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중심잡기
사회적 관습과 통념은 우리들의 생각 속에 알게 모르게 굉장히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로 인해 생각을 하게 되고, 선택과 판단을 하고, 좋아하게 되기도 하고, 싫어하게 되기도 하죠. 때로는 그건 전통적인 것이 될 수도, 새로운 유행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비정상회담>이라는 예능 프로에서 정답 사회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사회에서 제시한 정답이라는 것은 여러 세대에 걸쳐 터득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쉬운 방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꼭 안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나에게 고통을 주고 문제가 될 때는 "왜?"라고 반문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닌데 나도 모르게 학습된 통념으로 인해 내가 잘못 살아가는 듯한 불편한 느낌이 든다면 말이죠. 그때는 다시 한번 내 삶의 방향이나 나에 대한 중심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거창한 사회적 잣대라기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들에 내 마음이 상처를 받고 있다면, 통념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내 마음만큼은 내가 지킬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흔한 예들이 많죠. 일정한 나이가 되었을 때 '결혼 안 해?'라든가. 결혼 한 이후에는 '아이 언제 가질 거야? 아이는 있어야지'라든가. 아이를 낳고 나면, '둘째는?' 이라든가. 숨 막힐 정도로 똑같은 질문들을 반복해서 듣게 되죠. ~라면 ~해야 한다. ~때는 ~를 꼭 해야만 한다. 이런 것들. 저 역시도 이런 문제들로 인해 힘든 때가 많았습니다. 악의를 갖고 한 말은 아니겠지만, 힘들었죠. 고민했습니다. 이런 것들을 마주할 때마다 내 마음 어떻게 지킬까?
저는 제 나름대로 두 가지의 결론을 얻었습니다.
첫째로는 일단 그 주변의 말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입니다. 굳이 반박하거나 변명 같은 설명을 구구절절할 필요도 없습니다. 말이 쉽지 어떻게 한 귀로 흘리느냐? 누군가 저에게 조언해 주더군요. "그런 말들에 대해 너무 상처받지 마세요.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말처럼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기약 없는 인사 같은 것들이 대부분입니다"라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그 사람 역시도 사회적 통념에 의한 나온 정답을 이야기한 것뿐이지 의도를 갖고서 한 말은 아닐 테니까요.
둘째로는 이것이 나에게도 맞는 답인가?라고 자신에게 되묻는 것입니다. 왜 꼭 이렇게 해야 하는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일까? 내 인생에서도 정답이 맞는 걸까? 하고 말입니다.
가볍게 이야기를 해보자면 '불금'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죠. 불타는 금요일엔 꼭 누군가를 만나서 놀아야 하고, 그렇지 않고 집에 들어가면 그 사람은 루저(loser)가 되는 걸까요? 그런 것은 누가 정한 건가요. 평일에 쉬고 주말에 일을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겐 불금이라는 단어가 없을 텐데 말이죠. 내가 속한 집단에서의 트렌드 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내 주변과의 비교를 하면서 겪는 불편한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왜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걸까?
내가 지금까지 하고 싶고, 즐기고 좋아하는 것들이 내가 정말 좋아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주변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하기 때문에 나도 그것을 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즐거운 것인지에 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유행처럼 번지는 것들이 많으니까요. 사실은 더 잘 살펴본다면 그 유행이라는 것도 내가 속한 집단에서만 유효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더 넓은 시야로 사회를 들여다본다면, 저마다 다른 상황을 겪으며 살고 있으니까요. 다만 사회의 각종 매체가 발달했기 때문에 어떤 정답같이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고 평균인 삶처럼 착각하게 되지요. 평균의 삶이란 것도 결국엔 허상입니다. 수많은 면을 고려하지 않은 각각의 좋아 보이는 것들을 모아 평범하다고 이름 붙인 것뿐이니까요. 그러니 그 평균에 내가 속하지 못한다고 슬퍼할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아이를 가졌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제 너에게 좋은 날은 끝났어. 고생만 있을 뿐'이란 말이었거든요. 엄마가 되면 더 이상 도전할 수도 없고,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 뉘앙스의 말들. 엄마라면, 부모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정답들. 계속 저를 따라다니며 괴롭혀 왔던 문제입니다.
사실 처음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학습된 사회적 통념이었던 거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내 인생의 도전이 정말 끝인 것도 아니고. 다른 행복과 다른 불행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꼭 젊을 때만 도전하고 성공하고, 즐겨야 한다는 법도 없고요.
박웅현 씨의 <여덟 단어>라는 책을 보며, 생각을 많이 정리했습니다. '현재'와 '선택'이라는 장에 나오는 글입니다.
저는 이제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제 인생을 인정하고 긍정하기 시작했어요.
단, 여기서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삶의 부정이 아닙니다.
그들의 삶의 긍정과 내 삶의 긍정을 의미합니다.
호주에 가서 매일 바비큐 하는 삶 멋져. 잘 나가는 프로그램의 PD도 정말 멋지고 판사도 좋아 보여.
지리산에서 사는 삶도 괜찮은 것 같아.
그런데 동시에 나도 괜찮아.
아파트에서 딸 하나 키우면서 사는 게 답이 아니라고 누가 그랬어?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어요. 비로소 나의 현재에 대한 존중이 생긴 겁니다.
모든 선택에는 정답과 오답이 공존합니다.
그러니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지 말고 선택을 해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겁니다.
팁을 하나 드릴게요.
어떤 선택을 하고 그걸 옳게 만드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뭐냐, 바로 돌아보지 않는 자세입니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 그 선택을 옳게 만들려면
지금 있는 상황에서 무엇이 최선인지 생각하고 실천하는 게 제일 좋은 답이에요.
인생에 정답이라는 것도 완벽한 균형이라는 것도 있기 힘들다 생각합니다. '때'라는 것은 사람마다 오는 시기가 다릅니다. 다만 현재 자신의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으로 지금 혹은 다음이 최선이 되도록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것뿐이죠. 사회적인 통념과 사람들의 비교로 자신을 계속 깎아가며 맞춰가기보다 참고는 하되, 자기답게 살아가면 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은 아무도 대신 지켜줄 수 없다는 겁니다. 어떤 이의 위로는 이따금씩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에 내 마음을 지키고 바로 잡는 것은 나 자신이니까요.
정답 사회에서 너무 지치지 않게 자신을 잘 다독이고 중심을 잡기를, 내 마음 지켜 나갈 수 있기를!