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엔 10년째 회사 다니는 네가 더 대단해
첫 2차 시험이 끝나고 나서 그동안 못봤던 친구들을 만났다.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는 내 친구들은 나를 보고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회사 그만두고 공부하는거 대단하다.”
“나도 뭐라도 해야하는데... 새로운거 할 용기가 없네”
회사를 뛰쳐나와 수험생활을 하는 내가 대단할까, 회사에서 버티고 올라가는 네가 대단할까. 정답은 없다. 선택만 있을 뿐이다. 나는 공부하기로 선택한 것이고, 너는 회사에 머무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게 자기 의지가 크든, 회사를 다녀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든지 간에.
누구라도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그렇게 하지 않기로, 현 상황을 유지하기로 ‘선택’한 것 뿐이다. 새로운 선택에 책임지지 못할까봐, 새로운 길에서 실패할까봐, 후회할까봐 선택하지 않는 것 뿐이다.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들에 대한 우선순위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아니면 얼마 전 읽은 책에서 그런것 처럼 도전에서 실패하는것이 아니라 실패로 인해 자신의 한계가 드러나는게 두려워서 그런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냥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을 보고 대단하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면 정말로 대단한게 아니기 때문이다. 너도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것일 뿐이니까. 나도 당연히 실패할까봐 두렵다. 그러나 나는 그 확률을 낮추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할 것이다. 적어도 나는 적당히 일하고 보상한다는 의미로 놀러 다니던 과거의 나보다 훨씬 더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하고 이겨낼 것이다. 내 한계를 마주친대도 나는 최선을 다했으므로 내 모습을 받아들일 것이다.
첫 회사를 대책없이 그만두었을 때,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잠시 내려두고 수험생이 되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선택에 후회하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그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그때 변화를 꾀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사실 그대로 살았어도 그냥저냥 잘 살았을 것 같다. 그렇지만 마음 한 켠에는 늘 해소되지 않는 불만족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달고 있었을 것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계속 해야 한다는 불만, 하루 중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고 나면 나만의 것을 할 수 있는 열정과 시간은 사라지는 허무함, 현실의 지루함을 잊기 위해 반복되는 소비 같은 것들 말이다.
나도 회사를 다닐 때에는 현실에 불평불만하며 살았다. 자기위로랍시고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면 아주 잠시 마음이 위로가 됐다. 그리고 눈을 뜨면 다시 스트레스 투성이인 현실이 눈앞에 있었다.
고집세고 자기주장 강한 내가 뒤늦은 수험생이 되고 달라진 점은 내 처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회사가 너무 싫으면 욕만 하지 말고 다른 길을 찾아보았으면, 다른 길을 갈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거면, 혹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상황은 쉽게 바꿀 수 없지만 내 태도는 당장 지금이라도 바꿀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