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마음에 관한 고찰
나는 바디프로필을 찍기 전까지 한 번도 다이어트를 위한 식이조절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원하는 만큼 먹고, 배가 부르면 남기곤 했다. 위장이 작고 소화가 잘 안 되고 입이 짧은 편이라 이 작은 위에 어떻게 하면 최대한의 만족감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궁리를 자주 하긴 했지만 식탐이 있는 건 아니었다. 언제든 먹고 싶으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므로 식탐이 있을 필요가 없었달까.
그런데 바디프로필을 위한 피티를 시작하자,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보통은 바디프로필을 찍기 위해 감량을 하기 때문에 식단이 필수인 듯했다. 나는 조금 다른 케이스였으나 나도 적게 걸치고 사진을 찍으려면 어느 정도 몸을 다듬을 필요는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식단이라는 걸 처음 해보게 되었다. 먹어도 되는 것과 먹으면 안 되는 것이 나눠졌고, 먹어도 되는 것도 얼마나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기준이 세워졌다. 그러자 평소엔 별로 생각도 안 나던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먹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하루 종일 그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을 먹고 싶다는 생각뿐이었고 일주일에 하루 있는 치팅데이만 손꼽아 기다렸다. 삶이 온통 먹을 것에 대한 집착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게다가 치팅데이를 제외하면 평소에는 자극적인 음식을 절제하고 있었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미각은 극도로 발달했다. 평소에는 별 느낌 없던 아주 작은 미각적 자극도 이 시기에는 폭발하는 쾌감이 되어 돌아왔다. 그런 쾌락의 경험은 다시 음식에 대한 집착을 불렀다. 악순환이었다.
그래도 바디프로필을 찍기 전까지는 목표가 있었기에 조절이 가능했다. 문제는 바디프로필이 끝난 후였다. 이제껏 억눌려 있던 보상심리가 한꺼번에 터졌다. 몇 날 며칠을 광기 어린 눈으로 먹을 것만 찾아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니 몸무게는 오히려 바디프로필을 시작하기 전보다 더 늘어있었다.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더 나빠진 꼴이었다. '다이어트는 시작하지 않는 것이 다이어트'라는 말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예전으로 돌아왔지만 그 이후로 내 마음속에 다이어트란 함부로 시작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자리 잡았다.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이 마음은 뭘까? 비단 먹을 것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결국 모든 문제를 바로 잡는 것은 곧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아닐까 싶다. 건강하게 먹고 운동해서 몸에 나쁜 음식이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하는 것. 먹더라도 조금만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이 되는 것은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할 영역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