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조각모음 #16. All the Things You Are
어제의 기억이 문득 떠오른 건... 그래 거기까지였다. 제이가 연우의 소파에서 자고 있는 건 그 기억 밖의 일이다. '하아... 어째서 또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연우는 블랙아웃이 되어버린 어제의 자신에게 하이킥을 날리고 싶었다.
'제이를 내보내고 어지러운 머릿속부터 좀 정리하자, 정신 차려. 지연우!'
마음속으로 다짐한 연우는 일부러 더 큰 소리를 내며 그에게 다가갔다.
소파 위에는 무방비 상태로 헝클어진 제이가 쌔근쌔근 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그 모습을 마주하니 차마 그를 매몰차게 깨울 수 없을 것 같았다. 한동안 외면하고 있었던 연우의 마음이 어젯밤에 다시 각성되었기 때문이었다. 어제 겨우 삼켰던 눈물이 다시 연우의 눈 위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툭...
연우가 손쓸 겨를도 없이 그녀의 눈에서 터져 나온 눈물방울은 제이의 하얀 얼굴 위로 자유낙하를 시작했다. 제이의 얼굴로 떨어진 눈물방울은 쌔근쌔근하던 그의 숨소리를 조용하게 만들었다. 이내 제이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당황한 기색도 없이 연우를 지긋이 바라봤다. 제이와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 연우가 급히 몸을 돌려 그를 피했다. 재빠르게 몸을 일으킨 제이의 손이 연우의 손을 잡아끌었다.
"이제 그만 울리겠다고 했잖아. 내가..."
제이는 말을 마치지 못하고 연우를 돌려세웠다. 제이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던 연우는 바닥으로 고개를 떨궜다. 제이는 그런 연우를 가만히 끌어당겨 안았다. 넓고 포근한 그의 품은 일 년 전과 변한 것이 없었다. 여전히 따뜻했고 연우를 안심시켰다.
"이제 나 좀 봐.. 나는…. “
항상 장난스럽기만 했던 제이가 웬일인지 진지했다. 그의 품은 일 년 전처럼 따뜻했지만 조금 새로운 향기가 났다. 연우는 다시 제이에게 흔들려도 상관없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또 내게로 돌아왔으니... 연우는 얼굴을 들고 제이와 마주했다. 제이의 가늘고 하얀 손이 연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창문 사이로 파란 가을이 스며들어왔다. 연우의 머릿속에는 어제 들었던 ' All the Things You Are '가 플레이되는 중이었다.
{ 미지근한 매거진 } 에서 연재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