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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piphany Oct 27. 2022

30대 전업 수험생으로 사는것  

공부보다  힘든 것은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수험생으로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수험생으로 산지 1이 지났을 무렵 지난 생활을 되돌아보며 다음과 같은 생각들을 했었다.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돈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것도 아니고 모아둔 돈과 공부하는 동안 배우자의 밥벌이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거라는 판단에 공부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돈에 대한 압박은 공기처럼 나를 감싸고 있다.


벌면서 쓰는것과 안벌고 쓰는것은 엄청난 차이다. 둘이 버는 것과 혼자 버는것도 경제적, 심적 여유 측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그리고 돈을 벌다가 안벌면 난 사회에서 무쓸모한 존재구나... 라는 슬픔에 빠질때도 있다.


이러한 돈에 대한 생각은 아래서 설명할 비교와도 연결이 되는데, 물질적인 결핍이 주는 비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게 또다른 힘든 점이다.



비교


20대에는 아직 학생인 혹은 취업 준비중인 나와 먼저 사회인이  친구, 이게 가장  비교요인이었다면 30대가 되니 주변인들의 삶의 변화도  다양해졌다. 특히, 공부만 하다보면 나는 제자리걸음만 하는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계속 계단을 올라가는것 같아 서글퍼질 때가 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사람들, 부모가 되는 친구들, 이 넓은 서울 땅에 그래도 내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집 하나 마련한 사람들, 과장, 팀장, 사장이 되는 친구들. 늘 경쟁하며 살아온 나이기에 뒤쳐진다는 느낌은 쉽사리 지워지지가 않는다. 각자의 인생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빠르고 늦는 다는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이 조금 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한창 독서실에 다니던 때에 끼니를 간단히 떼우려고 근처 분식집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다. 밥을 먹으며 블로그를 살펴보는데 친구가 호텔 레스토랑에서 코스요리를 먹은 포스팅이 올라왔다. 그 때 내 자신이 어찌나 처량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처음엔 내가 불쌍하다가, 나중에는 잘 사는 친구가 괜히 밉다가, 아무 잘못없는 친구를 미워하는 내 모습이 너무 못나서 미웠다. 공부 하는게 뭐 대수라고 마음이 이렇게 옹졸해 졌는지 모르겠다. 마음의 여유가 하나도 없으니 마음이 더 좁아졌나보다.



마음


누군가가 수험생활은 도를 닦는 일이라고 했던가. 그래도 나이 조금 먹었다고 이런 상황에서 나를 단단하게 지켜내는 법도 배운것 같다. 돈에 대한 압박이, 비교하는 마음이 나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매일 마음을 다잡는다. 누구나 삶의 고충은 있고, 이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니 비교도 자책도 순간이더라. 나의 수험생활도 영원하지 않으며, 어느덧 긴 터널의 중간 즈음에 다달았으며, 오늘 하루 묵묵히 걸으면 끝은 보일거라는 희망도 생긴다.


그래서 사실 20대때 가졌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은 크게 없다. 나에게는 건강한 육체와 멀쩡한 정신과 무엇보다 내가 무엇을 하더라도 내 옆을 지켜줄 든든한 가족이 옆에 있기 때문이다. 행여 세무사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고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그래도 이왕 시작했으니 시험에 붙고싶다. 붙어서 직업이 세무사인 사람으로서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일하고 공부하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고, 나중에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면 그때는 가정에 충실하며, 새로운 도전이 하고 싶으면 오롯이 나의 능력으로 내 회사를 가질 수 있는 일.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예전의 나보다 훨씬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다시 공부할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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