로 이루어진 흥분제다. 담배가 커피보다 수면을 미루는 데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소화 작용을 일으켜 변비에 좋다. 실제로 담배 피우면 화장실을 가고 싶다거나 담배 피우면서 배변이 더 잘 나온다고 하는 말들은 맞는 말이다. 그리고 니코틴은 호르몬을 자극해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을 증가시켜 기분과 감정에 영향이 있다. 흥분도 되고 진정도 되고 각성도 되고 한다.
담배의 단점은 심각한 중독성이다. 중독성에서는 여느 마약들에 지지 않는다. 그리고 여러 가지 발암물질로 이루어져 호흡기는 물론 인체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냄새도 안 좋다.
술과 담배는 한마디로 독이다. 독인데 가끔 긍정적 작용을 할 때도 있는 거다. 예컨대, 미용시술로 흔히 쓰는 보톡스도 이름 그대로 독이 아니던가. 작용은 다르지만, 독이 항상 독인 것만은 아니라는 거다.
나는 한때 술을 끊으면서 애주가 정신을 버렸다. 지금은 다시 술을 마시지만, 또 금주할 거다. 왜냐하면, 술에 의존할 때 많은 것을 잃었다. 건강, 인간관계, 일상, 제정신, 창의력, 공부, 돈 등 많은 것을 잃고 일상이 무너졌다. 일상이 무너지면 인생도 무너진다.
내가 술에 의존하기 전까지는 술은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참 술을 마실 땐, 담배는 끊어도 술은 평생 못 끊겠다고 느꼈다. 술 없이 일생을 살아갈 생각 하니 인생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술 없는 인생은 죽음을 앞둔 것과 같았다.
지나고 보면 정말 무서운 일이었다. 육체가 죽음을 가까이하기 전에 정신이 먼저 죽음과 가까워진 것이다. 술은 나를 온전한 나로,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수 없게 만들었다. 감정조절이 안 되고 정서는 피폐해지고 정신 나간 날이 대부분이었으며 영혼의 귀의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그래서 담배보다 술이 더 무섭다고 생각한다. 담배나 술이나 발암이다. 따져보면 담배가 더 발암이다. 옆에 있는 사람까지 발암이다. 담배는 존나 발암이다. 술은 발암인데, 자칫 빠지면 인생이 더 빨리 날라 간다.
담배 중독자는 옆 사람에게 발암을 일으킨다. 술 중독자는 옆 사람이 결국 도망가서 없다."
가족이나 연인이 돈 쓰고 마음 쓰다가 되려 마음의 병을 얻고 떠나게 된다.
담배는 중독성이 강하니 애초에 입에 대지 말아야 하고, 술은 자신도 모르게 의존하게 되니 절대 관대한 음주문화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면 안 된다.
맥주 한 병이 330mL이다. 물 한 컵 정도인데 그거 매일 먹다가 하루 안 마셨는데 다음날 대낮에 편의점에서 맥주를 들이켰다. 적은 양이라 문제 삼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중독으로 빠져든 거다. 물론 음주로 나를 파괴했던 기간에는 엄청나게 처마셨다.
제발 다시 술을 끊기 위해서 이 글을 쓴다. 매일 같이 조금씩 먹는 것도 몸이 감당 못 하고 있고, 계속 그 달콤한 술의 유혹에 입맛을 다신다. 인생을 날려 버리기 전에 얼른 술을 끊어야(참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