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수업 최적의 도착 타이밍을 찾아서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by 배아리


요가 수업은 보통 도착한 순서대로 자리를 잡는다. 자유롭게 자리를 잡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의 질서와 치열한 계산이 있다. 일단 아무리 자유 좌석이라지만 암암리에 지정석 같은 느낌을 주는 자리가 몇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계속 수업을 들어온 회원이 있을 경우다. 내가 그 자리에 간다고 누가 뭐라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묘하게 그런 자리는 피하게 된다. 또 앉아서 거울을 봤을 때 내 모습이 보여야 좋기 때문에 보통 칸칸이 지그재그로 앉는다. 누군가 내 앞에 시야를 막고 들어오면 또 미세하게 자리를 조정한다.


운동하는 공간에 도착하는 시간도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전에 다니던 요가원은 데스크와 탈의실이 따로 있고 요가 수업을 받는 공간이 널찍하게 있었다. 그리고 지각자는 절대 입실 금지였다. 그래서 빠듯하게 출발해서 늦을까 봐 마음 졸이기보다는 이전 타임에 수업만 없으면 조금 일찍 가서 자리를 잡고 누워있는 게 마음이 편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커뮤니티 GX 요가 수업은 데스크나 탈의실이 따로 없고 헬스장 옆에 작은 공간에서 수업을 하는 구조다. 그래서 예전 습관대로 일찍 갔더니 내가 첫 번째로 문 열고 들어가게 된 데다가 선생님과 둘이 빈 공간에서 어색하게 10분가량을 보내야 했다.(이전 요가원에서는 선생님은 데스크에 있다가 수업이 시작될 때 들어오셨다.) 그리고 이곳은 입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라서 그런지 지각자도 관대하게 받아주는 분위기였다.


그 이후로 나는 너무 빠르지도 않게, 하지만 지각은 아닌 그런 예술적인 타이밍에 도착하기 위해서 부단히 애를 썼다. 약간 일찍 준비를 해놓고 집에서 살짝 기다렸다가 나간다던지 하는 식으로 내 나름대로 머리를 썼다. 오늘도 타이밍 잘 계산해서 알맞게 출발했는데 웬걸, 요가 매트를 놓고 왔지 뭔가? 그래서 다시 집에 돌아왔다가 가느라 살짝 지각을 했다. 지각이 괜찮은 분위기라 해도 지각 자체를 싫어하는 편이라 조금 불편한 마음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자리는 대체로 여유가 있는 편이었어서 늦어서 자리가 없을 걱정은 못하고 있었는데 월초라 새로 등록한 신규 회원이 너무 많았는지 빈 공간 없이 꽉 차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맨 앞에 있던 선생님이 본인의 자리를 내어주시고 서서 수업 지도를 하게 되었다. 나는 얼떨결에 나를 바라보는 다른 회원들의 여러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선생님이 있던 자리에 매트를 깔게 되었다. 그러니까, 다른 회원들은 다 나를 바라보고 세로로 요가 매트가 깔려있고 나는 맨 앞 거울 바로 앞에서 가로로 요가 매트를 깔고 있는 형상이었다. 마치 선생님처럼.


앞자리가 주는 중압감은 대단했다. 뒤에 있을 때는 힘들면 적당히 동작 날려가면서 따라갔는데 맨 앞에 있으니 왠지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눈물을 머금고 모든 동작을 정석으로 해내기 위해 노력했고 오랜만에 땀을 뻘뻘 흘렸다. 다음에는 절대로 늦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보며 오늘은 일찍 잠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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