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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진 Jan 16. 2024

나의 청춘에게

수신인 없는 편지, 그 열 번째 이야기

청춘(靑春), 새싹이 푸르게 돋아나는 봄철.


나의 청춘이 사람이라면, '그만 좀 일하고 인생을 즐기라'며, 날 꾸짖었을 것 같아.


스물의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심에 한 번에 아르바이트를 세 개씩 하기도 했어. 그때부터 내 꿈은 사장님이 되는 거였는데. 지금은 포토그래퍼로 인물 사진 촬영 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니 꿈이 이루어졌네.


내 청춘은 언제나 조급했어. 일에 시달려야 살아 있는 기분을 느꼈고, 여유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어. 그리고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 거라고 생각했어.


학교 수업을 마치면 강사 일을 했고, 강사 일이 없는 주말엔 영상 편집이나 촬영 외주를 받았어. 남는 시간에는 아르바이트를 했지. 그러고 나서도 시간이 남으면,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책을 읽었어.




있지. 나 십 대 후반부터 이십 대 초반까지 많이 아팠다고 했잖아. 남들이 열심히 했던 순간에 나는 쉬었으니, 언제나 그 간극을 상쇄시켜야 한단 마음뿐이었어.


건강도 잘 돌보지 않고, 친구도 많이 안 만나고, 잘 꾸미지도 않고, 일만 했어. 우습게도 클럽 문턱 한 번 밟아보지 못하고 20대 후반이 되었네.


그래도 후회하진 않아. 그렇게 노력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포토그래퍼 이유진은 없었을 테니까.




요즘 웹 소설이나 드라마 같은 데 회귀하고, 또 과거로 돌아온다는 설정이 많잖아. 하지만 내 인생에는 리셋 버튼이 없거든. 그래서 지금처럼 쭉 살 거야. 번아웃 같은 게 온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아.


죽을 때까지, 내 청춘의 푸른 불꽃을 불태울 거야. 카메라를 들고 목표를 향해 달릴 거야.


앞으로도 잘 부탁해, 나의 청춘. 그리고, 그대들의 청춘에도 박수를 보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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