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잘 지내시나요? 저, 레스토랑의 주말 영업이 끝나고 당신이 깎아 주셨던 토마토를 아직도 기억해요.
당신의 첫인상은 얼굴이 참 희다는 것, 그리고 남자치고 참 손끝이 곱고 야무지다는 거였어요. 저는 얼굴만큼이나 하얀 마음을 가졌던 당신이, 어른으로서 베풀어 주신 배려를 여전히 기억하고 감사히 생각한답니다.
있죠. 그 레스토랑은 갓 스물이 된 저의 첫 아르바이트 자리였어요. 스물 이전에 아주 아팠고, 스물에도 여전히 병증을 겪고 있어 완전히 낫지 않았지만, 사회생활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아르바이트였어요. 손끝이 야무지지 못한 저는 실수가 잦았고, 한번 알려주시면 메모하더라도 까먹기 일쑤였지요.
한번은 제가 분홍 장미가 잔뜩 꽂혀 있는 화병 위로, 큰 수프 그릇을 떨어뜨려 깨뜨린 일이 있었어요. 죄송한 마음 반, 울고 싶은 마음이 반이었는데 K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잖아요.
"다치진 않았어요? 수프가 뜨거우니, 데이진 않았는지 잘 살펴봐요. 이건 내가 정리할게요."
프랑스제 찻잔을 닦다가 떨어뜨려 깨는 일도 두어 번 있었고, 접시에 조각 케이크를 담다가 쓰러뜨려 버려 손님에게 나가지 못하는 일도 있었죠. 이렇게 쓰고 보니, 저 정말 그 레스토랑의 사고뭉치였네요. 그때마다 당신은 저를 먼저 걱정해 주셨죠.
제가 레스토랑을 그만두는 마지막 아르바이트 날, K가 과일 음료를 사 와서 모두에게 드렸던 기억이 나요. 그때 생각했어요. 당신은 참 마음이 하얀 사람이라고요. 이 편지를 빌어, 사회생활이 처음이었던 저의 실수를 보듬어주신 K와 레스토랑 직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어요.
딱딱한 구두를 신고 오래 서 있어서 발이 부었을 때, 당신이 일 끝나고 토마토 먹자며 방긋 웃던 순간을 저는 여전히 잊지 못해요. K가 깎아 준 토마토는 위로를 선물하는 맛이었거든요.
저도 언젠가 당신처럼, 잦은 실수로 긴장하고 기죽어 있는 어린 아르바이트생을 만난다면 멋진 위로를 선물하는 어른이 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