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쿼트 1RM 재면서 느낀 점
어렸을 때, 초등학생쯤 되었을까? 선생님이 벼룩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다. 아마 교과서에 있었겠지. 벼룩은 자신의 몸의 몇 십배를 뛸 수 있는데 병에 가둬놓으면 뚜껑에 계속 부딪히다가 안 부딪힐 만큼만 뛰게 된다고. 결국 뚜껑을 열어줘도 그 병을 나올 만큼 높게 뛰지 않게 된다고 말이다. 이걸 벼룩의 자기 제한이라고 한다고 했었다. 그 얘기를 들은 어린 나는 생각했다.
뭐야, 벼룩 바보잖아?
전에 크로스핏을 할 때, 스쿼트 1RM(1개를 들 수 있는 최고 무게)을 잴 때의 일이다. 스쿼트가 아니더라도 1RM을 잴 때 코치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쫄면 못 든다!
그때 내 최고 기록이 120파운드(약 54kg)였고 125파운드(약 56kg)를 들 차례였다. 나는 이미 처음 접하는 무게에 쫄았고 아마 온몸으로 자신 없음이 나타났을 것 같다. 그때 같이 운동하던 분이 앉았다가 일어날 때 버거우면 본인이 도와주겠다고 내 바에 손을 대고 있었다. 도와준다고 하니까 갑자기 자신감이 빡 생겼고 125lb를 생각보다 쉽게(?) 해냈다. 내가 바를 내려놓자 그분이 말했다. '나 하나도 안 도와줬어. 손가락만 대고 있었어.' 그때 갑자기 오래전 들었던 벼룩의 자기 제한이 불현듯 떠올랐다.
뭐야, 나 바보잖아?
인간은 얼마나 수많은 있지도 않은 뚜껑이 머리 위에 있다고 믿으며 사는가. 그런 고찰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건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에 이런 자기 제한을 뚫고 거침없이 새로운 1RM들을 달성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매사 그렇게 아름다운 이야기일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나는 여전히 125파운드에 쫀다. 다만, 이제 이것이 허상의 뚜껑임을 안다. 인생은 그렇게 바뀌어간다. 내가 할 수 없다고 마침표를 찍었던 일들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표로 바뀌고 그것이 이내 할 수 있어! 하는 느낌표가 되어가는 것.
운동은 이런 작은 성취를 여러 번 반복하여 얻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취미다. 이것이 비단 운동의 영역에만 적용될까? 그렇지 않다. 어디서든 성취한 경험은 삶의 전반으로 뻗어나간다. 새벽 운동에서 1RM을 PR(개인 기록을 경신하는 것)하고 회사에 출근했다고 치자. 업무 중 조금 어려워 보이는 일을 만나도 ‘ 내가 새벽 운동도 간 사람인데’ 혹은 ’내가 오늘 PR도 하고 온 사람인데‘ 하며 제법 자신 있게 덤벼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그 일을 해낼 확률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 당연히 높다. 그렇게 한 영역에서의 사소한 성취로부터 인생의 청신호가 켜진다고 믿는다.
역시, 오늘도 운동을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